일상탈출을 꿈꾸며/일본

[도쿄여행#13] 야스쿠니신사 두번째 이야기, 유슈칸에서 군국주의의 향수와 마주하다

자발적한량 2016.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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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오늘의 포스팅을 읽는 분들께 기분이 언짢아질 수도 있다는 경고를 미리 드립니다. 야스쿠니신사 내에 위치한 유슈칸(遊就館). 야스쿠니신사를 찾은 목적이기도 합니다. 지난 2012년 도쿄를 방문했을 때 야스쿠니신사에 늦게 도착한 관계로 유슈칸이 폐관을 했었거든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운영되며 입장은 폐관 30분 전까지입니다. 임시 휴관일을 제외하곤 연중무휴로 운영됩니다.



그냥 쉽게 말해서 전쟁박물관입니다. 왜 신사 내에 이런 전쟁기념관이 있어야 하느냐를 생각해보면 야스쿠니신사의 성격이 더욱 명확해집니다. 첫 번째 글에서 언급했듯이 야스쿠니신사는 천황에게 충성을 다한, 그리고 천황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일본의 호국영령(?)이 모셔져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나라를 안정케 함(靖國)에 있어서 목숨을 바친 이들을 기리고자 전쟁박물관을 만드는 모습. 그들이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반성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 명확히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유슈칸은 1877년 세이난 전쟁이 끝날 무렵 무기 등을 전시하는 시설로 이탈리아의 건축가 조반니 빈센초 카펠레티가 설계하여 1882년 완공됐고 이후 증축, 축소 등 여러 과정을 거치며 군국주의 사상의 보급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1945년 패전 이후 연합국사령부가 '국가 신도에 관한 각서'를 발표하여 정부 등의 공적기관에 의한 국가신도에 대한 원조의 금지, 공립 학교에서의 신도교육의 금지, 공무원의 공적 자금으로 신사참배 하는 것을 금지하면서 야스쿠니신사 내의 각종 전쟁기념비가 철거됨과 동시에 유슈칸 역시 폐관되었죠. 하지만 이내 다시 재건되었는데, 현재의 유슈칸은 2002년 7월 5억엔 가까운 금액을 들여 만들어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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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자마자 바로 마주할 수 있는 것은 아연실색하게도 제로센. 가미카제 특공대가 자살공격을 하면서 사용했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전투기입니다. 정식 명칭은 '영식 함상 전투기'. 제식 번호는 A6M입니다. 호리코시 지로가 설계했고, 미쓰비시 중공업이 만들어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2013년 만든 애니메이션 <바람이 분다>가 호리코시 지로의 이야기를 담아서 논란이 된 적이 있죠. 뛰어난 기동성과 상승속도, 긴 항속거리 등 뛰어난 전투능력으로 연합군에겐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과연 이 제로센이 유슈칸에 발을 딛자마자 눈에 보인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그저 선조들이 사용했던 전투기? 일본 내 전쟁에서 사용한 것도 아니고, 세계를 상대로 한 전쟁에서 사용했으며, 그 곳에 태운 조종사들 중에서도 원치 않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조선인들도 상당수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마당에, 그들은 결국 과거 일본이 '대일본제국'이라는 이름으로 아시아를 호령했던 과거를 그리워한다는 결론에 다다를 수 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끔찍하죠. 



C65형 증기기관차. 경량소형기관차로 수요가 적은 지방에서의 운행을 목적으로 개발된 것인데, 이 기관차는 태평양전쟁 당시 태국에서 운행된 것이라고 합니다. 일본 패망 후 1980년대 초반까지 2대의 기관차가 현지에서 운행되다가 일본으로 돌아왔는데, 이 곳에 있는 것은 31호기입니다.



야전중포병 제1연대가 오키나와 전투에서 사용했던 96식 150mm 곡사포. 미군이 노획한 것을 이후 반환받은 것입니다.



1층은 무료 관람인데 진짜 유슈칸은 2층에 있습니다. 유료관람이구요. 성인은 800엔, 대학생은 500엔, 중고생은 300엔, 초등생 이하는 무료입니다. 군국주의의 망령에게는 1엔도 주고 싶지 않지만, 제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고 그 망령의 실체를 직접 보아야 더욱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떨리는 마음으로 입장권을 구입하고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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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일본군을 '천황의 군대'라 하여 황군으로 불렀죠? 바로 그 '황군'의 조각상입니다. 거의 무슨 영웅처럼 묘사를 해뒀네요. 전시품 하나하나를 볼 때마다 '이 새끼들이...'라는 분노가 치밀어 오를 뿐입니다. 



'대동아'라는 이름의 조각상. 제2차 세계대전은 여전히 일본인들에게 아시아를 위해 서양 열강들과 싸운 '대동아전쟁'일 뿐입니다. 유슈칸 내에서는 대동아전쟁 이외에도 지나사변이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중일전쟁을 일컫는 말이죠. 모두 지극히 일본의 관점에서 사용되는 명칭입니다. 혹시라도 대동아전쟁, 지나사변이라는 명칭을 쓰시는 분들께서는 이를 지양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2층의 전시를 요약해보자면 고대부터 시작된 일본전쟁사 관련 유물들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일본도와 각종 갑옷, 메이지유신과 세이난전쟁 관련 자료, 천황이 수여한 훈장 등...야스쿠니신사 홈페이지 설명에 보면 '황실과 야스쿠니신사의 깊은 관계를 알 수 있다'고 적었을 만큼 이 둘의 관계는 실로 밀접합니다. 별개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사실 눈 가리고 아웅 격이지요. 전시는 근대로 넘어오면서 청일전쟁, 러일전쟁, 제1차 세계대전, 만주사변 등으로 이어집니다. 2층에는 10개 전시실이 있고, 아래에는 총 21개 전시공간이 있는데, 이 중 무료개방은 위에서 말했듯 입구쪽 뿐. 태평양전쟁에 대해서는 5개 전시실을 할애하여 상세하게 관련 자료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부분. 조선과의 병합을 언급하는 부분에서는 이완용의 사진이 떡 하니 붙어있습니다. 자기 조상 재산 찾겠다고 소송 거는 이완용의 후손 여러분들은 참 뿌듯하시겠어요. 신토의 심장과도 같은 야스쿠니신사에 조상님 얼굴이 붙어있고...한일강제병합을 설명하는 부분에선 제1차 한일협약, 정미조약, 을사조약(요새는 을사늑약이라고 부르던가요?) 등 세부과정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냥 자연스러운 시대의 흐름이었다는 뉘앙스가 되는거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나라를 표시한 지도에 대만과 한국에 대해선 어떠한 표기가 되어 있지도 않구요.



유슈칸 내부는 원칙적으로 촬영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다만 일부 구역은 촬영이 가능하죠. 이 곳도 촬영이 가능했던 구역으로 2층을 관람한 뒤 1층으로 내려오면 볼 수 있는 곳인데 대형 무기들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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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텐(回天).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해군이 사용했던 무기로, 인간어뢰입니다. 원래 일반 어뢰였는데 명중률을 높이기 위해 조정장치와 스크류를 달아 조종사가 직접 어뢰를 조작할 수 있게 개조한 것입니다. 길이는 14.7m 정도, 780kg 무게의 탄두를 탑재할 수 있습니다. 330대를 제작했는데, 4척의 적함을 격침하고 8척에게 피해를 안겼을 뿐 크게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했습니다.



독일이 만약 베를린의 한복판에 자신들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했던 무기들을 전시해 두면 타 유럽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아니, 그냥 딱 특정지어서 독일에게 점령당했던 프랑스의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요? 이게 과연 '내정간섭'이라는 말로 '돈 터치 미'를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인가요?  



여러분께서는 전쟁의 광기를 무덤덤히 예술(?)로 승화시킨 현장을 보고 계십니다. 누가 보면 무슨 한산대첩도인 줄 알겠네요. 일본 밀덕들이라면 좋아하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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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몰자들의 사진들. 쉽게 이야기해서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이들의 사진입니다. 이들이 썼던 유서를 비롯해 각종 유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개탄스러운 것은 이들 중 조선인들도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다는 것. 국적 역시 조선이라고 적혀 있으며, 이름도 한국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첫번째 글에서 언급했듯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조선인의 수가 2만1천여 명입니다. '영혼이 합쳐져 일본의 신이 되었기 때문에 다시 떼어낼 수 없다'는 논리에 의해 죽어서도 나라를 빼앗은 원흉들과 함께  합사된 조선인들. 죄송합니다. 당신들의 죽음을 덧없이 만들어서. 이 나라가 좀 더 당당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었다면, 이들이 그리던 조국의 땅으로 모실 수 있었을텐데...힘이 없고 친일 독재 세력이 득세하여 대통령을 하고 장관을 하고 국회의원을 하는 나라는 감히 일본에게 이들에 대한 주장을 감히 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패널에는 사진이 붙어 있지 않은 빈 공간이 잔뜩 존재하는데요. 이것을 과연 무슨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지... 뭐 추후에 발견된 전몰자가 생기면 붙이겠다 이런 의미로 받아들이기에는 붙이다 만 것이 아니고 깨끗한 상태의 새 패널인지라...그런 의미보단 '언제라도 전쟁이 일어나 조국을 위해 싸우다 죽게 되면 이 곳에 사진이 붙는 영광을 누릴 수 있다'고 느끼는 제가 꼬인 걸까요?




각 전시공간마다 스탬프를 찍을 수 있게 세팅이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독립기념관 등 다양한 박물관에서 사용하는 방식이죠. 그리고 관람 소감을 적을 수 있는 노트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욕을 한 바가지 써놓고 왔습니다. 분을 삭힐 수 있는 방법이 당시엔 그 것 뿐이었네요.



유슈칸 내부를 쫙 촬영해올까도 싶었지만, 괜히 그러다 걸려서 '매너없는 한국인'이 되고 싶진 않았습니다. 특히나 유슈칸에서만큼은 더더욱. 유슈칸을 보는 내내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과거에 대해 전혀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오히려 아쉬워하고 그리운 영광의 시대로 생각한다는 것이 뼛 속 깊이 사무치도록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정신에는 다시금 그때로 돌아가길 내심 바란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부끄러움과 반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던 유슈칸에서의 시간... 



1층에 마련되어 있는 기념품샵. 거들떠보지도 않고 나왔습니다.  



소원을 빌거나 소원이 성취되었을 때 봉납하는 목판인 에마가 잔뜩 걸려있습니다. 전범을 비롯해 전쟁 중 죽은 이들을 모시고 있는 야스쿠니신사에서 과연 이들은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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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에서 참배 전 소과 입을 씻는 미타라시. 야스쿠니신사를 벗어나기 전 이 곳의 더럽고 추악한 군국주의의 망령을 씻어내고 무거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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