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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본, '육룡이나르샤'와 '뿌리깊은나무'를 잇는 연결고리

자발적한량 2016.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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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본 육룡이나르샤 뿌리깊은나무 정도전 이방원 분이 도담댁 무휼 이방지 반촌

SBS 드라마 '육룡이나르샤'는 제작노트를 통해 밝혔다시피 2011년 24부작으로 방송된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의 프리퀄입니다. 프리퀄이란 본편보다 앞선 과거의 이야기를 다루는 속편으로 영화 '스타워즈'를 대표적으로 들 수 있죠. '뿌리깊은 나무'와 '육룡이 나르샤'가 모두 신경수 PD, 김영현·박상연 작가의 조합인 점 등 두 드라마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육룡이 나르샤'는 고려 후기부터 조선 전기까지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조선건국기를 다룬 드라마로 태조 이성계, 삼봉 정도전, 분이 등 이른바 '육룡'의 스토리가 진행됩니다. '뿌리깊은 나무'는 태종 이방원이 아들 세종 이도에게 왕위를 물려줬을 때부터 시작하여 훈민정음을 창제하는 과정을 다룬 드라마로 세종과 소이, 성삼문, 박팽년과 집현전 학자들로 이루어진 '천지계원'의 스토리가 진행되죠. 


'육룡이 나르샤' 시청 포인트 중 하나가 각각의 드라마에서 동시에 등장하는 이방원 등을 비롯해 이신적, 무휼, 이방지, 조말생, 황희의 젊은 시절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반대로 '육룡'과 '뿌나'에서 각각 육산선생과 이신적 역을 맡는 안석환, 분이와 소이 역을 맡은 신세경, 하륜과 한명회(한가놈) 역을 맡은 조희봉, 길태미/길선미와 정인지 역을 맡은 박혁권, 적룡스님과 심종수 역을 맡은 한상진, 홍인방과 정도광 역을 맡은 전노민 등 한 배우가 두 드라마에서 각기 다른 역을 맡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었구요.


밀본 육룡이나르샤 뿌리깊은나무 정도전 이방원 분이 도담댁 무휼 이방지 반촌

두 드라마의 공통점 중 하나는 해당 시대의 비밀조직이 등장해 주인공 세력의 계획을 방해한다는 것입니다.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분이와 이방지의 엄마이며 간난이라는 이름으로 정체를 숨기고 있던 연향(전미선 분)이 무극이라는 호칭의 수장으로 있는 비밀조직 '무명(無名)'이 등장합니다. '뿌리깊은 나무'에서는 정도전의 아우 정도광의 장남이며 가리온이라는 이름으로 정체를 숨기고 있던 정기준(윤제문 분)이 본원이라는 호칭의 수장으로 있는 비밀조직 '밀본(密本)'이 등장하죠. 두 조직은 해당 드라마에서 동일한 포지션입니다. 무명은 암어에도 사용되는 '애초에 없는 자 영원히 있으리니, 이름이 없는 자 사라지지 않으리(초무자는 무진이라·初無者 無盡 無名者 不消)'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나타냅니다. 밀본은 암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꽃은 꽃일 뿐 뿌리가 될 수 없다(화시화이이의 불가이위근·花是花而已矣 不可以爲根)'이라는 말로 왕과 사대부의 관계를 역설하죠.



최근 방송된 '육룡이 나르샤' 제42회에서는 드디어 정도전이 비밀회합을 갖고 밀본을 창설하는 모습을 그려내 '뿌리깊은 나무'와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냈습니다. 정도전은 밀본을 창설하는 자리에서 '위민(爲民)' '애민(愛民)' '중민(重民)' '안민(安民)' '목민(牧民)' 등의 강령을 외치며 사대부가 조선이라는 거대한 나무의 뿌리 임을 주장합니다. 숨어서 지켜보던 분이(신세경 분)는 이에 감동을 받는 표정을 보이죠. 백성이 근본이라고 하니 뭐 당연히...



밀본 육룡이나르샤 뿌리깊은나무 정도전 이방원 분이 도담댁 무휼 이방지 반촌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42회에서 본격적으로 반촌에 들어가 행수 역할을 하는 분이가 '뿌나'에서 역시 반촌의 행수이자 밀본의 조직원인 도담댁이 되는 것이 아니냐고들 하는데, 그렇게 설정을 하면 도담댁과 이방지의 관계 등 오류가 생깁니다. 오히려 전 '육룡' 42회에서 행수 역할을 하는 분이 옆에서 따라다니는 역할로 등장한 맹순이라는 인물이 사투리도 그렇고 도담댁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아무래도 '뿌나'에서 밀본의 기반이 성균관 유생들을 보좌하는 노비 마을인 반촌인데, 마침 분이의 조직이 반촌으로 들어가고 분이가 반촌 행수가 되는 모습이 등장해서 그런 추측이 나온 것 같습니다.



여하튼, 분이가 감동할 정도로 백성을 근본으로 생각하고 재상총재제 등으로 임금이라는 절대권력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성리학의 나라를 꿈꾸는 밀본이 어쩌다가 '뿌나'에서는 백성을 생각해 훈민정음을 창제하려는 세종을 방해하는 악의 무리로 변질이 될까요. 제1대 본원 정도전이 제1차 왕자의 난으로 죽고, 제2대 본원 정도광마저 태종에 의해 죽임을 당하면서 인간적인 복수심과 조직의 존립을 위해 애초 정도전의 밀본 창설 의도가 변질되었기 때문입니다. 백성을 뿌리로 생각하여 그들을 위해 왕을 이끌고 고치는 사대부가 아닌 그저 왕을 이겨먹으려 드는 사대부. 조직의 뿌리였던 백성이 사라진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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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육룡이 나르샤'의 관전 포인트는 무명과 손을 잡은 이방원과 이에 대적하여 역시 같은 비밀결사인 밀본을 만든 정도전의 대결이 되겠네요. 그 안에서 삼한 제일검이 되기 위해 명나라로 '해외유학'까지 다녀온 무휼과 현 삼한 제일검 이방지의 대결, 존경하는 정도전 아재와 애틋한 마음을 품고 있는 이방원 사이에서 기로에 선 분이의 선택도요. 이제 육룡들간의 전쟁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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