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많은 것들/감성자극

101세의 할머니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약해지지 마>

자발적한량 2019.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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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해지지 마>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 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말>

무심코

한 말이 얼마나

상처 입히는지

나중에

깨달을 때가 있어


그럴 때

나는 서둘러

그 이의

마음속으로 찾아가

미안합니다

말하면서

지우개와

연필로

말을 고치지



 시바타 도요(柴田トヨ). 향년 101세로 올해 1월 20일에 세상과 작별을 고한 일본의 시인입니다. 된 도쿄 북부지방 도지현 출생의 할머니입니다. 자신의 장례비용으로 모아두었던 100만엔을 털어 2010년 3월, 99세의 나이에 생애 첫 시집 '좌절하지 마(한국버전 '약해지지마')'를 발간했었데요. 이 시집이 현재 150만부가 넘게 팔렸다고 합니다. 더욱 대단한 것은 일본에서 시집으로 이정도의 판매량을 기록한 것이 지난 몇십 년동안 처음 있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화장>

아들이 초등학생 때

너희 엄마

참 예쁘시다

친구가 말했다고

기쁜 듯

얘기했던 적이 있어


그 후로 정성껏

아흔 일곱 지금도

화장을 하지


누군가에게

칭찬받고 싶어서 

 <나>

침대 머리맡에

항상 놓아두는 것

작은 라디오, 약봉지

시를 쓰기 위한

노트와 연필

벽에는 달력

날짜 아래

찾아와 주는

도우미의

이름과 시간

빨간 동그라미는 아들 내외가 오는 날입니다

혼자 산 지 열 여덟 해

나는 잘 살고 있습니다



1911년 부유한 가정의 외동딸로 태어난 시바타 도요는 10살 무렵 가세가 기울어져 초등학교만 겨우 졸업하게 됩니다. 그 이후 전통 료칸(여관)과 요리점 등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더부살이를 하게 되죠. 20대에 결혼을 하였으나 이내 이혼의 아픔마저 겪게 됩니다. 그리고 33세에 요리사 시바타 에이키치와 재혼하여 한명의 아들을 낳았구요. 그 후 재봉일 등 부업을 해가며 정직하게 살아온 할머니입니다. 1992년 남편과 사별하고 우쓰노미야 시내에서 20년 가까이 홀로 생활하고 있었죠.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피해자들을 위해 "너의 마음만은 휩쓸리지마. 불행의 쓰나미에는 지지마"라는 시를 쓰기도 했었고, 시집의 인세수입 중 100만엔을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지진으로 인해 할머니 자신의 집도 엉망이 되었었다고 하네요.



  <살아갈 힘>

나이 아흔을 넘기며 맞는

하루하루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뺨을 어루만지는 바람

친구에게 걸려온 안부전화

집까지 찾아와 주는 사람

제각각 모두

나에게 살아갈 힘을

선물하네

  <저금>

난 말이지, 사람들이

친절을 베풀면

마음에 저금을 해둬


쓸쓸할 때면

그걸 꺼내

기운을 차리지


너도 지금부터

모아두렴

연금보다

좋단다

시바타 도요 약해지지 마 柴田トヨ 시인 감동





  <하늘>

외로워지면

하늘을 올려다본다

가족 같은 구름

지도 같은 구름

술래잡기에

한창인 구름도 있다

모두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해질녘 붉게 물든 구름

깊은 밤 하늘 가득한 별


너도

하늘을 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비밀>

나,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어


하지만 시를 짓기 시작하고

많은 이들의 격려를 받아

지금은

우는 소리 하지 않아


아흔 여덟에도

사랑은 하는 거야

꿈도 많아

구름도 타보고 싶은 걸



주말이면 찾아오는 아들에게 쓴 시를 보여주고 낭독도 했었다는 할머니. 10대 때부터 시를 써온 아마추어 시인인 아들 겐이치씨는 어머니인 도요 할머니의 시 선생인 셈입니다. 어머니가 쇠약해지며 취미로 하던 일본무용을 못하게 되자 시를 써보라고 권유한 것도 겐이치씨구요. 아들의 권유로 92세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겐이치씨는 어머니 도요 할머니의 시에 대해 이렇게 얘기합니다. "일본에서는 쉬운 말로 시를 쓰면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시는 우리가 알기 쉬운 말로 우리 마음을 전달하는 게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었지요."



<바람과 햇살과 나>

바람이

유리문을 두드려

문을 열어 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 따라와

셋이서 수다를 떠네


할머니

혼자서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기에

사람은 어차피 다 혼자야

나는 대답했네


그만 고집부리고

편히 가자는 말에

 

다 같이 웃었던

오후 

 <너에게>

못한다고 해서

주눅 들어 있으면 안 돼


나도 96년 동안

못했던 일이

산더미야


부모님께 효도하기

아이들 교육

수많은 배움

 

하지만 노력은 했어

있는 힘껏


있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닐까

 

자 일어나서

뭔가를 붙잡는 거야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배운 것 없이 늘 가난하기만 했던 그녀의 인생. 결혼에 한번 실패했었고, 재혼했지만 사별한 이후 20년 가까이 혼자 살며 너무나 힘들어 스스로 죽으려고 한 적도 있었던 한 늙은 여인. 그렇지만 그 질곡 같은 인생을 헤쳐 살아오며 100년을 살아온 그녀가 잔잔하게 들려주는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고 저마다의 삶을 추스르는 힘을 얻게 됩니다. 그 손으로 써낸 평범한 이야기가 현재 초고령사회의 공포에 떨고 있는 일본인들을 위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위로가 현해탄을 건너와 한국인들에게, 그리고 태평양을 건너가 미국인들에게 전해져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겁니다.



 <잊는다는 것>

나이를 먹을 때마다

여러 가지 것들을

잊어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사람 이름

여러 단어

수많은 추억


그걸 외롭다고

여기지 않게 된 건

왜일까


잊어 가는 것의 행복

잊어 가는 것에 대한

포기


매미 소리가

들려오네

 <나에게>

뚝뚝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눈물이

멈추질 않네

 

아무리 괴롭고

슬픈 일이 있어도

언제까지

끙끙 앓고만 있으면

안 돼

 

과감하게

수도꼭지를 비틀어

단숨에 눈물을

흘려 버리는 거야

 

자, 새 컵으로

커피를 마시자



도요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새벽 5시에 일어나 몸을 단장하고 집안 정리를 하셨다고 합니다. 7시반 쯤이면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공과금 납부나 장을 보고, 병원 진료 등 그날의 일을 챙기죠. 바퀴가 달린 보조기구에 의지해서 이동하면서요. 도요 할머니는 시집 후기에서 "혼자 산 지 20년, 저는 잘 살고 있습니다"라고 누구보다 씩씩하게 말합니다. 그리고 살아 있어서 좋았다고, 약해지지 말라고 고백과 격려도 잊지 않았구요. 이 단순한 시집이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이유는 인생의 대선배가 유언처럼 들려주는 듯한 그녀의 이야기여서가 아닐까요?


 <아침은 올 거야>


혼자 살겠다고

결정했을 때부터

강한 여성이 되었어


참 많은 사람들이

손을 내밀어 주었지


그리고 순수하게 기대는 것도

용기라는 걸 깨달았어

 

“난 불행해.......”

한숨을 쉬고 있는 당신에게도

아침은 반드시

찾아와


틀림없이 아침 해가

비출 거야 

  <어머니>

돌아가신 어머니처럼

아흔 둘 나이가 되어도

어머니가 그리워


노인 요양원으로

어머니를 찾아 뵐 때마다

돌아오던 길의 괴롭던 마음


오래오래 딸을 배웅하던

어머니


구름이 몰려오던 하늘

바람에 흔들리던 코스모스


지금도 또렷한

기억

 


오늘의 키워드

#약해지지 마 #101세 할머니 #시바타 겐이치 #일본 시인 #도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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