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내음새/경기

평택 냉면 맛집 오장동 신창면옥, 엄마 뱃속에서부터 먹었던 최애 함흥냉면

자발적한량 2019.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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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맛집 / 냉면 맛집 신창면옥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5월 18일, 금산에 있는 외할머니 산소에 성묘를 갔다가 올라오는 길에 잠시 평택으로 빠졌습니다. 이유는 신창면옥. 풀네임으로 말하면 오장동 신창면옥 본점이라고 해야겠군요. 하지만 본점이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오장동 자리에 있던 분점이 없어져버려서.... 얼마 전 오장동을 지나갔는데, 신창면옥 터에서 빌딩 공사를 하고 있더군요. 신창면옥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후에...

 

주차 공간은 뭐 엄청 넓습니다. 버스도 들어올 수 있고, 경차 전용 구역, 장애인 전용 구역 등 다 갖춰놓고 있어요.


갈 때마다 번번히 주말 저녁이네요. 내부 공간은 무척 넓습니다. 허기사, 과거 중구 오장동에 있었을 때였다면 이 정도 공간으로도 턱없이 부족했겠죠. 줄을 한 시간 넘게 서고 했으니까요. 


냉면 가격은 9,000원. 작년에 왔을 때와 동일하네요. 올해 오장동의 흥남집과 오장동 함흥냉면 시세는 11,000원입니다. 평양냉면 쪽은 더 비싸서, 우래옥·봉피양 14,000원, 을지면옥·평양면옥·필동면옥 12,000원이죠. 신창면옥도 서울 중구 오장동에 계속 있었다면 11,000원이었겠죠? 2,000원 이득인 셈입니다. 


일반적으로 냉면집 가면 따뜻한 온육수를 주는데요. 전 어렸을 때부터 신창면옥에 가면 앉자마자 냉육수도 달라고 하는 게 습관이 되었답니다. 신창면옥은 온육수와 냉육수 두 가지가 있어요. 냉육수는 아는 분들만 찾는 건데. 온육수는 일반적으로 한우 사골, 양지머리, 야채 등을 우려낸 육수고, 냉육수는 동치미를 섞은 육수랍니다. 두 가지 비교하면서 드셔보는 것도 재밌어요. 


1977년 북창동에서 개업을 한 신창면옥은 1980년 서울 오장동으로 옮겨온 이래 쭉 오장동 90-8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흥남집(1953년 개업), 오장동 함흥냉면(1955년 개업)과 함께 오장동 3대 냉면집이었죠. 허영만 화백의 '식객 - 함흥냉면'편에 등장한 집도 바로 이 신창면옥. 만화를 그릴 당시 남한 1세대 주방장을 찾았는데, 겨우 찾은 사람이 14살 때 상경해 흥남옥(흥남집의 원래 상호)의 주방장을 지내다 1977년 신창면옥을 개업한 맹강호 사장님이었다고 하죠. 그러고보니 원래 식객 판넬이 붙어있었는데, 이번에 갔을 땐 안보이네요. 

흥남집, 오장동 함흥냉면, 신창면옥의 관계는 자못 이색적입니다. 특히나 흥남집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죠. 1대 사장님인 맹강호 사장님이 흥남집의 주방장을 수십 년간 지내기도 했고, 1977년 신창면옥이 개업할 때 흥남집 창업주인 故 노용언 할머니께서 직접 간판을 걸어 주신 것을 비롯해 신안 천일염을 공동구매하고, 서로의 냉면을 먹어주는 등 대를 이어 좋은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고 하죠. 신창면옥이 오장동을 떠났긴 하지만, 모르긴 몰라도 그 관계는 변함없지 않을까요? 특정 음식으로 이루어진 음식 골목에 가면 서로 원조를 자부하며 싸우는 경우가 많은데, 훈훈 그 자체죠.


제가 신창면옥을 다니게 된 것은 엄마 뱃속에 있을 때가 처음이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실향민이신데, 저희 친가 식구들이 주기적으로 방문하던 곳이 바로 이 신창면옥이었던 것. 저도 자연스럽게 그 입맛에 길들여진거죠. 어렸을 적 아빠 손 잡고 신창면옥에서 냉면 한 그릇 먹고서 명보극장가서 '딥임펙트'를 봤던 기억도 생생하구요. 고등학생 때 인쇄물을 찾으러 을지로에 온 김에 친구들에게 신창면옥을 소개해 준 기억도 있습니다. 3대째 신창면옥 단골입니다..ㅎㅎㅎ 신창면옥 1대 사장님인 맹강호 사장님이 "신창면옥의 주 고객은 '전쟁 직후 동대문·을지로·청계천에 터를 잡았던 실향민과 그들의 자식, 손자가 주 고객"이라고 하셨다죠? 딱 저네요..ㅎㅎ

그런데 몇 년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었습니다. 신창면옥에서 냉면을 먹으러 오장동에 갔는데, 계산대에 앉아계신 사장님도 모르던 사람이고, 맛도 예전같지 않더라구요. 검색해보니 신창면옥이 평택으로 이전을 했다고... 이제 냉면 어디서 먹어야 하나 너무 서운했죠. 그래도 평택 지날 일만 있으면 일부러 고속도로에서 빠져 나와서 들러서 먹곤 하는데... 결국 분점 이름을 달고 오장동 자리에서 영업을 해오던 곳은 현재 문을 닫고 빌딩을 올리고 있더군요. 그 맛을 따라갈 수 없죠.  


조카가 있었는데 이렇게 유아용 식기까지 따로 주시는 센스. 형수님이 따로 갖고 다니시는 줄 알았는데, 주신거라고 하더라구요.


무생채와 양배추절임이 기본으로 나옵니다. 만두도 주문해서 간장 나왔구요.


손만두가 먼저 나왔습니다. 6알에 7천원이니까 가격은 저렴한 편이죠. 모양이며 속이며 제 친가 쪽에서 명절 때마다 빚어먹는 만두와 비슷합니다. 아무래도 같은 이북이라 그럴까요? 저흰 쪄먹지 않고 국에 넣어 먹긴 하는데... 전 만두 안 먹고 다 조카들 줘서 속 사진을 안 찍었긴 한데, 신창면옥 만두 먹고 맛 없다는 사람은 못봤으니 뭐...ㅎㅎ 


테이블마다 놓여있는 이것은 식초, 설탕, 겨자, 양념장입니다. 각자 취향대로 냉면에 넣어먹으면 맛납니다.



크으, 물냉면 나왔습니다. 회냉면 시킬까 엄청 고민하긴 했는데, 역시 언제나 제 선택은 돌고 돌아 물냉면입니다. 사실 진짜 신창면옥의 맛을 느끼려면 회냉면을 먹는 게 맞긴 한데... 우리가 흔히 먹는 함흥냉면은 함경도에서 즐겨먹던 가자미 회국수가 오장동에서 만들어진 것이니까요. 


냉면 맛있게 먹는 법이 벽에 붙어 있습니다. 아까 보여드렸던 양념장, 겨자, 설탕, 식초를 입맛대로 넣어 드시면 됩니다.


신창면옥을 포함한 오장동 냉면(함흥냉면)들과 평양냉면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면발입니다. 평양식 냉면은 메밀 반죽으로 면을 뽑는 데 비해 함흥식 냉면은 고구마 전분 반죽으로 면을 뽑죠. 원래 함경도 회국수는 개마고원의 고랭지에서 자란 감자 전분으로 면을 만들었는데, 6·25 이후 남한에서는 그런 감자를 구할 수 없어 고구마 전분을 쓰게 되었다고 하죠. 신창면옥에서는 100% 고구마 전분 반죽에서 면을 뽑자마자 얼음물에 헹구며 전분 가루를 씻어냄과 동시에 찰기를 더한 뒤 다진 고기와 간장을 달인 물(맛나니)에 면을 적셔 그릇에 담는다고 합니다. 이 작은 차이가 신창면옥만의 맛을 내는 비결이겠죠?

 

흥남집, 오장동 함흥냉면, 신창면옥의 가장 큰 차이는 육수. 어렸을 때부터 그냥 생각할 것도 없이 신창면옥을 가다가, 한번은 다른 집들 맛이 궁금해서 흥남집과 오장동 함흥냉면을 한 번씩 방문해 본 적이 있습니다. 육수가 정말 제각각이더군요. 일단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흥남집. 생강 맛이 무척 강하더라구요. 색이 쌀뜨물 비슷한? 오장동 함흥냉면은 간장이 강조됐던 기억이 납니다. 색도 우동 국물처럼 간장색이었고, 맛에서도 간장 맛이 느껴졌어요. 


신창면옥의 육수는 그야말로 고기국물입니다. 색이 세 집 중에 가장 탁한, 육수 특유의 진한 색깔입니다. 맛 역시 세 집 중에 가장 고기 맛이 많이 나는, 고소함이 강조됐었어요. 세 집의 국물 맛을 모두 먹어본 뒤에 '아, 왜 우리 친가에서 신창면옥을 집안 맛집으로 정했는지 알겠다'고 생각했죠..ㅎㅎ


수육과 함께 면 집어 올려서 후루룩. 가위로 자르지 않고 먹는 습관이 있어서 정말 후루룩 소리가 납니다..ㅎㅎ 수육을 보니 문득 생각난건데, 신창면옥에서 판매하는 홍어무침과, 회냉면에 들어가는 홍어는 진짜 홍어입니다. 원래 함흥에서는 가재미(표준어 가자미)가 흔해서 그 회를 사용했었는데, 오장동에서는 수급이 원할하지 않은 관계로 홍어를 사용하게 되었다고 해요. 지금은 비록 수입산을 사용하긴 하지만, 간재미(가오리)로 흉내만 내진 않는다고. 신창면옥 나름의 자부심입니다. 참고로 오장동 신창면옥을 인수해서 잠시간 영업을 했던 '신창면옥 분점'은 이를 곧바로 간재미로 대체했었죠. 


입구에 붙어 있던 블루리본서베이. 2017년엔 왜 안 오른 거지ㅋㅋ 오장동 함흥냉면은 2017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으로 미쉐린 가이드 빕 구르망에 선정되었던데... 신창면옥도 서울에 있었다면 그랬을 가능성이 있겠죠? 신창면옥이 생각날 때마다 오장독이 아닌 평택으로 와야 한다는 사실이 좀 서글프긴 하지만... 역시 언제 먹어도 맛있는 신창면옥입니다. 혹시 자식을 낳게 된다면 그 아이도 신창면옥을 다니게 되겠죠?ㅎㅎ 아참, 의정부랑 서울 광진구에 있는 신창면옥은 친척 분이라고 하더라구요. 평소에 디게 궁금했거든요. 상관이 있는 집인가 싶어서. 이상 신창면옥 이야기였습니다!



▣ 오장동 신창면옥 본점 

☞주소

경기도 평택시 장안길 7 (경기도 평택시 장안동 516-5)

☞전화번호

031-682-4887

☞영업시간

 OPEN 10:30 CLOSE 21:00 (Last Order 20:30)  

☞휴무

첫째·셋째 월요일 (여름에는 휴무 X)

☞주차

가능

☞와이파이

가능

☞스마트폰 충전

안드로이드/애플 가능

☞화장실

내부, 남/여 분리

☞주관적 점수

가격  위치  서비스 ★★★ 

맛  분위기 ★★★

총점

★★★


오늘의 키워드

#신창면옥 #평택 맛집 #냉면 맛집 #오장동 냉면 #함흥냉면 #물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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