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야당들이 10일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포함한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했습니다. 제22대 국회는 지난 5일 첫 본회의를 열어 우원식 국회의장을 선출하는 등 헌정사상 최초로 야당 단독 개원을 한데 이어 상임위원장마저 야당 단독으로 선출한 역시 헌정 사상 최초입니다.
10일 국회에서 있었던 본회의에서는 국회 운영위원장에 박찬대 의원, 법제사법위원장에 정청래 의원, 교육위원장에 김영호 의원,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장에 최민희 의원, 행정안전위원장에 신정훈 의원, 문화체육관광위원장에 전재수 의원,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에 어기구 의원이 각각 선출됐습니다. 또한 보건복지위원장에는 박주민 의원, 환경노동위원장에는 안호영 의원, 국토교통위원장에는 맹성규 의원, 예산결산특별위원장으로는 박정 의원이 뽑혔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등 전체 야당소속 의원 192명 가운데 개인 사정으로 불참한 민주당 이재정 의원을 제외한 191명이 투표하여 선출된 11명의 상임위원장은 모두 민주당 소속으로, 야당이 국회의장·법사위원장·운영위원장을 모두 가져간 것 또한 헌정 사상 최초.
앞서 여야는 우원식 국회의장 선출 후 처음으로 원내대표 회동을 두 차례 진행했지만, 핵심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를 놓고 타협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은 원내 제2당, 운영위원장은 여당이 맡아온 국회 관례에 따라 적어도 이 2개 위원장만큼은 사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민주당은 국회법상 원 구성 시한(6월 7일)을 내세우며 조속한 위원장 선출을 압박했는데요.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은 막판 협상안으로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이, 운영·과방위원장은 민주당이 갖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민주당이 이를 거부하면서 협상은 최종 결렬됐습니다.
결국 국민의힘은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상임위 구성안을 제출하지 않았고, 국회 사무처가 상임위에 여당 의원들을 강제 배정하려 하자, 이에 항의하며 의원 108명 전원의 사임계를 국회 사무처 의사과에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야당만 참여한 채 본회의를 소집한 우원식 의장은 이날 본회의 표결 직전 "민생이 절박한 상황에서 국회의장으로서 원구성을 마냥 미룰 수 없었다"며 "여당 소속 의원들의 불참 속에 본회의를 연 것은 국회의장으로서 매우 아쉬운 일이지만, 이렇게라도 국회가 문을 여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죠.
또한 "관례를 존중해 달라는 (여권의) 말씀도 알고 있다"며 "하지만 관례가 국회법 위에 있을 수는 없고, '일하는 국회'라는 절대적 사명에 앞설 수도 없다는 게 국민의 눈높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민주당은 이번주까지 나머지 7곳의 상임위원장도 선출하겠다는 계획.
이렇게 일격을 맞은 국민의힘은 국회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 또는 부분적 협조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채 대책 마련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보이콧은 집권 여당이 민생을 외면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고,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기에는 그간 원 구성 협상에서 핵심 상임위를 전혀 양보할 수 없다는 강경 전략으로 일관했던 터라 돌아갈 명분이 마땅치 않은 상황.
이날 국민의힘은 본회의에 불참한 채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추후 국회 일정 참여 여부와 남아있는 7개 상임위원장직을 두고 토론이 벌어졌는데요. 알려진 바에 의하면, 전반적인 분위기는 의사일정 전면 비협조 등 강경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게 주류인 가운데, 민생 관련 입법 활동에는 참여해야 한다는 현실론도 제기됐다고 합니다.
일각에서는 처음부터 국민의힘이 선거에 참패한 소수 정당으로서 법사위든 운영위든 둘 중 하나는 내주고 나머지 하나를 가져가겠다는 안을 먼저 제안해 협상을 벌였어야 하는데, 법사위와 운영위를 모두 가져가겠다고 버티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보호하려는 이미지를 너무 강하게 인식시켰고, 뒤늦게 전략을 바꿔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이미 더불어민주당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늦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현재 상태에 대해 '의회독재'라며 비판을 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여야 합의로 만든 국회법조차 지키지 않겠다는 건 민주적 절차를 부정하는 몽니에 불과하다"며 "의회 독재 운운하기 전에 자신들이 민주적 절차를 부정하고 있다는 사실부터 인정하고 반성하라"고 반발했습니다. '독재'라는 단어 자체가 하나 또는 소수에 권력이 독점되어 있는 정치적 상태를 말하는 단어인데, '의회독재'라는 단어는 누구 대가리에서 나온 워딩인지 참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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