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썰을 풀다

두발자유, 아직 기나긴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자발적한량 2009.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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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있었던 진성고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그때 T군은 진성고 사건에 관련하여 포스팅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보니 권리침해센터에 제 포스팅이 접수가 되어 게시물이 삭제조치되었습니다. 신고자는 다름아닌 학교법인 진성학원. 삭제 사유는 '원본 게시물 작성자 삭제'입니다. 검색해보니 몇분은 진성학원으로부터 고소까지 당하셨군요. 이와 관련해서 T군은 '부득이'하게 진성고 문제에 대한 언급을 제외한 포스팅을 다시 올립니다. 또한, 당시 사건과 관련된 UCC를 게시했던 진성고 학생의 사과문을 올림으로써 진성고에 대한 언급을 마무리짓도록 하겠습니다. 글의 내용을 보면 진성고와 관련된 언급은 1/4에도 못미치고,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직접적인 연락없이 무턱대고 권리침해 신고를 해주신 진성학원. 그들의 소통 방식은 마치 누구와도 같다고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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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에서 T군에게 보낸 진정에 대한 결정문.

 
 2005년 T군의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서울고등학교의 두발규정은 학생용의복장규정 제2조(두발) 1항에 '앞머리 4cm 이내, 뒷머리는 셔츠 깃을 덮지 않는 스포츠형으로 조발한다.'고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이 규정은 단속을 하는 선생님들마다 다르게 적용되었고 대부분 선생님들 마음대로 적용되기 일쑤였습니다. 또한 학생들도 논리적인 방법으로 대처를 하지 못하고 두발단속을 피하기 위해 선생님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 새벽에 등교를 하는 등의 행동만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학생회는 이런 일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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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게 커트된 머리..^^


 학교 홈페이지에 항의 글을 쓴 사람들은 IP추적을 하여 모두 학생부로 불려갔고 학생들은 선생님들께 '학교에 자리 부족하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면서 이 문제에 대해 조금도 학생들의 의견을 들으려하지 않았습니다. T군은 고민 끝에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하였습니다. 진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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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원위원회의 권고결정문.


"이 글을 쓰면서도 행여나 학교에서 알게 되어 처벌을 받게 되지는 않을까 두려워집니다. 몇년전에 저희 학교의 어떤 학생이 저처럼 글을 올렸는데 학교측에 통보되어 학교에서 엄청난 문책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어 망설이다 글을 올립니다. 저는 서울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학생입니다. 4월 6일 두발검사가 있다고 합니다. 3월에 개학하여 둘째주에 바로 머리를 잘렸습니다. 지금까지 3년동안 7차례 머리를 잘렸습니다. 대한민국은 상위법 우선원칙 아닌가요? 신체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이 보장되는 나라에서 국가의 긴급상황도 아닌 이때에 왜 신체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이 구속당하여야 하는 것입니까? 이대로 가만히 앉아서 6일날 다시 두발검사를 당하고 머리를 잘리는 친구들을 보아야 합니까? 도대체 인권위에서는 왜 이런 사태를 묵인하고 있는 것입니까? 전국 곳곳에서 머리카락이 잘려나가는 학생들이 하루에도 허다한데 왜 눈에 보임에도 불구하고 침묵하고 있는 겁니까? 숨이 막힙니다. 대한민국의 남자로 태어나서 고등학교에서 머리를 잘리고 군대가서 2년동안 머리를 짧게 잘라서 살고 이나라가 공산국가입니까?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숨이 막힙니다."

 얼마 뒤 각 언론사에서 전화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조선일보, 한국일보, 문화일보, 한겨레, 민중의 소리, 교육희망,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등..전화상으로, 혹은 직접 인터뷰를 하였고 처벌이 두려워 학교와 이름을 공개하지 않아 나중에 선생님께 '떳떳하면 왜 이름을 못밝히냐'는 트집을 잡히게 되기도 했습니다. 교육희망에는 제 실명과 사진을 실었는데 한번은 교직원 회의 때 제 기사를 프린트해서 모든 선생님들께 나눠주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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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결정에는 아무런 강제적 집행력이 없었습니다..하지만 이것이 불씨가 되길 바랬습니다.

 
그러던 차에 다시 한번 기자들의 전화로 핸드폰에 불이 났습니다. 뭔 일인가 싶어 기사를 찾아봤더니 국가인권위에서 단속 때 교사가 학생의 머리를 강제로 깎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고 두발 관련 교칙 제ㆍ개정 때 학생 의견을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라고 권고를 한 것입니다. 또한 서울시교육감이었던 공정택 교육감은 운영위원회를 소집하여 두발 관련 규정은 모든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충분한 논의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라는 공문을 각 학교에 보냈습니다. 이때만 해도 드디어 두발자율화가 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서울고등학교에서는. 운영위원회는 형식적이었고 학생들은 자신의 소리를 내지 못했으며 각반 학급회의에서 기초의견을 수렴할 때 선생님들의 입김이 작용하였습니다. 결과는 현행유지였습니다.

 소수의 학교만이 두발자율 혹은 두발규제완화가 이루어졌습니다. T군은 처음에 무척 실망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내고 기다려왔는데, 아무런 집행력없는 권고결정문 한장이 T군의 손 안에..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T군은 생각을 바꿨습니다. 이 것이 시작이라고. 내가 날린 불씨 하나가 여러 사람에게 퍼져 청소년도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게 되길 바라면서..그 후 조금씩 두발규제에 대한 얼음이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두발자유운동을 해온 사람들이 이룬 성과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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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우린 이러한 모습을 보아야 할까요?


 아직도 짓밟히고 있는 청소년들의 인권. 그들에게는 자유가 없습니다. 자유가 없는 이에게는 희망도 없습니다. 어른이라는 사람들은 그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노력해서 되는 게 있고 노력해도 되지 않는 게 있다." 두발규제에 대해 인간의 기본권 침해라며 진정서를 냈던 T군도 이제 22살의 '어른'이 되었습니다. 작년 여름 전국의 중,고등학교 학생회 간부들이 참여한 캠프에서 초청을 받아 명지대로 강연을 갔던 적이 있습니다. 두발규제는 물론 손톱검사, 스타킹 검사, 구두검사, 학교 교표가 인쇄된 양말을 신어야 한다는 학교까지..학생들의 인권은 소위 '교육적인 목적'을 이유로 억압받고 있습니다.



 대학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구요? 무조건 공부만 해서 될 것이 아니라구요? 행동으로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청소년들을 더이상 어른들이 선도해야할 그런 존재로 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분명 청소년은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생각이 다 자라지 않았고 성장하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어른들이 어른들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대상은 아닙니다. 그들도 하나의 인격체이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내 신체를 함부로 훼손하지 말라고, 제대로 된 식사를 하게 해달라고, 내가 사는 물건의 정당한 값을 치르기 해달라고, 좀 더 편안한 시설 속에서 생활하고 싶다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 존중받고 싶다고. 어른들은 청소년에게 이것들에 대한 답을 해줘야 합니다. 그들이 정말 대한민국의 '미래'라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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