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두 알의 계란이 있습니다. 그냥 눈으로 보기에도 확연히 크기가 다른데요. 하지만 두 알 모두 상품명에는 대란이라고 쓰여있고, 1알당 52g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왼쪽은 이마트에서 구입한 18구(936g)짜리 계란이고, 오른쪽은 1월말부터 생필품 장보기 서비스인 슈퍼마트 내에서 '티몬프레시'라는 이름으로 신선식품 판매를 시작한 티켓몬스터에서 구입한 15구(780g)짜리 계란입니다.
분명 같은 대란인데... 중량도 52g으로 동일한데... 자를 대볼 필요도 없이 육안으로 봐도 확연히 다른 두 알의 계란을 보면서, 오늘은 계란(달걀)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 합니다. 요즘 계란값이 금값이라고 AI로 인해 가격이 천정부지로 뛴 상태인데요. 계란값이 올랐다고 뉴스에서 난리를 치며 정부가 나서서 수입을 할 정도로 집집마다 소비량이 많아 생활비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식품이니까요.
클수록 비싼 계란, 하지만 클수록 좋은 계란은 아니다
오늘의 주제는 계란의 크기 구별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잠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대형마트 및 슈퍼마켓 등 어디나 할 것없이 계란의 크기가 클수록 가격을 비싸게 받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크니까 비싼 게 당연한 것 같죠. 회도 생선이 클수록 맛있고, 과일도 대체적으로 크고 무거울수록 맛있죠. 하지만 계란은 좀 다릅니다.
계란의 크기는 닭의 주령(나이)에 비례합니다. 닭도 다른 생물과 마찬가지로 나이가 들면서 장기가 커지는데요. 계란 역시 이와 비례에 커집니다. 즉, 애초에 덩치가 큰 산란계가 낳은 계란이 아닌 이상 영계가 낳은 계란은 작고 노계가 낳은 계란은 크기가 큰거죠. 계란의 중량과 농후난백의 높이를 산식에 의해 수치화해 신선도를 측정하는 호우유닛(Haugh Unit) 수치가 영계가 낳은 계란이 더 높죠. 큰 계란의 껍질이 더 얇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과적으로 특란, 왕란 등 알이 클수록 노계가 낳은 계란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무조건 큰다고 하여 좋은 건 아니라는 얘기. 이 사실은 크기 구별과는 별개로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네요.
자, 원래 취지로 돌아와보죠.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는 계란 품질 향상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자는 취지에서 2003년 계란등급제를 도입했습니다. 계란의 등급을 품질과 중량 규격 두 가지 기준으로 나누는 기준인데요. 우선 품질에 대해서는 외관판정, 투광판정, 할란판정을 통해 1+, 1, 2, 3 등급으로 구분하여 판정하고 있습니다. 이건 일반 소비자들이 쉽게 알기는 약간 어려운 부분이라 패스하구요.
두 번째 기준인 중량 규격. 요건 그래도 육안으로 쉽게 식별이 가능하죠. 중량규격은 계란의 중량에 따라 5등급으로 나뉘게 되는데, 68g 이상은 왕란, 60g 이상 68g 미만은 특란, 52g이상 60g 미만은 대란, 44g이상 52g미만은 중란, 마지막으로 44g미만은 소란입니다. '특'자라 들어가서 가장 클 것 같지만 왕란이 제일 큽니다..ㅎㅎ 참고로 시중에 유통되는 계란의 80%가 특란에 속한다고 하는군요.
의무가 아닌 권장인 계란등급제, 소비자는 그냥 믿으라?
이렇게 품질등급과 중량 규격별 등급 판정을 받은 계란은 계란 껍데기에 등급판정 확인 표시를 해서 소비자들이 등급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합니다. 문제는, 등급판정을 받은 계란이 10%도 안된다는 사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한 해동안 등급판정을 받은 계란은 전체 계란 생산량의 7.5% 정도로 추정된다고 하는데요. 애초부터 무작위 샘플 추출 방식으로 검사할 뿐더러, 그마저도 쇠고기, 돼지고기와는 달리 권장사항이라는 맹점이 있습니다.
등급제가 시작된지 15년이 지났음에도 등급판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은 자발적으로 신청한 집하장 46곳 뿐. 이러한 점이 바로 제가 구입한 계란이 둘다 대란임에도 불구하고 크기가 확연히 다른 이유입니다. 그냥 업체들이 대란용기에 포장해서 넣으면 대란인 줄 알고 사먹어야 하는 실정인거죠. 2014년 등급판정 현황을 살펴보면 1+등급이 8억6,715만개(93.5%), 1등급이 6,037만개(6.5%), 2·3등급이 35만개(0%)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행 계란등급제에서는 신청만 하면 대부분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셈인데다가 그나마도 등급판정을 받은 계란이 시장점유율 7%대라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등급제 외에도 무항생제 인증, 동물복지 인증,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과 같은 인증제도가 있지만 이 또한 시행기관이 제각각이라 일관된 기준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계란 유통업자들이 말하는 등급제 참여도 저조의 이유가 바로 물세척 기준입니다. 1등급 판정을 받기 위해서는 계란 물세척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가장 저렴한 세척기가 900만원이고 비싼 것은 5억원 수준이어서 영세 유통업자들은 세척시설을 갖출 여력이 없다는 것이죠.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축산물품질평가원이 2015년 내놓은 개선책이 뭘까요? 1등급 평가 기준에서 물세척이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세척 과정을 거치면 된다는 것으로 표현을 바꾼 것이랍니다..ㅎㅎ
여러분께서 오늘 드신 계란은 과연 계란등급제의 기준에 맞게 표기되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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