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라크에 살고 있는 한 친구로부터 밤양갱을 먹고 싶은데, 이라크의 한국 마트에서는 찾을 수가 없다고 연락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감은 잡았는데, 역시나... 바로 비비의 '밤양갱' 뮤직비디오를 보고선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밤양갱을 보고 그런 말을 한 거였더군요. 지난 13일 발매된 '밤양갱'이 멜론, 지니, 벅스, 네이버 바이브, 플로, 유튜브뮤직 등 6개 음원사이트 일간·주간차트를 휩쓰는 '퍼펙트올킬'을 기록하며 르세라핌 등 아이돌은 물론이고 아이유 같은 음원 강자까지 제치고 2024년 연초 음원 차트의 승기를 잡았습니다.
'밤양갱' 히트의 출발은 음원 출시를 약 일주일 앞두고 출연한MBC '라디오스타'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비비는 '밤양갱'의 첫 소절을 불렀는데, 달콤한 가사에 사랑스러운 표정까지 합쳐져 방송 이후 틱톡과 쇼츠에서 큰 인기를 끌었죠. 라스에서 노래를 부르는 부분만 편집된 영상잍 틱톡에서 무려 67만 개 이상의 좋아요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밤양갱을 먹으면서 노래를 부르는 숏폼챌린지를 비롯해 제니, 이효리 등 스타들의 응원을 업고 본격적인 인기가도를 달리게 됩니다. 일단 노래의 러닝타임 자체도 2분 25초로 짧아서 요즘 트렌드와 맞아떨어지구요. 다가오는 봄기운이 물씬 느껴지는 왈츠풍에 외워 부르기 쉬운 우리말 가사로 이지리스닝의 흐름까지 잘 탈 수 있었죠.
재밌는 점은 이 달달하고 간지러운 분위기의 멜로디와는 달리 가사는 이별 이야기를 담고 있단 점입니다. '밤양갱'을 작곡한 장기하는 이 노래를 2018년 발매한 장기하와 얼굴들의 '나란히 나란히'에 대한 답가로 구상해 수년 전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장기하가 '상대방은 원하지도 않는 것을 주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나도 지치고 상대도 외로워졌던 건 아닐까'라고 곡 설명을 단 '나란히 나란히'에는 헬리콥터, 돛단배에 이어 우주선까지 다 태워주려 했는데 이별을 맞이한 남자의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그리고 '밤양갱'에는 '진수성찬이 아니라 밤양갱 하나로 충분했다'는 내용이 담겼죠. "너는 바라는 게 많아"라며 헤어지자는 남자의 말에 집으로 돌아와 "바라는 건 딱 하나, 밤양갱"이란 걸 깨닫는 스토리입니다. 비비는 "밤양갱은 단순하고 소박하고 가장 값진 사랑 그 자체"라는 장기하 설명을 듣고 노래를 녹음했다고 합니다.
한편 이번 '밤양갱'의 뮤직비디오에는 비비의 배우로서의 면모도 알차게 담겼습니다.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최악의 악’, 영화 ‘화란’ 등에 출연한 바 있는 비비는 가수로 활동할 때는 '비비'라는 예명으로, 배우로 활동할 때는 본명인 김형서를 사용하죠. '라디오스타'에 출연했을 때 비비는 "가수 비비로 활동할 땐 할아버지 사랑을 기억하고자 눈 밑에 붉은 점 두 개를 찍는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뮤직비디오에선 비비의 두 얼굴이 동시에 등장합니다. 이별하는 주인공은 김형서, 꿈 속의 마녀는 비비라서 보는 재미까지 더해졌는데요. 풍부한 감정을 담아 노래하는 모습은 대화체로 구성된 '밤양갱' 가사에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줍니다.
작곡가 미친감성은 비비를 "신이 내린 재주"라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요. 비비는 댄스 '나쁜X', 발라드 '우리가 헤어져야 했던 이유' 등의 히트곡에 이어 장기하표 인디음악까지 소화하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줬고 연기로도 대중을 설득한다는 점에서 아이유의 행보를 밟아나가고 있습니다 미친감성은 "10년만에 이런 가수가 나와 반갑다”고 말했죠. 실제로 비비의 별명이 '음지의 아이유'이기도 합니다. 아이유의 노래들이 대중들의 눈높이였다면, 비비의 노래들은 그보다 개성이 강했죠. '불륜', '나쁜X', '피버', '사장님 도박은 재미로 하셔야 합니다', '조또', '철학보다 무서운 건 비비의 총알' 등 장르를 넘나들며 강한 제목의 노래를 냈고, 19세 이상 관람가인 뮤직비디오도 주저없이 만들었죠. '비비의 노래는 숨어서 들었다'는 댓글 반응이 많았어요.
이번 '밤양갱'은 비비의 발표곡 중 가장 대중적이며, 비비가 잘 드러내지 않았던 사랑스러운 매력이 강조된 곡입니다. 기존의 비비의 모습을 좋아했던 팬들은 '밤양갱도 갱(gang)이다' '갱 들어간 노래 중 가장 달달하다' 등의 댓글놀이로 비비의 색다른 변신을 즐기고 있죠. 이 밈을 살려 비비는 틱톡에서 '밤양갱도 갱이다'라는 손가락 챌린지를 열었는데, 눈코입을 그린 손가락으로 연기하는 간단한 챌린지로, 타이거JK·전소연·르세라핌 등이 참여했습니다.
비비는 '밤양갱'의 인기에 대해 "너무나 큰 에너지와 열정을 받았다. 덕분에 ‘밤양갱’과 비비를 더 뜨겁게 만들어줬다"고 인사를 전했습니다. '밤양갱' 작업에 대해선 "50년 전에 활동하는 가수라고 몰입해 작업했다. 현재와 그 시절은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 생각하며 노래했다. 아마도 그 묘한 밸런스를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고 밝혔죠. '밤양갱'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 상승세를 탈 것 같습니다.
그런데 네티즌들 사이에서 소위 '학계의 정설'처럼 퍼져 있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이 '밤양갱'이 사실 곡을 만든 장기하가 아이유를 줄 수 없어서 비비를 줬다는 이야기. 장기하와 아이유는 2015년 "2년 전부터 만나고 있었다"며 열애를 인정한 뒤 2017년 결별소식을 전한 바 있습니다. 장기하는 '밤양갱'을 만들어 놓고 무려 5년 동안 장롱 속에 보관해뒀다가 주변의 권유로 비비에게 들려줬는데, 비비가 이를 듣고 너무 좋아서 부르고 싶다고 해 성사된 곡인데요. 물론 시기 상으로는 이미 아이유와 결별한 이후 만들어진 곡이지만...아이유 AI버전의 '밤양갱'을 들어보시면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가실 겁니다. 여튼 이렇게 '어둠의 아이유'는 전 남자친구가 만들어준 곡으로 아이유의 음원을 제치고 음원시장을 휩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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