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 참패 후 후보 교체론 대두, 민주당 내에선 '아름다운 퇴장' 주장 나와
지난 27일(현지시각 기준) 있었던 미국 대선 첫 TV토론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참패를 당하면서 첫 스텝부터 제대로 꼬였습니다. TV토론 이후 민주당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을 대체할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후보 교체 주장'이 등장했죠.
6월 30일 CBS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유권자 1,1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이 직무 수행에 있어 신체적‧정신적으로 적합하다고 보냐는 질문에 27%의 응답자만이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지난 6월 중순 유권자 1,881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 당시 동일한 질문에 35%가 그렇다고 답한 것보다 부정적 평가가 높아진 수치. 사실상 바이든 대통령 스스로 초래한 결과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토론 도중 단어를 잘 생각하지 못한 다거나 몇 초 간 답을 하지 못하는 등 그가 인지 및 발화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드러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예전보다 훨씬 노련하고 매끄러워졌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두 사람의 차이가 더욱 극명하게 부각됐죠.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된 것은 '아름다운 퇴장'. 익명의 민주당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은 토론에서 실패했다고 아우성치는 사람들에게 굴복하기엔 자부심이 강하며 무대에서 질질 끌려내려가지 않을 사람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스스로 물러나는 형식이 필요하다. 바이든 대통령의 여동생 발레리 바이든 오언스, 테드 카우프먼 전 델라웨어주 상원의원 등 최측근들이 바이든 대통령을 설득해 품위 있게 자신의 의지로 떠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죠.
바이든 일가의 캠프 데이비드 가족회의 결과, '사퇴는 없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 측은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TV 토론 이후 가족과 참모진을 이끌고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 들어갔습니다. 애초부터 잡힌 일정이었지만 공교롭게도 TV토론이 폭망하면서 추후 행보에 대한 회의가 열리게 됐죠. 그런데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레이스를 계속 이어 가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민주당에 확신을 줄 방안을 논의했다고 합니다.
백악관의 한 참모는 "온 가족이 하나로 뭉쳤다"면서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조언자인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차남 헌터 바이든이 완주를 강하게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가족 중 일부는 론 클레인 전 백악관 비서실장, 어니타 던 백악관 수석보좌관 등 참모진을 향해 개인적인 '분노'를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죠. 이렇게 중도 사퇴를 일축한 바이든 캠프는 1일 오후 선거자금 모금위원회를 위한 콘퍼런스콜을 열며 후원자들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질 여사가 토론 참패의 여파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을 '어린애처럼 달래가며' 선거 완주를 격려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터넷매체 액시오스는 "대통령이 질 여사와 여사의 핵심 측근 등 '인의 장막'에 가려져 백악관 내부에서조차 바이든의 정확한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며 이들 상당수가 토론 결과에 충격을 받았다고 진단했죠.
바이든의 사퇴도, 사퇴 거부도 두려운 민주당, 지지 표명 뒤 복잡한 속내
일단 민주당 지도부는 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 공개 지지를 재확인하고 있습니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이날 CNN 등에 출연해 TV 토론에 대해 "나쁜 밤이었다"면서도 "바이든의 재임 중 업적이 토론 성과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으며,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래피얼 워녹 상원의원,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 등 당 지도부도 지지 의사를 표시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오랜 측은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역시 "세계가 (토론이 있었던) 하룻밤이 아니라, 지난 3년반 경험한 것이 바이든의 리더십"이라면사 "전세계의 여론조사를 보면 지난 3년반 미국 리더십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상승한 것을 반복해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죠.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바이든의 레이스 완주만큼이나 후보 교체 역시 두려워한다고 진단하기도 합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J 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같은 젊고 활기찬 이미지를 선호하지만 '첫 흑인 여성 부통령'이라는 카멀라 해리스의 상징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죠. 하지만 이 후보군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적할 인물로는 마뜩잖은 상황. 당 관계자는 "바이든이 물러나면 5급 허리케인이 불 것"이라며 그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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