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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의도 철도 철거... 남북 잇는 육로는 이제 모두 막혔다

자발적한량 2024.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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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후 3차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대화의 급물살을 탔던 남북관계는 2019년 들어 급속도로 냉랭해졌고, 북미정상회담까지 별 성과없이 끝난 이후 북한이 2020년 6월 16일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무단으로 폭파시키면서 순식간에 얼어붙었습니다.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을 전후로 '선제타격론' '북한 주적론' 등 대결주의적 주장들이 힘을 얻었고, 북한은 그해 3월 금강산에 위치한 현대아산 소유의 호텔해금강마저 무단으로 철거시켰죠.

 

2023년부터 북한은 '두 국가론'으로 대남 노선을 재설정하기 시작했습니다. 김정은은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 '한국' 등으로 남한을 지칭하면서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기 시작했죠. 이렇게 동족의 흔적을 완전히 뺀 이러한 북한의 대남 지칭은 한국을 불변의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더이상 통일의 대상이 아닌 전혀 다른 국가로 인식하겠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내비친 것.

 

최근 북한이 남북을 잇는 경의선 철도를 철거하는 움직임이 군 당국에 포착됐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말부터 경의선 철도 북측구간에서 침목과 레일 등을 철거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미 북한은 지난 5월 군사분계선에서 금강산 쪽으로 이어지는 동해선 철도를 철거한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경의선, 동해선 주변 전술 도로에 지뢰를 매설했고, 지난 3월에는 일반 도로 주변에 설치된 가로등을 제거하기도 했습니다.

 

경기도 문산에서 군사분계선을 통과해 개성까지 이어지는 이 경의선 철도는 남북 교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북은 2000년 6·15 정상회담에서 분단으로 인해 단절된 철도를 연결하기로 합의했고, 2003년 경의선 문산-개성 구간이 연결된 데 이어 2007년 5월 철도 시범 운행이 시작됐죠.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살사건으로 운행이 멈추기 전까지 222회에 걸쳐 남북 간 화물 열차가 실제로 운행됐습니다. 이후 2018년 판문점 정상회담을 계기로 10년 만에 남북 철도가 다시 연결됐으며, 그해 12월 개성 판문역에서 착공식까지 진행된 바 있죠.

 

이러한 북한의 남북 단절 조치는 지난 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접경지역의 모든 북남 연계 조건들을 철저히 분리시키기 위한 단계별 조치들을 엄격히 실시해야 한다"고 지시한 뒤 본격화됐는데요. 결국 이번 북한의 경의선 철거로 사실상 남과 북을 잇는 육로는 모두 막혀버렸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실패로 규정짓고 3차 남북정상회담을 '정치 쇼'라고 비판한 바 있으며, 국방백서상 주적 표현 부활, 한미연합훈련 강화, 사드 정상화 등을 통한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했습니다. 2023년엔 통일부에  "북한이 핵실험을 계속하는 한 단돈 1원도 주지 마라"고 지시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고, <북한인권보고서>를 공개 발간하고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 세력의 진영화'와 북핵 저지를 이유로 우방국인 미국, 일본과 함께 '한-미-일 3각 유사동맹' 구축을 추진 중이죠. 북한의 경의선 철도 철거에 대해서 통일부는 통일부는 "관련 동향을 관계기관과 함께 예의주시하고 있다"라면서 "경의선, 동해선 철로 도로 연결 사업은 우리의 차관 지원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북한의 차관 상환 의무가 있음을 분명히 한다"라고 밝혔을 뿐입니다.

 

최근 20대부터 50대까지 각 연령층이 모여서 북한에 대한 대화를 잠시 나눈 적이 있습니다. 저는 학생 시절 '통일 글짓기' 등 많은 통일 관련 교육을 받아온 세대입니다. 통일이라는 것이 당연히 한반도에 사는 한민족이 해야 하는 것으로 여겼고, '우리의 소원'을 부르면서 자랐으며, 할아버지는 이산가족이시죠. 하지만 소위 'MZ세대'라 불리는 20대에서는 우리가 굳이 북한과 통일을 해야 하는 당위성을 선뜻 수긍하지 못하는 인상이 확실히 깊더군요. 그러한 인식을 옳다 그르다 판단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만큼 분단이 고착화되면서 남한과 북한이 하나의 민족이며, 결국엔 하나가 되야 한다는 인식이 점차 흐려진 것이죠. 최근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이제 우리 가족 중에 더이상 북한과 직접적으로 연관있는 사람은 남아있지 않게 되었습니다. 왠지 그냥 이렇게 남한과 북한은 대한민국과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으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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