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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각하의 사진께서는 존영이 맞으시다(!)

자발적한량 2016.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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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존영 논란...존영이 뭐길래


박근혜 존영 새누리당 유승민 주호영 박정희 탄신제 대통령 각하 노무현 애국 독재 탈권위 권위주의

존영(尊影). '높다' '우러러보다'는 뜻의 높은 존(尊)에 '초상' '사진'을 뜻하는 그림자 영(影)을 써서 사진이나 초상 등을 극히 높여서 부르는 단어입니다. 이 단어를 처음 들어보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을 겁니다. 저 같은 경우는 살아있는 사람을 두고 '존영'이라고까지 부르는 걸 본 건 처음입니다. 아 물론 영정과는 달리 그저 높이는 존칭이긴 하지만, 최근 들어 그런 쓰임을 본 적이 없어요. 집에 있는 할아버지 사진보고 존영이라고 부르는 거 들어보신 분 혹시 계신가요? 어떤 네티즌은 "40여년 살면서 처음 듣는다"고까지 했다죠? 이 네티즌의 어휘력이 딸리지 않는다는 것은 그 말에 동질감을 느끼는 사람의 수로 증명이 됐구요. 뭐...고급어휘라고 말하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워낙 흔히 사용되지 않다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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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어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게 된 것은 대구 지역에서의 친박 - 비박간 진흙탕 싸움에서 입니다. 새누리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고 무소속으로 출마를 선언한 대구 지역의 유성걸, 유승민, 권은희, 주호영 의원에게 새누리당 대구 선대위는 "2013년 6월 새누리당에서 당소속 국회의원 소속 사무실에서 배부해드린 대통령 존영(尊影)을 오는 29일까지 반납하라"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이에 대해 주호영 의원은 "갖고 가고 싶으면 와서 떼 가라"고 답했고, 유승민 의원은 "계속 달아놓고 있겠다", 권은희·유성걸 의원은 "반납할 수 있는데, 그러면 우리가 자체적으로 다른 사진을 마련해서 걸겠다"는 반응을 보였죠. 결국 탈당했으니까 박근혜 대통령 이미지 앞세우지 말라는 어깃장으로 인식할 수 있겠습니다. 이에 대해 


이 논란에 대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머리 아픈 일이 많이 있었는데 아주 좋은 코미디를 보는 기분이었다"고 이를 비판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지금이 무슨 여왕시대냐"고 쏘아붙였죠. 역사학자 전우용은 "곧 박근혜 '존영'에 기도하는 신자 나오겠다"라며 일침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박근혜는 '각하', 노무현은 '육시랄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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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를 돌려보죠. 한 때 한국에서는 대통령에게 '각하'라는 호칭을 사용하도록 규정지어졌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 때인데요. 1966년 3월 15일 동아일보 기사를 보면, 지방 순시 중이던 박정희 대통령을 본 꼬마아이들이 "저기 박정희 지나간다"며 따라왔는데, 이에 박 대통령이 "어른에 대한 존경심이 떨어졌다"며 통탄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합니다. 여하튼 박정희 대통령 시절 총무처에서는 대통령에게 '반드시' '각하'라는 호칭을 사용하라고 지시가 내려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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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 호칭이 사라지게 된 것은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입니다. 국민의정부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공식 호칭을 '대통령 각하'를 '대통령님'으로 바꿨고, 뒤를 이은 참여정부에서는 아예 '님'자조차 빼버리고 '대통령'으로 변경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은 더욱 가열찬 탈권위적 행보를 보이며(ex: 전직 대통령이 동네 구멍가게에서 허름한 옷을 입고 담배를 물고 있는 등) 옆집 아저씨, 할아버지와 다른 것 없는 모습을 보여줘 강한 임펙트를 남겼죠. 물론 대통령이라는 직책에 대해 존엄의 의미를 투영시키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경망스러운 언행을 저지른 대통령이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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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서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모습으로 회귀 중입니다. 2014년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이완구 전 총리가 청와대에서의 오찬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각하' 호칭을 수 차례 언급해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하냐'는 논란이 일었기도 했구요. 2013년 더민주의 전신인 민주당의 홍익표 당시 원내대변인이 제국주의를 비판한 일본 작가 시바 료타로의 저서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 일부를 언급하며 박정희를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람'이라는 뜻의 '귀태'로, 박근혜를 '귀태의 후손'으로 언급해서 논란이 됐는데, "한국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취임을 계기로 국가주의 운영시스템이 한국에 자리잡았다고 설명하고 있으며, 이 시스템을 비판한 것"이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정통성과 대선을 부정하고 자유민주주의에 정면 도전하는 폭언이자 망언" "막말 수준이 아니라 대선 불복종 연장선의 완성"이라며 청와대와 여당이 격한 반응을 보이는 등...국회의원의 신분으로 홍익표 의원의 발언도 지나쳤지만, 청와대 - 새누리당이 보인 반응은 좀...상식 밖이라고 할만큼 과잉이었죠. 뿐만 아니라 국가 공무원 시험에서 핵심 선발기준을 '애국심'으로 삼거나 황교안 국무총리가 "애국가를 4절까지 완창할 수 있어야 애국자"라고 말하는 등 유독 이 정부 들어서 '애국'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어이없는 이유로 병역 면제를 받고 탈세 및 투기 등 각종 의혹으로 얼룩진 정부에서 할 말이 아닌 것 같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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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노 대통령을 두고 공개석상에서 '노무현이'라고 지칭하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모습도 잊혀지지 않을 뿐더러, 2004년 주호영, 심재철, 이혜훈, 나경원, 정병국 등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의원들로 구성된 '극단 여의도'가 전남 곡성의 한 마을에서 공연했던 '환생경제'에선 당시 재임 중이던 노 대통령을 두고 '육시랄놈' '개잡놈' '거시기 달고 다닐 자격도 없는 놈' '사내로 태어났으면 불알값' 등의 막말을 쏟아냈던 것도 기억합니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파안대소를 하며 공연을 즐겼죠. 박근혜 대통령의 앙칼진(?) 웃음소리는 환생경제 영상에서 확연히 들려옵니다.




그리워라 유신 독재여, 그리워라 천황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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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쯤 되면 확연히 그들의 논리가 드러납니다. 말 그대로 '논리'가 없는 것이지요. 일관성이 없고.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을 '존영'이라는 듣고보도 못한 단어까지 사용해가면서 존경의 뜻을 나타내는 이들이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이름만 부르는 것으로도 모자라 온갖 쌍욕까지 퍼부으면서...그렇기에 그냥 그들의 머릿 속을 두고 '그러려니' 하며 이해를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분노 조절 장애 등을 가진 이에게 논리를 이해시키기 위해 설명하는 것이 무의미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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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존영'이라는 명칭을 붙일 합당한 사유도 존재합니다. 대한민국은 박정희 대통령의 '탄신제'가 거행되는 나라입니다. 탄신(誕辰)이란 임금 혹은 석가모니, 예수 그리스도와 같은 성인 같이 높거나 훌륭한 사람이 태어난 것을 기념하는 말이죠. 네, 박정희는 대한민국에서 그 정도로 추앙받습니다. 심지어는 탄신제의 주최가 지자체인 구미시죠. 내년에는 '탄신 100주년'을 맞아 음악제나 국제학술대회 등 성대한 기념사업을 준비할 '탄신 TF'팀까지 생겼다고 하죠? 그 외에도 전국 각지에서 박정희가 사단장 시절 공관으로 썼던 건물 복원, 전역했던 장소, 5·16 군사 쿠데타를 모의한 가옥 등을 재정비하며 '신격화'에 열심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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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의 '탄신제'와 박근혜의 '존영'. 이와 비슷한 국가가 있습니다. 바로 북한. 독재국가인 북한에서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사진·초상화를 '태양상'이라고 부릅니다. 지난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로 한국을 방문했던 북한 미녀 응원단이 지나가던 중 비에 젖은 김정일의 사진이 걸린 플랜카드를 보고 눈물을 흘리며 가슴에 품었던 웃지못할 일화가 있었는데요. 아! 하나 더 있네요. 일제시대 당시인 1930년 10월 31일 동아일보가 일본 천황 부부의 사진 교체를 보도하며 '양폐하어존영(兩陛下御尊影)'이라는 제목을 달기도 했습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노라면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가 추구하는 가치가 눈에 보이지 않습니까? '종북', '친일'. 북한의 '태양상'이 어지간히 부러웠으면, 일본의 '양폐하어존영'이 얼마나 부러웠으면 그랬을까 싶어 짠하기까지 합니다. 그리우시겠죠 과거가. 존영을 존영이라 부르지도 못하고, 시끄럽게 떠들어대니. 박근혜 대통령 '각하'께 '반자이'까진 안붙이겠습니다. 그거까지 붙이면 국정원이 쳐들어올 것 같아서.


여하튼 우리는 반인반신(半神半人)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은 존영(尊影)이 맞다고 인정해줘야 합니다. 51.6%의 나라 대한민국에서는 그게 맞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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