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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 소추안 가결, 대한민국 헌정사의 역사 새로 쓰다

자발적한량 2016.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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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치사가 새로운 지평이 열렸습니다.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인 박근혜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습니다. 국회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것은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두 번째입니다.

필연적으로 비교될 수 밖에 없는 두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 잠시 살펴보죠.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이 여당 지지 발언을 했다는 것에 대한 선거법 위반을 직접적인 사유로 하여 측근비리 및 경제 파탄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는 정치지형학적 측면에서 탄핵소추안에 발의·가결되었는데요. 당시 박관용 국회의장이 경호권까지 발동해 의장석을 점거 중이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몰아내고 소추안 표결을 강행해 193명의 찬성으로 기습 가결됐죠. 하지만 이러한 탄핵소추안 가결은 '의회쿠데타'로 인식되어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켜 약 보름간에 걸친 대규모 촛불집회를 불러왔고, 한 달 뒤 있었던 제17대 총선에서 탄핵을 주도했던 한나라당, 새천년민주당, 자유민주연합은 참패를 한 반면 열린우리당은 152석을 얻으며 국회 과반을 확보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탄핵소추안 가결 약 2개월 뒤인 5월 14일 헌법재판소는 탄핵 심판에서 기각 결정을 내리며 노무현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했죠.

그리고 두 번째로 맞이한 탄핵정국.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특가법상 뇌물죄를 비롯해 직권남용과 강요, 공무상비밀누설죄 등입니다. 검찰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 결과 박근혜 대통령을 공범으로 지목했을 정도였죠. 수사 대상에 오르지 않았던 노무현 대통령과는 극명한 차이가 있죠. 가장 큰 차이점은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입니다. 정치권에서 이루어진 탄핵에 대해 국민적인 저항을 불러일으켰던 노무현 대통령 때와는 달리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은 바로 주권자인 국민들이 정치권에 끊임없이 요구를 하여 이루어진 결과물이니까요. 대선 구도, 황교안 국무총리의 권한대행체제, 탄핵소추안 가결 여부 등을 정치적으로 저울질하며 탄핵소추안 발의를 미루던 정치권을 압박한 것이 바로 국민이었다는 점이 근본적인 차이일 것입니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터진 이후 3차례에 걸친 대통령 담화문 발표 등 수많은 방해공작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당)·국민의당간의 의견 불일치 등 장애물들이 많았지만 결국 민주주의라는 커다란 강의 흐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사실 오늘 이 역사적인 순간을 두 눈으로 보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그런데 제가 속해있는 한국블로거협회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질의한 결과 더불어민주당 몫으로 배정된 방청석을 모두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제공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단장이 끊어지는 아픔을 겪으면서 지금껏 견뎌온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오늘의 결과가 부족하지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오늘 표결에 앞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맡은 것은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 당초 더민주당 이춘석 탄핵추진실무단장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었지만 지난 9월 김재수 장관 해임안 표결 당시 같은 당의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가 제안설명을 했었기 때문에 국민의당에서 이를 맡았던 것입니다.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이 자유발언을 신청한 것을 비롯해 새누리당 유승민·조원진·안상수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했고, 나경원 의원 역시 의사진행 발언 문의를 했으나 제안설명 이후 곧바로 표결이 이루어졌습니다. 300명의 국회의원 중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이 유일하게 투표에 불참하여 299명 참여 상태에서 이루어진 표결. 결국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가결되었습니다. 탄핵이 가결을 선포한 정세균 의장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오늘 우리 국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시켰습니다. 탄핵에 대한 찬반여부를 떠나 이 자리에 계신 여야 의원님을 비롯하여 국민 여러분들 마음 또한 한없이 무겁고 참담하실 것입니다. 더 이상 헌정사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의원 여러분, 지난 수개월동안 국정은 사실상 마비상태였습니다. 이제 탄핵안이 가결된 이상 더 이상의 혼란은 없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 경제는 백척간두의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경제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꺼리고 각종 구조조정과 일자리 부족으로 국민들은 내일의 희망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얇아진 주머니에 소비는 줄고 자영업자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 공직자 여러분께 당부드립니다. 비록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될지라도 국정은 흔들림이 없어야 합니다. 오늘 탄핵안 가결로 정치적 불확실성은 상당부분 해소되었습니다. 공직자 여러분께서는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민생을 돌보는 일에 전력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의원 여러분, 이제 탄핵안은 우리 손을 떠났습니다. 지금 이순간부터 우리 국회도 국정의 한축으로써 나라가 안정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야 합니다. 민심에 부응하고 민생을 살리는 국민에게 힘이되는 국회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갑시다. 감사합니다.

2016년 12월 9일, 정세균 국회의장,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 선포

오늘 가결된 탄핵 소추안에 대해 정세균 의장이 결재하는 대로 탄핵소추 의결서 정본은 국회법 제134조에 따라 권성동 법사위원장에게 송달됩니다. 또한 국회는 의결서 등본을 헌법재판소 심판민원과, 청와대에 송달하고 권성동 위원장은 정본을 헌재에 접수하죠. 헌법재판소는 최대 180일 이내에 탄핵 결정을 위한 심리에 착수하게 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가 보낸 소추안 등본을 받는 즉시 직무가 정지됩니다. 그리고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직무를 수행하게 되죠.

앞으로의 정국 역시 혼란스러울 것입니다. 헌법재판소의 심리 결과도 기다려야 하구요. 황교안 총리 체제에 대한 논의, 새누리당 내 친박·비박계의 양분 및 분당 가능성, 더민주당·국민의당간의 의견 충돌 등. 하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정치인들은 정치역학적 셈법을 버리고 민의를 받드는 것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정치권의 더딤을 준엄하게 꾸짖으며 대통령 탄핵까지 상황을 끌고 온 국민들이 바로 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라겠습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 10.21 =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통령이 법을 어긴 정도가 현저하면 탄핵소추도 할 수 있다"고 발언

▲ 10.24 = 박근혜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서 개헌논의 공식 제안. JTBC, 최씨가 쓰던 태블릿 PC를 입수해 국정개입 정황 보도.

▲ 10.25 = 박근혜 대통령, 1차 대국민담화 "일부 연설문과 홍보물 표현 등에서 도움받은 적 있다"고 인정, 정의당 심상정 대표, 기자회견에서 "이론적으로 충분히 탄핵이 가능하다"고 언급

▲ 10.26 =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 탄핵 주장. 지도부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경계

▲ 10.27 =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의원총회에서 "일부 흥분한 국민처럼 탄핵을 요구하고 하야를 요구해선 안 된다"고 발언

▲ 11.2 = 박근혜 대통령, 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내정…야권 대선주자 탄핵 시사하며 반발

▲ 11.4 = 박근혜 대통령, 제2차 대국민담화 "검찰 조사·특검수용…모두 제 잘못"

▲ 11.7 = 국민의당 천정배 전 공동대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당장 탄핵소추 논의 시작하자"고 제안

▲ 11.8 = 박근혜 대통령, 국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만나 국회에 신임 국무총리 추천 요청

▲ 11.13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여권서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 공개 주장

▲ 11.17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 박근혜 대통령의 잘못으로 밝혀지면 탄핵으로 가는 게 올바르다고 발언

▲ 11.20 = 검찰, 중간수사결과 발표 통해 "박 대통령이 공모관계"라고 적시. 야권 차기 대선주자 8인·새누리당 비주류 비상시국위원회, 국회에 탄핵추진 요청

▲ 11.21 =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野3당, 탄핵추진 당론 결정 

▲ 11.27 = 전직 국회의장·국무총리 등 원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내년 4월 하야 촉구 

▲ 11.28 =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 핵심 중진의원, 박근혜 대통령에게 명예퇴진 제안 

▲ 11.29 = 박근혜 대통령, 3차 대국민담화 "대통령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탄핵안 합의…제3자 뇌물죄와 세월호 참사 명시하기로 합의

▲ 12.1 =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내년 4월 퇴진·6월 조기 대통령선거 당론 채택

▲ 12.2 =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3당+무소속 의원 171명,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 12.4 = 새누리당 비주류 비상시국위원회, 박근혜 대통령 입장발표 등 조건 없이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하기로 결정

▲ 12.6 =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내년 4월 퇴진·6월 조기 대통령선거' 당론 사실상 철회, 탄핵소추안 표결 자유 투표하기로 결정 

▲ 12.8 =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본회의 보고 

▲ 12.9 =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

P.S) 박근혜 대통령은 1952년생 용띠인데요. 조선일보에 실린 오늘의 운세는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음"입니다. 

그리고 현재 다음, 네이버 실검 1위가 '이정현 장 지진다'라죠? 인증 기대합니다. 배우 김지우 씨가 인스타그램에 친절하게 방법도 올려주셨구요. 또 하나 있네요. 오늘의 투표 결과에 아무래도 우주의 기운이 깃든 거 같아요. 다음 투표 결과를 보시면서 오늘의 포스팅 마칩니다.

오늘의 키워드

#박근혜 탄핵 #탄핵소추안 가결 #국회 #최순실 게이트 #이정현 장 지진다 #노무현 #민주주의 #헌법재판소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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