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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총선 앞두고 의대 정원 증원 2,000명 배치 발표... '의료여건 지역 편차 극복' 목표

자발적한량 2024.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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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구체적인 의대 정원 배정 발표를 하며 '속전속결'에 나섰습니다. 20일 정부청사에서 열린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는 의대 정원 2,000명 배분과 관련 발표가 진행되었습니다. 정치권과 교육계, 의료계에서는 이를 두고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의료사태가 장기화되자 국면 전환을 위해 정부가 칼을 빼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원래 정원 배정은 4월 중하순으로 예정되어 있다가 4월초, 3월말, 그리고 20일로 앞당겨 발표됐기 때문입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교육여건과 지역의료 현실을 고려해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정했다"면서 정부가 당초 예고한 규모 그대로의 증원 방침을 재확인했습니다. "지금이라도 의대 정원을 늘려 꾸준히 의사를 길러야 한다"고 밝힌 한 총리는 "내년부터 2,000명을 증원하더라도 우리나라 의대의 교육여건은 충분히 수용가능하다. 현행 법령상 기준뿐 아니라 의학교육 평가인증원의 인증기준을 준수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부연 설명했죠.

 

정부가 증원 규모를 줄여 의사단체들과 타협을 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2,000명 증원은 의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숫자"라고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한덕수 총리는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대 정원 351명을 감축한 사례를 언급하면서 "그때 351명을 감축하지 않았더라면 지금까지 6,600명의 의사가 추가로 확보되었을 것이며 2035년에는 1만명이 넘는 의사가 배출되었을 것"이라고 말했죠.

 

이번 의대 증원 배정은 1998년 이후 27년 만에 이뤄진 것입니다. 정부는 의료여건 지역 편차를 극복하기 위해 2,000명 증원분의 82%를 비수도권에 배정했고, 경기·인천지역에 나머지 18%를 배분했습니다. 서울은 단 한 명도 증원되지 않았죠. 그리고 이들을 위해 국립대 의대를 중심으로 2027년까지 1,000명 규모의 전임교원을 확충하고, 각 비수도권 대학에 지역인재전형 60% 이상 선발을 권고하겠다고 발표했죠. 

 

현재 비수도권 의대 정원은 현재 2,023명으로 전국 의대 정원(3,058명)의 66.2%인데, 비수도권 27개 대학의 의대에 82%(1,639명)가 증원되면서 내년부터는 3,662명, 72.4% 수준으로 높아집니다. 특히 지역거점 국립 의과대학은 총정원을 200명 수준으로 확보하도록 했습니다. 가장 많이 의대 정원이 늘어난 곳은 충북대 의대 49→200명. 그 외에도 경상국립대 76→200명, 제주대 40→100명, 전남대125→200명, 전북대 142→200명, 충남대 110명→200명, 부산대 125→200명, 경북대 110→ 200명, 강원대 49→132명 등이 됐죠.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상 지역 의대는 총 650명, 강원 지역은 총 165명, 전라 지역 의대는 총 215명, 충청 지역은 총 549명, 경기·인천지역은 총 361명, 제주 지역 60명. 보건복지부는 의대 졸업지역이 지방일 경우 해당 지역에서 근무할 가능성이 크다고 핀딘히거 있습니다. 실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2022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의대 졸업지역이 지방일 경우 비수도권 지역에서 근무할 가능성이 2.1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죠. 특히 전문의 수련지역이 비수도권일 경우 이런 가능성은 12배로 상승했습니다.

 

다만 의대 졸업 후 수도권에서 인턴 수련을 받는 인원이 절반에 가깝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긴 합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2023년 지방 의대 졸업생 1만9,408명 중 9,067명(46.7%)이 수도권 의대 병원에서 인턴 수련을 받았다고 하죠. 이번 증원에서도 서울 지역 의대는 단 한 명도 증원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빅 5' 병원에서 수련하는 비수도권 의대인 울산대(서울아산병원), 성균관대(삼성서울병원) 의대는 정원이 3배 늘어났습니다.

 

한편 정원이 50명 미만인 '미니 의대'는 적정 규모를 갖춰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정원을 최소 100명 수준으로 배정했습니다. 다른 비수도권 의대도 지역 의료여건 개선에 기여할 수 있도록 총정원을 120명에서 150명 수준으로 확대했죠. 아주대 40명→120명, 인하대 49명→120명, 가천대 40명→130명, 가톨릭관동대 49명→100명, 동국대 분교 49명→120명, 대구가톨릭대 40명→80명, 차의과대 40명→80명, 동아대 49명 →100명, 제주대 40명→100명, 단국대 40명→120명, 건국대 40명→100명, 건양대 49명→100명, 을지대 40명→100명 등으로 규모가 확대됩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본적인 인적 자원 풀은 충분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시기별로 충원계획이 나오면 그 충원계획에 따라서 충분한 인적 자원의 풀들이 교수 채용에 응모할 것이고 적정한 절차를 거쳐서 채용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답했습니다. 복지부는 현재 의대 교수들이 펠로(전임의) 과정을 마친 후 상당수가 개원의로 가고 있는데, 대학에 자리가 생기면 이들이 학교에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바라봤습니다.

 

다만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최근 교육 현장에선 60% 수준까지 지역인재전형 선발을 늘리는 추세가 분명히 있다"며 "지역인재 선발 60% 이상을 상향식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해 각 대학의 자율적인 실천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의대생들의 단체 휴학 신청에 대해서는 "동맹휴학의 문제는 사실 계속 저희가 설득을 하고 있다"면서 "이번을 계기로 해서 저도 대학을 더 많이 방문할 것이고 교육부도 훨씬 더 많은 접점을 가지고 대학과 대화를 하게 되기 때문에 그 휴학 문제도 활로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죠.

 

한편 의사단체와 전공의단체, 의대 교수들은 정부 발표에 맞춰 향후 대응 방안을 함께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정부의 의대 정원 배정 결과를 안건으로 삼아 이날 오후 8시 온라인 회의를 열기로 했죠. 의사를 대표하는 3개 단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는 것은 정말 극히 드문 일인데, 전문가들은 이들이 더욱 강력한 저항에 나설 수 있다고 분석했죠.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정부의 발표 후 자신의 SNS에 "윤석열이 드디어 대한민국 의료의 심장에 말뚝을 박았다"면서 "조선이 아니다. 2024년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것이 의료 심장에 말뚝을 박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의사들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전문가들이 말을 해도 대중들이 믿지 않는다"면서 "결국 죽는 것은 의사들이 아니다. 의사들은 이 땅에서든 타국에서든 살 길을 찾아갈 것이다. 죽어가는 것은 국민들이다. 의사들은 애통하는 마음만 버린다면, 슬퍼할 일도 아니다"라며 반협박에 가까운 말을 쏟아냈죠.

 

현재 의대 교수들이 25일 집단 사직을 결의한 데다 제42대 회장 선거에 돌입한 대한의사협회에서는 후보 5명 중 한 명을 제외한 4명이 모두 대정부 투쟁 목소리를 높이는 인물들인지라 강경파의 당선이 유력한데, 차기 회장 선출을 계기로 집단 휴진이나 야간·주말 진료 축소 등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2020년 의협이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맞서 집단 휴진을 했을 당시 참여율이 10%가 채 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파급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상도 동시에 나오고 있죠. 또한 일각에서는 증원이 이미 확정된 만큼 투쟁으로 정부 정책을 되돌리는 게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필수의료 지원책 등 '얻어낼 것은 얻어내자'는 '협상론'이 대두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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