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국가대표팀 신임 사령탑으로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내정했습니다.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는 8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취재진 브리핑을 통해 경기 철학, 리더십, 선수단 장악 능력 등 홍명보 감독을 내정한 이유를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임생 이사가 언급한 항목은 ▲빌드업 등 전술적 측면 ▲원팀을 만드는 리더십 ▲연령별 대표팀과 연속성 ▲감독으로서 성과 ▲현재 촉박한 대표팀 일정 ▲대표팀 지도 경험 ▲외국 지도자의 철학을 입힐 시간적 여유의 부족 ▲ 외국 지도자의 국내 체류 문제 등 8가지. 이 이사는 "외국 지도자와 비교해 울산에서 K리그1 2연패 등을 이룬 홍 감독의 성과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한 것을 비롯해 "지난해 데이터로 기회 창출, 빌드업, 압박 강도 모두 (홍 감독의 팀이) 1위였다. 활동량은 10위였으나 효과적으로 경기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여러분은 울산의 축구를 보셨지 않나"고 말했습니다.
역대 최고 전력이라는 평가 속에서도 제대로 굴러가지 않던 대표팀은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졸전 끝에 4강에서 좌절하는 쓰디쓴 실패를 맛봅니다. 이후 '무전술' 및 선수단 분위기를 잡지 못한 책임을 물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했죠. 이후 대체 감독을 찾지 못한 채 3월과 6월 A매치를 각각 황선홍, 김도훈 임시 감독 체제로 버틴 대한축구협회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이 시작되는 9월 A매치 전에는 감독을 선임하겠다는 목표를 다시 세우고, 선임 작업을 진행해왔습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는 정해성 위원장을 중심으로 외인 후보들을 접촉했으나 예산 부족 문제로 점찍어뒀던 후보군들을 놓치는 상황이 이어졌고, 내분 문제까지 불거진 A대표팀 문화를 바로잡기 위한 장기적 선택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최근엔 홍명보 감독을 1순위로 정리, 보고하는 과정에서 축협 고위층과 불협화음이 생긴 정해성 위원장이 사임을 하는 사태까지 발생했죠.
울산 HD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던 홍명보 감독은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불편해했습니다. 홍 감독은 자신과 관련된 선임설에 대해 "나보다 더 경험 많고, 경력과 성과가 뛰어난 분들을 데리고 오면 자연스럽게 내 이름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내 입장은 항상 같으니 팬들께서는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정해성 위원장 사퇴 후 그는 "클린스만 감독을 뽑을 때까지 전체 과정과 그 이후 일어났던 일을 생각해보면 대한축구협회가 과연 얼마나 학습이 된 상태인지 묻고 싶다"며 축협을 작심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축협은 결국 홍명보 감독으로 마음을 굳혔고, 홍명보 감독은 지난 5일 하나은행 K리그1 2024 21라운드 수원FC-울산전을 마친 뒤 이임생 기술이사를 만난 후 고심 끝에 6일 오후 늦게 대표직 감독을 수락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이로써 홍명보 감독은 지난 2013~2014년 A대표팀 감독으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참가한지 10년 만에 다시 A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됐습니다.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후 5개월 만.
문제는 졸지에 축협에 감독을 빼앗겨버린 울산 HD. 올 시즌 K리그1 3연패에 도전하는 울산은 현재 1위 김천 상무(승점 40)에 1점 차로 뒤진 2위(승점 39)에 자리하고 있고, 3위 포항(승점 38)에 1점 차로 쫓기고 있을 정도로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난 2월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직후 홍명보 감독이 하마평에 오르자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는 격분해 축구회관 앞에서 트럭 시위를 벌이고 성명문을 통해 K리그 현역 감독의 차기 대표팀 사령탑 선임을 반대했죠.
하지만 축협은 끝내 이러한 상황을 무시한채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습니다. 축협의 선택에 울산 구단주를 겸하고 있는 권오갑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도 승낙을 했고, 울산 측에서도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다. 협회와 협의하는 시간들을 거친 결과다. 협회에서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지만, "팬들이 걱정할 필요는 없다"라는 홍명보 감독의 발언이 나온지 일주일 만에 날라온 소식에 울산 팬들은 허탈한 상태.
이유야 어찌됐든 결국 홍명보 감독이 울산을 배신했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이제는 계속된 거절이 진정성을 담은 말이 아니었다는 비판마저 쏟아지고 있습니다. 일단 홍명보 감독은 울산이 후임 감독을 선임할 수 있도록 최대한 울산을 이끈 뒤 대표팀 감독 업무를 수행할 가능성이 높지만, 상처입은 울산 팬들을 그 사이 납득시킬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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