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자대학교 남녀공학 전환 논란, 이른바 '동덕여대 사태'는 지난 8일 동덕여대 측이 남녀공학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학생들이 접하면서 시작됐습니다. 11일부터 일부 학생들이 수업 거부를 비롯해 학교 점거 등 강도 높은 반대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죠.
동덕여대 내 곳곳에는 '소멸할지언정 개방하지 않는다', '공학 전환 결사반대', '민주동덕은 죽었다' 등 문구가 스프레이로 적혔고, 본관 앞 조동식 선생(동덕여대 설립자) 흉상은 달걀, 페인트, 케첩 등으로 범벅이 됐습니다. 교정 바닥에는 항의 표시로 학생들이 벗어둔 수백개의 '과 잠바'가 놓이기도 했죠.
동덕여대 졸업생들 또한 교정으로 트럭을 보내 재학생들을 지원하고 나섰습니다. 해당 트럭에는 "언니들 이러려고 돈 벌었다. 기죽지마 후배들아", "학생들을 상대로 무력진압 부끄럽지 않으십니까", "협의 없는 공학 전환 동문들도 규탄한다" 등 문구가 적혀 있었죠.
동덕여대 학생들의 시위는 다른 여대로도 번졌습니다. 다수의 여대 총학생회들은 "여대의 존립 이유를 해치는 남성 재학생 수용을 중단하라"(성신여대 총학생회), "최근 동덕여대에서 공학으로의 전환이 논의되고 있다. 이 논의가 재학생들의 동의 없이 또한 총학생회조차 모르게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덕성여대 총학생회), "우리는 이 사회의 여성만을 위한 공간인 모든 여자대학과 연대한다"(숙명여대 총학생회) 등 성명을 발표하며 동덕여대 학생들과 연대를 선언했습니다.
다만 이화여대는 연대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타 여대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많은 이화여대생들은 "타 여대학생들은 이대와 연대하면 이득 볼게 많지만 이대는 방패만 될 뿐이다" "동덕여대 사태에 이대가 끼면 이 사건은 모두 이대의 일로 될 수 있다. 신중해야 한다" "연대하려면 개인적으로 해라" "학교 이름 드러내고 동덕여대 돕는 거 자제하자" 등의 의견을 냈죠. 실제로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이번 동덕여대 사태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내지 않고 있는 상태.
하지만 문제는 동덕여대가 남녀 공학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것이 그저 소문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동덕여대 총학생회 측도 직접 대학 본부에 문의한 결과 '남녀공학 전환 논의가 발의되긴 하였으나 아직 공식 회의 안건으로 상정되지는 않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죠. 김명애 동덕여대 총장은 "공학 전환은 학교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도 없으며 구성원들 의견 수렴과 소통이 꼭 필요한 절차"라며 "아직 정식 안건으로조차 상정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교무위원회 이전인 11월 11일 오후부터 학생들의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고 밝혔구요.
이기인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이번 '동덕여대 사태'에 대해 "비문명의 끝"이라고 비판하면서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 문제는 망상적 테러 행위(동덕여대 시위)를 바로잡기는커녕 오히려 북돋워 주거나 편승했다는 데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시위는)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지도 않은 '공학 전환'이라는 가상의 사실을 만들어놓고, 학교 측이 공들여 준비한 취업 박람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며 "또 공학 전환 논의를 환영하는 학내 구성원들 목소리를 겁박하고 교직원을 감금하는 등 불법을 넘나들고 있는데 이는 엄연히 비상식적이고 비문명적"이라고 비판했죠.
그러면서 "당국이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더 이상 '꼰대'가 되기 싫다고 우리 사회가 합의해온 근대적 가치들을 훼손하는 일을 정치권이 앞장서서는 안 된다"며 "집행 과정에서 '성 인지 감수성'이 걱정되면 여경을 대거 투입하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시위대의 점거 농성 및 행사장 설비와 시설 파손 때문에 12일로 예정되어 있었던 진로취업 공동박람회 행사가 취소되고 말았습니다. 해당 박람회에는 KBS, LG, 대한항공, CJ, YG 엔터테인먼트, 카카오, 교보생명 등 국내 유명 기업들은 물론 3M, SC제일은행과 같은 해외 업체들과 국민건강보험공단도 참가할 예정이었으며, 재학생들의 진로 및 취업에 도움이 될 행사였습니다. 게다가 장학금 수여식, 졸업 연주회도 진행되지 못했죠. 심지어 음대 학생회들은 공학 전환 반대와 수업 거부에 동참하고 있는데도 시위대 측에게 팀킬당한 것.
또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동덕여대 학생들이 과잠을 비닐로 꽁꽁 싸둔 사진이 화제가 되면서 동덕여대 학생들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기상청이 전국 대부분 지역에 가끔 비가 오는 곳이 있다고 예보하자 학생들이 자신들의 과잠을 포장해둔 것인데, 네티즌들은 "조동식 선생(동덕여대 설립자) 흉상에 케첩과 떡볶이 등을 뿌려 훼손하고 빨간 래커 스프레이 칠을 여기저기 하면서 본인들 과잠은 비 맞을까 봐 싸놨다" "과잠으로 영혼 보내기 하는 거냐"며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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