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강, 노벨문학상의 121번째 수상자
대한민국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습니다. 바로 올해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인 소설가 한강. 스웨덴 한림원은 10일"역사적 상처에 직면하고 인간 삶의 취약성을 노출시키는 시적 산문"이라고 한강의 문학을 평가했습니다. 이어 "한강은 자기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고, 각 작품에서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한다"며 "그녀는 신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되었다"라고 한강을 소개했죠.
한강은 이미 지난 2016년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영국의 부커상(당시 맨부커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2021년 발간한 '작별하지 않는다'로 한국 작가 최초로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들어올린 바 있습니다.
광주민주화운동이 바꿔놓은 한강의 인생 그리고 그의 작품 활동
1970년 1월 전라남도 광주에서 태어난 한강 작가는 서울 풍문여자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지금은 소설가로 활동 중이지만, 등단 자체는 시로 했습니다. 1993년 계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시 '서울의 겨울' 외 네 편을 발표해 등단한 것. 그리고 그 이듬해인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붉은 닻'이 당선돼 소설가로 활동을 시작했죠. 또한 만으로 불과 25세인 1995년에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을 펴냈습니다.
힌깅은 2005년 소설 '몽고반점'으로 제29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합니다. 이때 당시 한강은 심사위원 7인의 만장일치 평결을 받으며 차기 한국 문학을 이끌 유망주로 주목받았죠. 게다가 '아제 아제 바라아제'등을 집필한 소설가 한승원의 딸로, 부녀가 이상문학상을 수상하는 최초의 기록도 남겼습니다.
영국의 부커상을 수상한 '채식주의자'는 2004년 계간 '창작과비평'에 연재된 소설입니다. 그리고 '몽고반점'은 '채식주의자' 연작 소설집에 수록돼 있던 작품이었죠. 서로 연결된 내용을 하고 있는 '채식주의자' 연작은 2007년 단행본으로 출간했됐고, 영화로도 제작되어 2010년 2월에 개봉했었습니다.
주인공 여자가 폭력을 거부하기 위해 육식을 멀리하고,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내용의 '채식주의자'는 데버러 스미스의 번역으로 영국 포르토벨로 출판사에서 '더 베지터리언'(The Vegetarian)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습니다. 교보생명 산하 대산문화재단의 번역지원을 통해 '채식주의자'가 영국 문학 시장에 출판됐고, 높은 작품성을 인정받아 아시아 최초로 영국의 '맨부커 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것이죠.
이 당시 한강은 한강은 한 인터뷰에서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이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서울로 이사한 뒤 부친이 1980년 5월 광주에서 학살된 이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첩을 보여줬는데 "열세살 때 본 그 사진첩은 내가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된 비밀스러운 계기가 됐다"고 말했죠. 그는 "이때부터 간직해온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세 번째 장편 '채식주의자'부터 탐구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었습니다.
이후로도 한강은 2017년 '소년이 온다'로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 2018년 '채식주의자'로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을 수상했고, 지난해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까지 거머쥐었습니다.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이름이 언급되기는 했었습니다만, 높은 확률은 아니었죠. 이번에도 영국의 한 유명 베팅사이트에서는 호주 소설가 제럴드 머네인과 중국 소설가 찬쉐를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았었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기뻐하는 한국, 그리고 매대를 채운 한각의 작품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은 그야말로 기쁨에 들썩이고 있습니다. 평소 한강의 책을 즐겨 읽는다는 직장인 백모(30)씨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담하게 풀어낸 글에서 느껴지는 힘이 좋아 팬이 됐는데 이렇게 멋지게 노벨상까지 받다니 기쁘다"고 말했고, 서울에 사는 직장인 최모(31)씨는 "매년 노벨문학상 수상 뉴스를 볼 때마다 한국인은 언제쯤 수상할 수 있을까 내심 기다렸는데 오늘 소식을 듣고 나도 모르게 함성이 나왔다"고 했다고 하네요.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한강의 작품을 찾아 서점으로 달려간 시민들도 상당히 있었다고 하는데요. 일본 도쿄 신주쿠의 키노쿠니야 서점에서는 노벨문학상 매대에서 올해의 예상 수상 작가들이 치워지고 급히 한강 작가의 작품으로 채워지고 있는 모습이 한 교민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국감 역시 중단됐습니다. 10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 중이던 국가유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 현장에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문체위 국정감사장에 자리한 문체위원들과 보좌진, 피감기관 관계자들은 모두 박수와 함께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전재수 문체위원장은 "앞으로 노벨 평화상, 노벨 문학상에 이어 과학기술계도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일이 연속해서 있었으면 좋겠단 기대를 국민들과 함께한다"고 밝혔죠.
이렇게 노벨문학상의 121번째 수상자가 된 한강.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NPR은 "한강이 어니스트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 토니 모리슨,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반열에 합류했다"고 평가기도 했습니다. 2000년에서 2023년 사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비백인 작가는 7명 뿐이었죠. 또한 역대 수상자 중 여성은 17명에 불과했습니다.
온 가족이 모두 작가인 '한강의 가족'... 그리고 아무도 읽지 못한 한강의 작품
한강의 가족은 '문인 가족'으로 유명합니다. 위에 언급했듯 한강의 아버지는 '아제아제 바라아제','추사' 등으로 널리 알려진 한국 문단의 거장 소설가 한승원 작가, 그리고 오빠는 소설집 '유령' 등을 펴낸 소설가 한동림이고, 남동생 한강인 역시 서울예술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해 소설을 쓰고 만화를 그리는 작가죠.
그리고 흥미로운 마지막 이야기. 세상에는 아무도 읽지 못한 한강의 책이 한 권 있습니다. 한강은 2019년 영국 스코틀랜드 공공예술단체 미래도서관에 '상상력과 시간'을 주제로 집필한 소설을 전달했는데요. 미래도서관은 2014부터 100년간 매년 작가 1명의 미공개 작품을 받아 2114년에 출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들은 2014년 심은 노르웨이 가문비나무 1,000그루를 베어 인쇄할 예정이라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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