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레오의 최현석 저격, 치졸한 질투심과 선민의식일 뿐

논란 불러온 강레오의 인터뷰, 오비이락(烏飛梨落)일까 완벽한 저격일까

최근 인터넷을 후끈 달구고 있는 강레오-최현석·백종원 저격 논란. 이 논란을 보고 있자면 비단 요리계 뿐만 아니라 제가 공부했던 음악계 역시도 비슷하다는(이미 여긴 굳히기가 된 상황이라고 봐야 하겠죠?)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여론은 강레오 셰프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데요. 어떠한 이유인지 간단히 들여다보도록 하죠.

요리사가 단순히 재미만을 위해 방송에 출연하면 요리사는 다 저렇게 소금만 뿌리면 웃겨주는 사람이 될 것이다.

한국에서 서양음식을 공부하면 런던에서 한식을 배우는 것과 똑같다. 그러니까 본인들이 커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자꾸 옆으로 튀는 거다. 분자 요리에 도전하기도 하고...

평범한 김치찌개 같은 요리를 왜 TV로 넋 놓고 봐야 하는지, 그런 모습을 볼 때는 좀 씁쓸하다.

강레오 셰프, 19일 웹진 채널예스와의 인터뷰 中

강레오 "스타 셰프 되려면 어떻게? 할 말이 없다"(수정본) 보기

사건의 발단이 된 강레오 셰프의 발언이 나온 것은 지난 19일 게재된 Yes24의 웹진 채널예스와의 인터뷰에서였습니다. 자신의 에세이 『날, 자꾸만 무뎌지는 나를 위해』출간을 기념한 인터뷰에서 강레오는 요리계에 대한 쓴소리를 던졌는데요. 이 인터뷰를 접한 대중들의 머릿 속에는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인물이 두 명 있었습니다. 바로 최근 '쿡방' '셰프테이너'의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는 양대산맥인 최현석과 백종원. 

최현석 셰프는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등에서 허세 가득한 제스처를 취해 일명 '허셰프'라는 별칭을 얻은 레스토랑 '엘본 더 테이블'의 총괄 셰프입니다. 또한 백종원 씨는 본가, 새마을식당, 한신포차, 홍콩반점, 빽다방, 백종원의 원조쌈밥집 등 무려 29가지의 외식브랜드를 보유한 '더본코리아'의 대표인데,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등에서 푸근하고 친숙한 옆집 충청도 아저씨 같은 매력을 발산하며 '백주부'라는 별명을 얻었죠.

그렇다면 과연 왜 강레오 셰프의 저러한 발언이 이 두 사람을 저격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지난 4월 2일 최현석 셰프는 수지, 서우, 제시, 유승옥 등과 함께 출연한 KBS2 '해피투게더 시즌3'에서 소금을 뿌리는 모습을 과장되게 표현하여 웃음을 준 것을 비롯해 분자요리기법을 사용한 비프샐러드를 선보인 바 있습니다. 또한 백종원 씨는 지난 5월 26일 tvN '집밥 백선생'에서 자신의 김치찌개 레시피를 공개했죠.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절묘한 타이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레오 최현석 저격 백종원 냉장고를부탁해 분자요리 쿡방

강레오 셰프가 의심받고 비난받는 두 가지 이유

네티즌들이 강레오 셰프의 저격성 발언을 두고 강레오 셰프를 비난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우선 첫 번째로는 자신 역시 방송의 힘으로 스타덤에 오른 셰프임에도 요리사의 방송출연이 역효과라고 말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강레오야말로 최현석보다 먼저 그리고 많이 방송에 출연하고 있죠. KBS2 '밥상의 신' '대단한 레시피-마트에 가자' JTBC '에브리바디' 올리브 '마스터셰프 코리아'에 출연했었고, MBC '찾아라! 맛있는 TV' 등에 출연하고 현재 출연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그가 이전에 출연했었거나 출연 중인 프로 중에서 SBS '오! 마이 베이비', JTBC GOLF '보고 즐기는 테마골프여행 시즌2', 'tvN '삼村로망스' 등은 요리와 상관도 없는 프로그램이라는 거. 최소한 최현석과 백종원은 요리를 하기 위해 방송에 나오지 골프치고 애키우고 여행가는 프로는 하지 않는데 말이죠.

또한 두 번째 비판의 시선은 그가 가진 '선민의식'. '한국에서 서양음식을 공부하면 런던에서 한식을 배우는 것과 똑같다' '평범한 김치찌개 같은 요리를 왜 TV로 넋 놓고 봐야 하는지...'와 같은 발언을 듣노라면 그가 가진 의식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현재 한국에서 영문학, 일문학, 중문학을 비롯해 제가 공부했던 클래식 음악(서양음악이니까)을 공부했던 사람들까지. 모두 그냥 아닥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강레오 셰프는 세계적인 요리장인 고든 램지의 제자인 것으로 명성을 떨쳤는데요. 런던 웨스트민스터킹스웨이대학 NVQ2 코스를 수료했고, 2004년 고든 램지가 운영하는 쥬마 레스토랑 헤드셰프, 2006 두바이 고든 램지 헤드셰프 등 외국계 일류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은 영국 유학파 출신입니다. (몇 가지 경력에 대해 부풀리기 의혹이 있는 것으로 알지만 이에 대한 교차검증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이에 비해 최현석 셰프는 순수 국내파입니다. 밑바닥부터 올라온 경우로, 학력 또한 고졸이죠.

강레오 최현석 저격 백종원 냉장고를부탁해 분자요리 쿡방

하지만 최현석은 레이먼 킴, 샘 킴, 에드워드 권, 강레오 등 유학파 출신들이 접수한 국내 요리계에서 명실상부한 대세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셰프'라는 이미지에서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권위를 손을 하늘 높이 치켜들어 소금을 뿌린다거나, 앞치마를 과도하게 겉멋을 부리며 착용한다거나 하는 등의 '허세'로 승화시키며 이를 통해 깨알같은 웃음을 선사할 뿐 그가 요리를 대하는 자세에서는 웃음기 싹 뺀 진지함과 숙연함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오히려 그의 이러한 허세스러운 모습이 셰프도 남 웃게 할 줄 알고, 의외의 귀여움이 있다는 반응을 불러일으켰죠.

백종원도 마찬가지입니다. TV에 나오기 전까지 그는 '배우 소유진의 남편'이라고 불렸습니다. 적잖은 나이 차이로 '소유진이 돈 보고 결혼했다'는 악성댓글에도 시달렸죠. 하지만 그가 본격적으로 방송에 출연을 시작한 뒤 여론은 180도 바뀌었습니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와 함께 보여준 치명적인 매력은 급기야 소유진을 '백종원의 아내'로 불리게 만들었죠. 사실 백종원은 故 백승탁 전 충남도교육감의 장남으로, 서울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군입대 전 자신의 수완만으로 나이트클럽 인수까지 시도했던 타고난 사업가입니다. 대학교 3학년 때 이미 15억의 자산가였다죠? 현재는 더본코리아의 대표이자 선증조부가 설립한 예덕학원 이사장이기도 하죠. 하지만 그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시청자들이 누구나 보고 쉽게 요리를 할 수 있도록 종이컵을 사용해서 계량을 하고, 요리를 못하는 남자 넷을 앉혀놓고 요리를 가르치는 '집밥 백선생'을 진행하며 서민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자, 과연 강레오 셰프의 이러한 발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전 유학파인 그가 가진 선민의식, 자신이 유학을 다녀 왔다는 그 자체에서 나오는 우월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봅니다. 시청자들은 백종원이 만드는 그 평범한 김치찌개에 열광했고, 최현석이 뿌리는 소금 한 알갱이에 즐거워했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만든 음식이 맛이 없었을까요? 다들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그들의 요리에 비주얼이 부족했을까요?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강레오 셰프의 요리보다 한 수 위인 비주얼도 많았습니다.

꼭 깎아내려서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부류가 있다

강레오 최현석 저격 백종원 냉장고를부탁해 분자요리 쿡방

우리 주위를 보면 꼭 그런 사람들 있습니다. 남을 깍아내리지 않아도 자신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데, 남을 깎아내리면 마치 자신의 가치가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백종원·최현석보다 앞서 방송을 시작한 강레오였지만, 그가 방송에서 이름을 날렸을 때는 현재만큼의 파급력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야말로 여기서도 '쿡방', 저기서도 '쿡방'이죠. 그야말로 요리하는 남자들이 방송을 장악하는 현상이 정점을 찍고 있습니다. 배 아프겠죠. 자기는 외국에서 이만한 경력도 갖고 있는데, 정작 자기보다 한 수 아래라고 생각했던 이들이 방송계를 장악하고 명성을 드날리면서 하다하다 맹모닝을 선보이는 맹기용 같은 사람까지도 셰프 소리 들어가면서 방송을 하고 있으니.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청자들은 이러한 모습을 그저 '옹졸한 선배' 정도로 밖에 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강레오 셰프 자신의 입으로 한 발언이 하나 있습니다. 그는 지난 4월 KBS2 '해피선데이-1박2일'에 출연해 짜장면을 먹으며 얼굴을 짜장범벅으로 만든 뒤 "아까 짜장면이 콧구멍으로 들어가 짜장이 콧구멍에서 나온다"고 말하며 '단순한 재미만을 위해' 안간힘을 썼습니다. 말하고자 했던 건 이게 아니고, 그날 방송에서 강레오는 "요리사들끼리는 선후배가 없다"며 실력과 명성으로 결정된다고 설명했는데요. 전 바로 그 실력과 명성으로 강레오가 최현석과 백종원에게 밀린 것이라고 봅니다. 어마어마한 대중성을 갖춘 백종원(프랜차이즈가 요식업계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요리에 대한 자부심과 다양한 루트를 통해 인정받은 실력에 '허세'라는 독특한 캐릭터까지 갖춘 최현석. 강레오는 그들에게 완벽하게 패배한 거죠. 그러니까 '밀린' 거구요.

사과로 종결된 논란...단, 직접 하진 않았다

출처: 일간스포츠

강레오 최현석 저격 백종원 냉장고를부탁해 분자요리 쿡방

뒤늦게 강레오 셰프는 26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터뷰 내용처럼 누구를 저격한다든지 이런 것 없었다"며 "요리사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어야하지 않겠느냐"라는 뜻이었다고 자신의 발언을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다음과 같은 사족을 달아 보는 이로 하여금 그의 발언에 특정 의도가 있다는 논란만 더욱 크게 불러 일으킵니다.

요리를 막 배우는 친구들이 '나는 어떤 캐릭터를 가져야 겠다’라고 생각하더라. 

지름길을 찾다보니 기본보다는 유행을 쫓는 친구들이 많다.

소금과 분자요리를 얘기한 건 지금 요리하는 친구들이 찾고자하는 지름길...

강레오 셰프, 26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 中

"최현석 디스? 저격? 오해입니다" 강레오의 항변 보기

뒤늦게 강레오 셰프는 26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터뷰 내용처럼 누구를 저격한다든지 이런 것 없었다"며 "요리사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어야하지 않겠느냐"라는 뜻이었다고 자신의 발언을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다음과 같은 사족을 달아 보는 이로 하여금 그의 발언에 특정 의도가 있다는 논란만 더욱 크게 불러 일으킵니다.

초반 최현석 셰프 측은 "최셰프는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다고 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이다"며 논란과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지만 그가 소속된 엘본 더 테이블 관계자는 26일 뉴스엔과의 통화에서"첫 번째 인터뷰가 나간 뒤 강레오 셰프 소속사 대표로부터 '죄송하다'는 전화를 받았고, 강 셰프가 최 셰프에게 직접 사과를 하도록 하겠다며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정정 인터뷰를 하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강레오가 두 번째 인터뷰에서 또 적절치 않은 말을 했다, 대놓고 저격했더라"며 불편한 심경을 토로하는 한편 회사차원에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역시 최 셰프 측의 논리는 먼저 방송 활동을 시작했는데, 마치 자신은 그러지 않았다는 듯 말하는 진의를 모르겠다는 것. 이 외에도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항변을 하며 강레오 셰프와 맞섰습니다.

정통성을 운운하는 자체가 어이없다. 물론 요리에 '정통'과 '클래식'이라는것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최현석 셰프는 '정통'만큼 대중의 입맛을 중요시하는 분인데다 더 중요한것은 '정통'과 '클래식'에 맞춘 요리를 주문하면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는 분이라는 점이다.

유학을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정통'을 내세우는 것인가. 한국에서 요리를 공부하는 학생들이나 비유학 셰프들은 '너나 잘 하세요'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게 정통이고 이게 클래식이야. 이게 맛있는 음식이니 이것만 먹어'라고 말하는 태도다.

최현석 셰프 측 관계자, 26일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 中

최현석 측 '강레오 셰프, '유학 = 정통' 인가?'

이러한 논란은 최현석 셰프의 엘본 더 테이블 측에서 "강레오 셰프 소속사 대표가 오후 5시께 회사로 직접 찾아와 공식적으로 사과했다"고 밝히며 일단 표면적으론 일단락됐습니다. 재밌는 것은 '강레오'가 아니라 '강레오 소속사 대표'라는 점. 결국 최현석 셰프 측의 주도로 사태가 마무리 지어지는 모습을 보며 네티즌들은 강레오의 태도가 '오만하다'며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이러한 일침은 비단 네티즌 뿐이 아니었는데요. tvN '수요미식회'에 출연 중인 칼럼니스트인 황교익은 26일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현석의 허세는 귀여운데…. 진짜 허세가 따로 있었네. 평론하고 싶다 하였는데 이제 한국음식 배워서 언제 하겠는가. 배운 곳으로 돌아가 하면 빠를 것이다"라며 이번 사태를 일으킨 강레오를 비난했습니다. 패션 큐레이터인 김홍기도 자신의 블로그에 '강레오 셰프를 위한 충고-런던에서 한복을 배우면 안 되나요?'라는 글을 올려 그를 비난했고, 업계 내에서조차 "누가보면 업계 원로일 줄 알겠다"며 강레오를 향한 비난 여론이 쏟아졌죠.

비슷한, 오히려 더욱 심한 음악계엔 강레오가 넘쳐난다

강레오 최현석 저격 백종원 냉장고를부탁해 분자요리 쿡방

제가 공부한 음악계 역시 유학파와 국내파간의 괴리는 큰 편입니다. 물론 피아니스트 손열음·김선욱(두 사람은 세계 유수 콩쿨에서 입상을 하며 활약을 보인 후에 독일과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등 국내파들도 있지만, 국내 음대의 교수진, 내노라하는 연주자들은 모두 독일, 미국 등에서 수학한 유학파들이죠. 물론 클래식 음악이 서양음악이기 때문에 그 곳에서 그들의 문화와 생활, 언어, 감정 등 다양한 것들을 접하고 돌아온, 그리고 본고장에서 배우고 온 이들이 국내 음악계를 장악한 것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해외파도 넘쳐나 시급 2만5천 원의 시간강사 자리를 두고 혈투를 버리는 상황에서 아예 낙동강 오리알도 못한 신세로 도태되는 국내파 음악가들의 현실을 봤을 때 이번 강레오-최현석 논란이 남일 같지만은 않네요. 김홍기 패션큐레이터의 포스팅의 일부를 발췌하며 이번 포스팅을 마칩니다.

우리사회는 이게 참 없다. 미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와서 미국의 식민지 지식인으로 신규 지식을 그저 번역해서 퍼뜨리는 역할만 하지, 그 위로 올라서려고 하는 노력을 많이 못했다.

강 셰프의 말에 화가 난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강 셰프가 세계적인 요리장 고든 램지의 제자인 것도, 걸출한 분인 것도 알지만 계속 그 분의 제자로 평생을 그 분의 그림자로 살건 아니지 않냐

김홍기(패션 큐레이터)의 블로그 '김홍기의 패션의 제국' 포스팅 中

강레오 셰프를 위한 충고-런던에서 한복을 배우면 안 되나요?

강레오 최현석 저격 백종원 냉장고를부탁해 분자요리 쿡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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