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 했던 2019 KBO 프로야구 시즌 종료, 위험 경보 발령?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가 시즌으로도 최종전으로도 역대급 뒤집기를 선보인 두산 베어스의 우승으로 끝났습니다.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는 승률 6할1푼5리(88승55패1무)로 동률을 이뤘지만 상대 전적에서 두산이 SK에 9승 7패로 앞서면서 두산이 우승컵을 거머쥐었습니다. 사실 SK가 우승을 떠먹여주다시피 한 건 맞지만, 그래도 뒷심을 발휘하며 후반기를 밀어부친 두산.. 최종전에서 보여줬다시피 뚝심으로 기적을 보여준 그들은 충분히 챔피언의 자격이 있습니다.
1일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 키움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최종전을 마지막으로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페넌트레이스는 막을 내렸습니다. 올해 KBO리그는 시작하기 전부터 뉴미디어 중계권 재계약 문제로 잡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인구 교체로 공 반발력을 낮춰 몇 년간 이어온 타고투저 현상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투고타저 리그가 되기도 했죠. 그리고 관중수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현상도 발생했죠.
관객수 하락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팬 서비스 의식 결여, 거품 몸값 외에 가장 큰 건 시즌 초반부터 극명하게 갈린 상/하위권 구도로 뚜렷한 양극화였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 한화 이글스 등이 꼴찌를 찍는 등 시즌 내내 두산, SK, 키움의 3강과 LG, NC, KT의 3중(애매한 포지션...), KIA, 삼성, 한화, 롯데 4약으로 나뉘었죠. SK가 일찌감치 선두로 치고 나가면서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1위 경쟁 보는 것보다 한화, 롯데가 펼치는 꼴찌 경쟁이 더 흥미진진하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왔고, 시즌 종료 후 롯데 팬들 사이에서는 '50승을 못 채운 것이 아까운 게 아니라 100패를 채우지 못한 것이 아깝다'는 말이 흘러나오는 수준이었습니다.
초대받지 못한 자들의 가을나기
이제 3일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시작으로 가을야구, 포스트시즌이 시작됩니다. 두산, SK, 키움, LG, NC 등은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위한 준비에 매진하고 있는데요. 일찌감치 가을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다섯 팀들은 다음 시즌을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삼성의 신임 감독으로 선임된 허삼영 전력분석팀장. 삼성은 계약이 만료된 김한수 감독의 후임으로 허삼영 팀장이 계약기간 3년에 계약금 3억원, 연봉 2억원 등 총 9억원의 조건으로 선임되었음을 발표했습니다. 그간 현재 삼성 코치들과 프랜차이즈 출신들이 야구계에서 오르내리던 상황이었기에 상당히 놀라운 결과였죠.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20대 중반 선수생활을 일찌감치 마감한 허삼영 감독은 전력분석팀에 합류하며 프런트로 변신, 해당 분야의 전문 인력으로 인정받았고 올 시즌 중에는 공석이 된 운영팀장 대행을 겸직하기도 했습니다. 현대 야구의 핵심이 데이터 분석인 만큼 그간 삼성에서 축적한 노하우와 그의 데이터 분석 능력을 통해 왕조의 명성을 재현하고자 하는 것이죠. 반면 차기 감독 1순위로 거론됐던 진갑용 배터리 코치는 구단으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구요.
두 번째로는 롯데. 롯데의 이번 시즌 결과는 참담합니다. 2015년 이후 10개 구단 체제에서 처음으로 한 시즌에 50승을 올리지 못한 팀이라는 오명을 얻었죠. 꼴찌는 지난 달 23일 일찌감치 확정된 상태였구요. 외국인 선수, 신인 선수를 제외한 롯데의 팀 연봉이 101억 8,300만 원으로 10개 구단 가운데 최고액임을 생각해볼 때 롯데는 그야말로 돈 먹는 갈매기 수준.
롯데는 양상문 감독과 이윤원 단장이 전반기에 동반 사임하며 일찌감치 튀어버린 상황에서 공필성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이어왔습니다. 하지만 롯데 선수단에 충격요법 따윈 통하지 않았죠. 현재 구단 측은 외국인 후보 3명, 국내 후보 4~5명을 두고 신임 감독 선임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사람들은 공필성 감독대행을 비롯해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 스캇 쿨바·래리 서튼 코치 등입니다. 두 사람은 현대 유니콘스에서 용병으로 뛰기도 했었죠. '활발한 출루에 기반한 도전적 공격야구'를 대명제로 세웠다는데, 롯데에게 그것이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와 함께 대규모 선수단 정리에 들어갔는데요. 불펜 윤길현을 비롯해 투수에선 박근홍과 송창현, 내야수에선 박정현, 오윤석, 포수에선 김사훈, 외야수에선 조준영 등 7명에 대해 방출을 통보했습니다. 또한 이것을 시작으로 계약이 끝나거나 만료를 앞둔 몇몇 30대 중후반 선수들도 정리 대상으로 분류했다고 하네요. 그 중 몇몇은 이미 지도자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후문도 들리구요. 지난달 4일 부임한 성민규 신임 단장의 리모델링이 성공할지 지켜보도록 하고요.
KIA 타이거즈도 2019년을 잊고 싶을 겁니다. 2017 통합우승을 달성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2018, 2019년의 모습은 심각했습니다. 김기태 감독이 5월 자진 사퇴를 한 상황에서 박흥식 퓨처스 감독의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보냈죠. 꼴찌까지 내려갔었던 KIA. 외국인 투수들이 부진하는 가운데 양현종만이 고군분투했던 선발진의 보강이 반드시 필요해 보입니다. 이미 지난 달 내야수 서동욱과 김주형, 투수 박경태를 방출하면서 선수단 정리에 나서고 있죠.
KT는 그나마 웃을 수 있었습니다. 최종전에서 삼성에 승리하며 71승71패2무로 창단 첫 5할 승률을 달성했기 때문이죠. KBO리그에 진입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10-10-10-9위로 최약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10개 구단 체제의 무용론까지 일으켰던 KT. 하지만 두산 수석코치를 거쳐 올 시즌 지휘봉을 잡은 이강철 감독이 팀에 젖어있던 패배의식을 걷어내고 분위기를 쇄신하며 마운드의 안정감과 타선의 신구 조화 속에 최고의 한 해를 보냈습니다.
현재까지 최악의 상황은 롯데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밀려 아쉽게(?) 9위를 차지한 한화. 지난 시즌 한용덕 감독 체제가 시작되자마자 3위를 차지하며 수 년간 묵은 한을 풀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2019년의 모습은 한화 팬들로 하여금 기대를 좌절로 바뀌게 했죠.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과 예기치 못한 이탈로 제대로 된 전력을 꾸리지 못했다곤 하지만 어느 팀이나 그런 부분은 모두 있는 것이구요. 시즌 시작 직전 이용규에게 무기한 참가활동 정지 처분이 내려지면서 불안한 출발을 하게 된 한화에게 이번 시즌 어떠한 수확이 있는지 대답이 나오질 않습니다. 젊은 선수발굴도, 세대교체도, 리빌딩도 그 어떤 것도 말이죠. 하지만 아직까지 그 어떠한 변화도 감지되지 않고 있는 한화. 한화의 문제점은 박종훈 단장 등 구단 수뇌부가 아닐까요? 뭐... 워릭 서폴드, 제러드 호잉, 채드 벨 등 외국인 선수와의 재계약에 집중한다더군요. 그게 답니다.
새롭게 탄생한 14왕관의 주인공들
다음으로는 이번 시즌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며 투타 14개 부문에서 타이틀을 차지한 이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재밌는 점은 이번 시즌 투타 타이틀 1위의 주인공이 전원 작년과 다른 새 주인이라는 것. 단 한명도 작년에 이어 왕좌를 차지한 선수가 없네요. 우선 투수 중에 가장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 것은 조쉬 린드블럼(두산 베어스). 린드블럼은 다승(20승 3패), 승률(0.870), 탈삼진(189개) 부문 3관왕을 차지하면서 2019시즌 마운드를 호령했습니다. 린드블럼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가 롯데와 결별하고 두산에 온 것일 듯... 다만 평균자책점 부문에서는 양현종(KIA 타이거즈)이 평균자책점 1위(2.29)를 탈환하며 린드블럼의 3연패를 막아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참고로 4년 전 1위가 바로 양현종이었죠.
구원왕이라 할 수 있는 세이브와 홀드 부문. 세이브 부문은 36세이브를 기록한 하재훈(SK 와이번스)과 40홀드를 기록한 김상수(키움 히어로즈)가 새로운 왕관을 썼습니다. 작년 홀드와 세이브 부문 타이틀 보유자인 오현택(롯데 자이언츠)과 정우람(한화 이글스)였는데, 두 선수의 소속팀이 올해 아주 죽을 쒔죠. 지켜낼래야 지켜낼 수 없는...
이번엔 타격 부문을 볼까요? 가장 먼저 올 시즌 타격왕의 왕좌에는 0.354의 타율을 기록한 '린의지' 양의지(NC 다이노스)가 차지했습니다. 두산 베어스를 떠나 125억 원에 NC로 둥지를 옮긴 양의지는 타격왕 외에도 출루율(0.438)과 장타율(0.574)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 그야말로 성공적인 FA계약의 대명사가 됐죠.
그 외에 타점 부문에서는 113타점을 올린 제리 샌즈(키움 히어로즈)가, 득점 부문에서는 112득점을 기록한 김하성(키움 히어로즈)이, 홈런왕은 33홈런을 때려낸 박병호(키움 히어로즈)가 차지하며 키움 히어로즈의 막강 화력을 뽐냈습니다. 이들의 활약을 생각하면 키움 히어로즈가 3위를 한 것이 아쉬울 정도. 그리고 마지막까지 뜨거웠던 최다 안타 부문에선 '두산의 보물단지' 호세 미겔 페르난데스(두산 베어스)가 197안타로 이정후(키움 히어로즈)를 4개 차로 따돌리고 안타왕을 차지했죠. 도루에선 박찬호(KIA 타이거즈)가 39도루를 기록하며 도루왕이 되었구요.
내일 있을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궁금하네요. 개인적으론 LG 트윈스가 코시에 올라오는 걸 기대하고 있습니다. LG가 좋아서는 아니고... 그러면 코시 일정 전체를 잠실에서 하게 되니까요..ㅎㅎ 두산의 마지막 경기에서 이 악물고 늘어진 NC가 살짝 얄밉기도 하고? LG한테 지고 나면 '니네 와일드카드 대비해서 체력 비축 안하더니 썜통이다' 놀리고 싶은 마음에...ㅎㅎ 아참, 양의지한테도 '니가 두산에 남았으면 같이 가을야구 끝까지 갔지..' 이렇게도...ㅎㅎㅎㅎ 어찌됐건... 내일부터 가을야구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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