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의 간판타자인 박건우가 지난 3일 질책성 2군행을 전격적으로 통보 받았습니다. 제가 어지간하면 두산 베어스가 아닌 팀의 선수들의 거취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는데, 박건우는 정수빈과 함께 두산 베어스에서 활약한 '잠실 아이돌'이었기도 하고, 게다가 저와 서울고 동문이기도 한지라 FA 자격 획득 후 NC 다이노스로 팀을 옮겨갔음에도 애정어린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었는데요. 이번 사태는 무척 아쉽고 박건우에게 많이 실망스럽기만 합니다
지난 2022년 FA 계약을 통해 NC 다이노스로 이적한 박건우. 통산 타율이 .327입니다. 장타와 단타를 가리지 않는 리그 최고의 교타자 중 한 명으로, NC에 이적한 후 첫 시즌에는 .336(전체 3위)으로 맹활약했고, 올해 역시 타율 .286에 7홈런 41타점으로 팀을 이끌고 있죠. 박건우의 6월 타율 역시 .293이었고, 엔트리 말소 직전인 2일 KT전에서는 4타수 2안타로 멀티히트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즉, 박건우의 컨디션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 그런데도 박건우의 2군행은 NC 팬들 사이에서 뜬금없다는 이야기가 많았죠.
그리고 4일 그 의문점이 풀렸습니다. 박건우의 2군행에 큰 관심이 쏠려 키움과 NC의 경기가 있던 고척스카이돔에는 적잖은 취재진들이 몰려들었는데요. 강인권 NC 감독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원팀에서 벗어나는 행동은 하지 않길 바랐는데, 그 부분에서 박건우 선수에게 아쉬움이 컸다, 성숙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밝힌 것.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지만, 박건우가 올 시즌 몇 차례의 경기에서 '교체와 휴식 요구를 반복한 데 따른 조치'라는 해석이 유력한 상황입니다.
다만 강인권 감독은 "확대해석은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선수를 길들이거나 기강을 잡기 위해서 내린 결정이 아니다"며 "단지 원칙에서 벗어나면 안된다는 메시지를 주려고 하는 것이다. '팀이 우선'이라는 메시지를 다시 한 번 전달하는 측면"이라고 설명했죠. 또한 "박건우는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박건우를 보면서 야구하는 친구들도 있다"며 "박건우가 혼자 고민하고, 성숙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성숙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박건우를 향한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강인권 감독의 이러한 결정은 NC의 현 상황으로 볼 때 꽤나 큰 모험입니다. 최근 10경기에서 2승 8패에 그치는 등 흐름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박건우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면 공격력 약화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단을 내린 강인권 감독은 "한 시즌을 치르면서 전반기 막판 15경기가 가장 중요한 고비라고 보고 있다. 최근 선수들이 열심히 하고 있는데 결과가 안 좋게 나올 뿐'이라며 "선수들이 좋은 분위기 속에 경기를 한다면 경기력도 올라올 것"이라며 덤덤히 말했습니다.
그런데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박건우의 이러한 질책성 2군행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점. 2년 전인 2021년 6월 25일 두산 베어스에서도 이번 2군행과 판박이인 상황이 발생했던 것이죠. 당시 박건우는 도쿄 올림픽 국가대표팀 소집과 시즌 이후 FA 자격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김태형 당시 두산 감독은 박건우에게 2군행을 지시하며 "박건우가 피곤해하고 쉬고 싶어해서 그럴거면 2군에 가서 푹 쉬고 오라고 했다"고 언론에게 밝혔죠. 강인권 감독보다 훨씬 직설적인 표현이었는데요. 당시 김태형 감독은 "야구는 팀 스포츠이고 한 선수로 분위기가 잘못된다면 결단을 내려야한다. 그게 감독의 역할이다"라며 콕 짚어 박건우의 태도를 공개적으로 비판했었습니다.
박건우에 대해 비판 여론이 크긴 하지만, 분명 이에 반하는 여론도 있습니다. 박건우가 '주전이라고 경기 출장을 당연히 여기는 선수', '팀보다 자기 몸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선수'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 상황에서, 박건우가 정말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 충분히 감독에게 어필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과, 스타 선수니까 참는 게 팀을 위해 당연한 것이냐는 의견 등이 있죠. 하지만 박건우는 프로선수입니다. 이적 당시 박건우의 계약은 6년 총액 100억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고액 연봉자가 동료들 앞에서 불평 불만을 일삼는다면? 죽어라고 1군에 들어가기 위해 뛰는 2군 선수들과, 자신의 입지가 다져지지 않은 1군 선수들은 과연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할까요? 감독 입장에서는 팀을 위한 결단을 해야할 수 밖에 없겠죠.
2군 행을 통보받은 박건우는 감독실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지만 강인권 감독은 끝내 박건우를 만나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미 내린 결정을 박건우의 읍소를 듣고 번복할 수도 없는 노릇이겠죠. 최소 열흘 뒤에 복귀가 가능해진 박건우. 과연 박건우가 열흘을 채우고 곧바로 1군으로 합류하게 될지, 그리고 복귀한 박건우가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 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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