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만에 일본에 판매된 한국 쌀 완판... 쌀값 폭등으로 '쌀 대란' 발생한 일본, 한국 관광와서 쌀 사가는 진풍경 벌어져

일본 쌀값 폭등 '기록적'... 1년 만에 2배 됐다

일본의 쌀값 폭등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3월 일본의 전국 소매상에서 판매한 쌀의 평균 가격은 5㎏ 기준 4206엔(약 4만2000원)으로, 일본 쌀값은 1년 만에 2배가 됐습니다. 일본 정부가 비축미를 방출하며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쌀값은 14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하며 잡히지 않는 모양새.

 

이러한 일본의 쌀값 상승은 공급부족과 수요증가가 동시에 발생하며 벌어졌습니다. 일본은 이상고온으로 인해 작황이 부진해 2023년 쌀 생산량이 1년 전보다 9만t이 줄어든 661만t을 기록했고, 정부의 비축미 방출 지연이 맞물렸죠. 그리고 일본의 외국인 관광객이 2023년 6월부터 1년간 소비한 쌀은 약 5만1000t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배 늘어났습니다. 초밥과 덮밥 등 일본 주요 음식이 쌀 중심으로 이뤄져 있어 관광객들의 수요가 일본 쌀 시장에서 공급 부족을 초래한 것이죠. 

 

내국인의 쌀 수요는 크게 늘지 않았지만, 공급부족 우려가 확산하면서 소비자와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 쌀값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특히 일본 기상청이 지난여름 대규모 지진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가정용 쌀 구매가 급증해, 작년 8월 일본의 쌀 구매량은 2023년 동월 대비 29% 증가했죠. 

 

쌀값 상승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은 실패였습니다. 쌀 구매량이 폭증하던 지난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사태를 관망하다 올해 3월에야 뒤늦게 정부 비축미 21만t을 방출했죠. 이후 10만t을 추가 공급한다고 했지만, 이미 가격이 한참 오른 뒤였습니다. 

 

한국 관광 온 일본인들 귀국하며 쌀 구입.. 35년 만에 일본에서 한국쌀 판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으로 여행을 온 일본인 관광객들이 쌀을 구매해 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자신을 50대 주부라고 밝힌 일본인 A씨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일본에서 쌀이 비싸기 때문에 한국에 온 김에 쌀을 사서 가기로 했다"며 "슈퍼마켓의 쌀값을 조사한 결과 일본에서는 쌀 10㎏이 약 8000엔(약 8만원)이지만 한국은 3000엔(약 3만원) 수준"이라고 쌀값 차이를 짚었죠.

 

일본이 '쌀 대란'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35년 만에 일본으로 쌀을 수출했습니다. 22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농협경제지주 자회사인 농협인터내셔널은 8일 통관 절차를 거쳐 전남 해남 옥천농협에서 생산한 '땅끝햇살' 2t을 일본에 수출했고, 이는 일본 내 한국 농협 온라인 쇼핑몰과 도쿄 내 코리아타운인 신오쿠보 슈퍼 등에서 판매가 이루어진 끝에 모두 완판됐습니다. 이에 농협 측은 이달 추가 선적을 거쳐 5월에 처음 선적분보다 5배가 늘어난 쌀 10ｔ을 추가로 일본에 수출하기로 했죠.

 

이번에 수출된 한국쌀 가격은 4㎏ 기준 4104엔(약 4만1000원)입니다. 관세와 통관 비용, 운송비가 포함돼 가격 경쟁력이 높은 것은 아닙니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이 수입쌀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한국쌀이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죠. 현재 일본이 수입쌀에 부과하는 관세는 1㎏당 약 3400원으로 4㎏ 쌀은 한국보다 최소 1만3600원이 더 비싸집니다. 하지만 일본 내 쌀값 폭등으로 한국쌀을 구매하려는 일본 소비자들이 늘어 지속적인 추가 수출도 기대되는 상황. 

 

일각에서는 벼 재배면적을 줄여나가는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일본과 한국의 쌀 시장 구조는 전혀 다르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만성적인 과잉생산 구조를 갖고 있어, 시장 수요에 맞춘 감산은 불가피하다"고 말했죠.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5.8㎏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1998년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처음 100㎏ 아래로 떨어진 후 2019년부터는 50㎏대에 머물렀습니다. 2023년 하루 평균 쌀 소비량은 152.9ｇ으로 즉석밥 한 개(200~210ｇ)보다 적은 양으로, 한국의 식생활이 밀가루, 고기, 채소 중심의 식단으로 전환하고, 1인 가구 증가로 인한 혼밥 문화와 외식·배달 증가로 패스트푸드, 빵, 면 요리 소비가 늘어나 쌀 소비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