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많은 것들/일주일에 영화 한편

킹 오브 클론: 황우석 박사의 몰락(King of Clones)으로 보는 황우석 대국민 사기극

자발적한량 2023.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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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킹 오브 클론: 황우석 박사의 몰락'(King of Clones)을 보셨나요? 대한민국을 뒤집어 놓았던 황우석 전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입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2014년 개봉했던 임순례 감독 연출, 박해일·유연석 주연의 영화 '제보자'와는 다르게, 드라마틱하진 않지만 황우석 박사의 등장과 화려했던 정점, 그리고 몰락의 순간을 과학적 윤리 측면에서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다큐멘터리의 시작과 함께 그가 모습을 드러낸 곳은 광활한 사막의 한복판. 그는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바이오테크 연구센터에서 동물복제 연구를 계속해오고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부자이자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맨체스터 시티 FC의 구단주로 잘 알려진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부통령의 초청으로 아부다비에 정착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황우석 박사는 그간 150마리가 넘는 낙타를 비롯해 수많은 동물복제 실험을 계속해오고 있다고 합니다. "사막 가운데 생활과 하루하루가 저의 지나온 삶 발자취에 의미를 많이 부여하는 것 같다"며 "한국의 역사와 또는 저의 삶의 지나간 그 궤적들이 고통도 있겠고 영광도 있고 하지만 이것 역시 지울 수도 없고 나의 모습이었다"고 자신의 과거를 회고하죠. 카메라는 메마른 사막을 뚫고 출근하는 그를 비추며 "인류 역사상 최초의 업적을 세웠지만, 완전히 추락해서 무너졌다"고 설명합니다. 

 

1996년 영국 에든벌의 로즐린 연구소에서 세계 최초로 체세포 복제를 통해 태어난 포유류인 복제양 돌리가 발표되면서 세계는 복제 동물 연구 활성화 붐이 일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저 한 명의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였던 황우석 박사는 1999년 체세포 복제를 통해 탄생한 젖소 영롱이를 발표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되죠. 김대중 정부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복제한 백두산 호랑이 새끼를 북측에 선물하는 계획을 황우석 박사에게 의뢰했다고도 하죠.

 

게다가 2004년 2월에서 3월 중에는 『사이언스』지에 인간 체세포를 이용한 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한 논문이 발표되면서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과학자로 급부상하게 됩니다. 단숨에 동물 복제에서 인간 복제의 영역으로 나아간 것인데요. 생명윤리학자 세라 찬 에든버러대 박사는 다큐멘터리 속에서 "(황 박사 행보에) 재생의학은 엄청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며 "하나의 세포로 어떤 체세포든 만들 수 있다면 간과 같은 장기를 새로 만들 수 있으니까"라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황우석 박사는 그야말로 영웅이었습니다. "해외에서 더 많은 지원금과 혜택을 주겠다는 제의를 거부하고 국내에 남아서 연구를 계속 하겠다"는 발언으로 인해 애국자로 추앙받게 된 황우석 박사에 대핸 위인전까지 나올 정도였죠. 참여정부는 그를 적극 지원했고, 국가 최중요 인물로 대통령급 경호를 경찰에서 직접 할 정도였습니다. 국회에서는 황우석에게만큼은 특혜를 주어서 영수증 없이도 연구비를 지원하자는 의견까지 나왔고, 대한항공에서는 황우석 박사에게 퍼스트 크래스를 무료로 지원해주겠다고 밝히기도 했죠.

 


2005년 2월 11일, 인간복제배아줄기세포배양성공특별 기념우표가 발행되기도 합니다. 이 우표는 휠체어에 앉아있던 사람이 휠체어를 딛고 일어나 가족의 품으로 뛰어가 안기는 감동적인 장면을 담고 있는데요. 게다가 그해 7월 26일 녹화된 KBS 열린음악회에서 클론긔 공연 다음 차례에 등장한 황우석 박사가 "열린음악회에 출연해 휠체어 댄스를 선보인 강원래씨가 조만간 벌떡 일어나 과거의 화려한 몸놀림으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한 것은 마치 성경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인 베드로가 앉은뱅이에게 "곧 나사렛 예수 이름으로 일어나 걸어라!"라고 말하는 장면을 연상시켰죠. 그 당시 황우석을 비판하는 것은 감히 상상도 용납도 되지 않을 일이었습니다.

황우석 박사의 커리어가 정점을 찍게 된 것은그해 8월, 서울대학교의 영문 머리글자인 SNU와 강아지의 영어 단어 puppy의 합성어인 '스너피'(Snuppy)라는 이름의 아프간 하운드 종의 개를 복제하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그야말로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이래, 이번엔 한국을 넘어 전 세계가 열광할 제2의 한글을 만들 기세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제럴드 섀튼 피츠버그 대학 교수가 방한해 황우석 교수와 공동연구를 선언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황우석 박사의 연구에 희망을 품고 기대감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당시 개 복제는 동물 복제의 정점으로 여겨졌습니다. 이 연구성과를 통해 이제 거의 모든 동물의 복제가 가능할 것으로 여겼죠. 이 때 당시 주목받았던 것은 황우석 박사팀의 난자를 찔러 내부 핵을 뽑아내는 특유의 '젓가락 기술'. 이 젓가락 시술이 세계 생명공학계를 압도했다는 평가가 쏟아졌습니다. 그는 이렇게 노벨상 후보로 거론될 수준의 거물로 불타오릅니다.

 

하지만 황우석 박사에게 폭풍이 몰아쳐오고 있었습니다. 그 시작은 2004년 5월, 데이비드 시라노스키 과학전문기자가 네이처지에 황 박사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논문에 사용된 242개 난자 출처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죠. 그의 보도내용은 황우석 박사가 여성들에게 난소 과잉 자극 약물 사용 후 난자를 채취했으며, 실험실 여자 연구원을 교수실로 불러 난자 기증 서류에 사인하게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당시에만 해도 한국에서는 일부 시민단체와 여성단체에서 미미한 문제 제기를 하긴 했지만,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르진 않았습니다. 그는 철저히 영웅시되고 있었거든요.

 

황우석 박사의 몰락은 2005년 11월 22일, MBC의 시사프로인 PD수첩이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편에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사용된 난자의 출처에 대한 의문에 대해 방송하면서 시작됩니다. 상황이 안좋게 돌아가자 황우석 박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을 시인하며 공직에서 사퇴했는데, 이후 황우석 박사의 지지자들은 MBC 앞에서 촛불시위를 하며 국가적 인재의 연구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엄청난 비난을 쏟아내고, 급기야 황우석 스캔들이 전국적 이슈로 급부상을 하게 됩니다. 당시 PD수첩 및 MBC 전체에 대한 광고주 퇴진 운동까지 시작됐었느데, 오죽했으면 노무현 대통령이 나서서 "저항을 용서하지 않는 사회적 공포가 형성된 것"이라며 "이 공포는 이후에도 기자들로 하여금 취재와 보도에 주눅들게 하는 금기로 작용할지 모른다"고 우려를 표시할 정도였죠.

 

하지만 PD수첩은 황우석 박사에 대한 또 다른 의혹이 있다며 2차 방송 강행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YTN이 'PD수첩 PD가 김선종 연구원을 인터뷰 할 떄 "황우석을 죽이러 왔다"같은 발언을 하는 등 강압적 취재를 했다'고 거짓 폭로성 보도를 하며 PD수첩은 순식간에 막장 협박 프로그램으로 위상이 추락했고, MBC는 대국민 사과문 발표 및 PD수첩 후속편 방송 준단, PD 경질은 물론이고 메인 뉴스에서 자사 프로그램인 PD수첩을 탈탈 털어버리죠. 이렇게 줄기세포 재검증을 주장한 PD수첩의 요구가 묻혀 버리며 황우석 박사는 가까스로 연명해 나가는 듯 했습니다.  반대로 황우석 박사에 대한 동정 여론은 어마어마하게 치솟아 오르며, 자발적으로 난자를 제공하겠다는 사람들이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죠.

그런데 반전을 맞이하게 된 것은 그해 12월 5일 새벽. anonymous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유저가 BRIC(포스텍 생물학 정보센터) 게시판에 '황우석 박사의 논문에 실린 사진 몇몇이 조작되었다'고 주장하는 글을 쓰면서부터입니다. 이후 사건 초기부터 황우석 박사에게 비판적이었던 언론 매체 프레시안에서 황우석 박사 측에 진실을 요구하는 기사를 보도했죠. 황우석 박사 측은 단순한 실수일 뿐 이미 사진이 잘못된 것을 알고 있었고, 사이언스에도 통보했다고 조작 논란을 일축하려 했지만, 연이어 2004년 논문 사진도 조작되었다는 것이 밝혀지며, 논란이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이 때 황우석 박사가 선택한 것은 뜬금없이 수염도 깍지 못한 채 탈진한 모습으로 앓아눕는 퍼포먼스. 이러한 모습에 그간 황우석 박사를 옹호했던 언론은 뜨악했고, 과학자들은 분노했습니다. 또한 조중동은 이 사태를 보수 vs 진보의 진영대결로 몰아가면서 '진보 인사들이 꼬투리를 잡아서 과학자 황우석의 발목을 잡으면서 국익에 엄청난 손해를 끼치고 있다. 진보는 곧 매국노다'라는 프레임을 씌우기도 했죠.

 

하지만 12월 15일, 황우석 박사에게 난자를 제공한 미즈메디 병원의 노성일 이사장이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체세포 줄기세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폭탄 발언을 하면서 이 모든 것이 대국민 사기극이었음이 드러나게 됩니다. 전국민은 충격 속에 빠져들었고, 방송국이 문을 닫을 뻔 했던 MBC는 기사회생하여 방영되지 못했던 PD수첩 후속편을 목요일 밤 10시 황금 시간대에 70분간 긴급 편성했죠. 이 방송의 시청률은 13%(평균 시청률 5~6%)를 넘기는 기염을 토합니다.

 

이후 복제소 영롱이의 논문은커녕 유전자 검사 결과, 연구노트조차 하나도 없었던 것(이에 대해 황우석 박사는 "이사 도중 잃어버렸다"고 답변했죠)이 밝혀졌고,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되었던 백두산 호랑이 복원 사업에 대해선 '임신한 대리모 호랑이가 배가 가려워 핥다가 창자가 빠져나와 죽었다는 식의 해명(동물원 사육사는 그런 일이 없었다고 밝혔죠) 뿐이었고, 복제된 줄기세포 가운데 몇 개는 처녀생식으로 발생한 것으로 추측되었는데, 이에 대해 황우석 박사는 "1개면 어떻고 3개면 어떻습니까? 우리에게는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는 원천 기술이 있지 않습니까?"라는 과학계에 길이 남을 망언을 남기게 되죠. 결국 검찰의 수사를 통해 대법원에서 그에게 연구비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황우석 대국민 사기 사건은 막을 내리게 됩니다. 황우석 박사는 서울대 교수직에서 파면됐고, 과학계에서 사실상 퇴출되었죠. 

 

황우석 박사는 다큐멘터리 말미에 "한국 과학계, 세계 과학계에 하나의 교훈과 이정표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압박이 있었다고 핑계를 댄다면 그건 비겁한 것"이라고 반성하면서도 "만약 다시 태어나서 제 인생의 길을 다시 선택할 기회가 있다면 똑같은 길을 걷고 싶다"고 소회를 밝힙니다. "과욕 때문에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이지 그걸 가지고 누구 핑계를 댈 수는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죠.

 


마지막으로 그는 과학에 대해 없던 길을 가고 개척하는 학문이라는 의견을 내놓으며, "클론(유전적으로 동일하게 복제한 DNA) 기술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신의 창조질서를 거역하려는 행위라고 주장한다"면서 "하지만 감히 누가 이 부분(기술)을 신의 영역이라고도 규정할 수 있을까"라고 의견을 피력하며 다큐멘터리를 마무리 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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