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울의 봄'을 드디어 봤습니다. 해외에서 살다보니 아무래도 한국영화를 개봉기간에 볼 수가 없네요. 개봉기간이 지나고 나면 관심 속에서 사라지기도 하고, 워낙 정신이 없다보니... 어제 최민식 주연의 '파묘'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것에 대한 포스팅을 작성하면서 '파묘' 이전 마지막 천만 영화였던 '서울의 봄'을 언급했고, 내친 김에 관람을 했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부모님이 만화로 된 역사책을 제외하곤 그 어떤 만화책도 읽지 못하게 해서, 한국의역사/세계의역사 만화책만 수도 없이 읽다보니 자연스럽게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죠. 중학생 때 역사 선생님이 보여주신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영상을 보고 상당한 충격을 받아 도서관에서 현대사를 파기 시작했습니다.지금처럼 인터넷에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니었어서... 그때 전두환을 중심으로 신군부가 일으킨 12.12 군사반란을 알아보면서 그제서야 티비에서 종종 봤던 '대머리 할아버지'의 정체를 알 수 있었죠.
자, 그리고 시간을 조금 더 앞으로 당겨 대학생 시절로 되돌아가보겠습니다. 때는 2007년 1월 2일. 한 정치인이 서울 연희동에 있는 전두환의 집을 찾아가 한복을 차려입은 전두환에게 세배를 한 뒤 취재인을 향해 "여러가지 사정도 많이 겪는데, 아주 밝으시고 또 나라 걱정 많이 하신다"면서 "오늘 여러가지 많은 조언 들었다"고 소감을 밝혀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이 정치인은 당시 43세의 젊은 나이로 이명박·박근혜와 함께 다가오는 제17대 대통령 선거의 한나라당 잠룡 중 하나였던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입니다.
본디 전 원희룡 전 장관에 대해 긍정적인 인상을 갖고 있었습니다. 원희룡 전 장관은 찢어지게 가난했던 제주도의 한 가정집 출신임에도 학력고사 전국수석으로 서울대 수석입학을 한 뒤 노동운동에 투신하며 운동권의 길을 걷다가 사법고시마저 수석으로 패스, 검사와 변호사를 거쳐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보수를 이루겠다"며 한나라당에 입당한 인물입니다. 당시 전 '한나라당 = 친일반민족행위자+군사독재의 잔존 세력'이라는 인식이 강했었는데, 남경필, 정병국과 함께 '남원정'이라고 불리면서 소장개혁파 운동을 이끌며 한나라당 개혁을 주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하지만 박정희와 함께 군사반란을 일으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권력을 향유한 독재세력의 수괴이자, 1980년 광주를 유린한 살인마, 최종판결로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은 범죄자, 그리고 "29만 1,000원밖에 없다"면서 추징금 납부를 거부하고 질기게 버티다 결국 원금의 76%인 1,672억 원을 미납하고 숨진 전두환에게 세배를 하고 그런 인간에게 '많은 조언'을 들었다고 말하는 모습에 정말 크게 실망하고 말았죠. 그리고 이후 원희룡 전 장관이 걸어온 길은, '아 이 사람이 전두환을 찾아가 세배를 하는 것이 어울리는 사람이었구나' 싶었습니다. 얼마 전 '빤스 목사' 및 '500억 알박기'로 유명한 전광훈 목사의 집회에 참석해 논란을 일으킨 것을 보면서, 고쳐쓸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원희룡 전 장관은 현재 4·10 총선의 국민의힘 인천 계양구 을 국회의원 후보로 나선 상태입니다.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맡고 있죠. 그의 상대는 바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계양구에서 나고 자란 이천수 전 대한축구협회 사회공헌위원장이 후원회장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죠. 현재 계양구 을은 '명룡대전'이라고 불리면서 여론조사 결과만 한 달 새 15회가 이루어지며 '미니 대선'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는 오차 범위 내의 초박빙. "정직한 정치 심으러 왔다"며 출마 선언을 한 원희룡 후보. 개인적으로 전두환에게 세배하고 다녔던 원희룡이 국회로 다시 발을 딛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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