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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신년음악회(지휘 리카르도 무티) 성료... 빈필 신년음악회의 모든 것

자발적한량 2025.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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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에서는 어김없이 전세계를 향해 새해 인사가 전해져 왔습니다. 세계 3대 오케스트라로 손꼽히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음악회가 거행된 것이죠. 특히 올해는 요한 슈트라우스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연주회가 구성됐습니다.

 

신년 음악회의 주인공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줄여서 '빈 필'이라고 많이들 부르는데요. 1842년 오스트리아 최초로 창단되어 현재까지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입단이 가장 까다롭기로 악명높기도 하고, 빈 필 단원이 되려면 빈 국립오페라(빈 슈타츠오퍼) 단원 활동을 3년 이상 한 후 빈 필 오디션에 합격한 뒤 선배 단원에게 도제식으로 연주법을 다시 배워야 할 정도죠. 비 유럽 연주자와 여성 단원을 뽑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원칙을 20세기 중반 이후까지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보수적인 성향을 띄고 있습니다. 

 

빈 필이라는 이름 외에도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비엔나 필)', 'VPO'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우선 VPO는 'Vienna Philharmonic Orchestra'의 줄임말이구요. '비엔나 필'은 오스트리아 수도인 Wien(독일어)을 영어식으로 부르는 'Vienna'에서 유래된 이름입니다. 그래서 영어권에선 'Vienna Phil'이라고 많이들 부르죠. 전 현지식으로 '빈 필'을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신년음악회의 역사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신년음악회. 독일어로는 Neujahrskonzert der Wiener Philharmoniker, 영어로는 New Year's Concert of Vienna Philharmonic Orchestra라고 부르는데요. 많이들 1941년부터 시작됐다고 하지만, 정확히는 1939년 12월 31일 오전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작품들로만 구성된 송년음악회가 빈필 신년음악회 역사의 시작입니다. 다만 이 송년음악회가 나치 독일의 지시에 의해 2차 세계대전의 겨울 구호 일환으로 개최된 관제 자선 공연이었다는 것이 흑역사로 남아있는 상태.

 

이듬해인 1940년 12월 31일 오전에도 송년음악회가 개최됐는데, 이 때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와 그의 동생 요제프 슈트라우스의 작품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인 1941년 1월 1일, 전날과 같은 프로그램이 다시 연주됐죠. 이 때부터 빈 필 신년음악회는 매년 1월 1일에 열리는 것으로 고정이 되었습니다. 또한 빈 필 신년음악회는 항상 빈 무지크페라인 그로서 잘(황금홀)에서만 열립니다. 1744명의 좌석, 약 300명 수용 가능한 이 황금홀을 수 많은 꽃들로 장식해두는데, 장관입니다.

 

한 장에 최고 180만 원, 하지만 돈 주고도 사기 힘든 티켓

빈 필 신년음악회의 인기는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브런치 콘서트에 프로그램도 왈츠, 폴카, 행진곡, 서곡 등 가벼운 음악들로 구성된 연주회 임에도 입장권 구하기가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연주회로 손꼽히죠. 인기가 너무 높아 음악회 전인 12월 30일과 31일 진행되던 리허설을 살짝 손봐 '프리뷰 콘서트'와 '이브 콘서트'로 격상해 진행하지만, 여전히 티켓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빈 필 신년음악회의 티켓은 한 해 전 1월부터 2월 사이에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신청을 받아 3월 추첨을 통해 관객이 선정됩니다. 신년음악회, 프리뷰 콘서트, 이브 콘서트 중 각 1회씩 신청이 가능한데, 프리뷰 콘서트와 이브 콘서트는 1인당 4매, 신년음악회는 2매로 제한되어 있죠. 그 중 당연히 제일 인기있는 신년음악회의 최고 티켓금액은 1200유로, 한화 약 180만원에 달합니다. 

 

중계를 통해 세계인과 함께 하는 빈 필 신년음악회 

빈 필 신년음악회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게 된 것에는 방송 중계의 힘이 컸습니다. 1959년까진 빈 필 신년음악회를 녹화 중계하다가 1989년부턴 생중계를 시작했죠. 2023년엔 92개국에 중계하는 등 최근엔 전 세계 약 90여 개국에 중계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KBS가 1970년대부터 녹화중계를 해오다 2013년부턴 메가박스가 세계 최초로 빈 필 신년음악회를 극장에서 생중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는 롯데시네마도 메가박스와 함께 음악회를 생중계했죠.

 

빈 필 신년음악회 TV 중계에는 클래식 음악 팬들 뿐 아니라 발레 팬들에게서도 관심이 쏟아집니다. 마라 촬영해 둔 빈 국립오페라발레단의 발레를 연주 중간에서 삽입해 내보내기 때문이죠. 지상파에서 보기 어려운 세계적인 수준의 발레를 볼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순수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선 빈 필의 연주 장면이 잘려 이를 아쉬워하는 등 호불호는 갈립니다. 일본에선 발레가 제외된 순수 공연 버전을 따로 방영하기도 합니다.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가 특별한 이유들

빈 필 신년음악회는 일반적으로 음악회가 열리는 저녁 시간이 아니라 오전 11시 15분에 시작되는 '브런치 콘서트'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연주되는 곡들도 심각하고 웅장한 곡들이 아닌 왈츠, 폴카, 행진곡, 서곡 등 가벼운 곡들로 구성되어 있죠. 초반엔 슈트라우스 일가의 작품들로만 구성되었다가, 점차 확대되어 빈 출신 작곡가들의 작품이 연주되죠. 선곡은 기본적으로 지휘자와 악단, 빈 슈트라우스 협회 3자 간의 의견 교환으로 이루어집니다. 게다가 가끔 유명한 음악가의 탄생 및 서거 기념 역사적 이벤트를 위해 빈 출신이 아님에도 선곡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구요.

 

하지만 절대 바뀌지 않는 선곡이 있습니다. 바로 두 곡의 앙코르 곡인데, 하나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고, 또 하나는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입니다. 이러한 관례는 공연 며칠 전 30여만 명의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시킨 남아시아 대지진이 있었던 2005년을 제외하곤 1959년 이후 쭉 이어져 내려오고 있죠. 특히 라데츠키 행진곡이 연주될 때는 관객이 박수를 치는 관례가 있습니다. 단 무조건 치는 게 아니라 특정 부분에서만, 박자에 맞춰  박수를 쳐야 한다는 점. 박수가 나오지 않아야 하는 부분에서 박수가 나오면 지휘자가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하기도 하죠. 

 

누가 빈 필 신년음악회의 지휘봉을 잡을 것인가?

매년 클래식 음악계 초미의 관심사는 누가 1월 1일 빈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지휘봉을 잡을 것인지입니다. 왜냐하면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자주 운영 체제를 도입한 이후 상임지휘자를 단원들의 찬반 투표에 의해 초빙해오다 상임지휘자 제도를 폐지하고, 이후 '정기 지휘자 '라는 직책으로 사실상 부활시켰다가 1933년 최종 폐지하는 등 부침을 겪어온 끝에 매 정기연주회나 순회공연마다 투표로 선출한 객원 지휘자가 빈 필을 지휘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 

 

빈 필 신년음악회의 초창기 무렵엔 클레멘스 크라우스(총 13회)를 시작으로 요제프 크립스, 빌리 보스콥스키(총 25회), 로린 마젤 등 4명의 지휘자가 1986년까지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1987년 신년음악회부터는 매년 지휘자를 선정해 초빙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는데,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을 비롯해 클라우디오 아바도, 다니엘 바렌보임, 구스타보 두다멜, 크리스티안 틸레만 등 세계적인 명성의 지휘자들이 빈 필과 새해를 함께 했죠.

 

초반에는 지휘자 역시 마찬가지로 '빈 출신' 혹은 '빈에서 오랫동안 음악활동을 한 사람'으로 지휘자 선정이 보수적이었지만, 1990년 인도 출신의 주빈 메타가 아시아 출신으로는 처음 지휘봉을 잡은 이후 2002년 동아시아 출신으로는 처음 일본의 오자와 세이지가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아직까지 한국 출신 지휘자가 신년음악회에 선 적은 없는데... 제가 죽기 전에 볼 수 있으려나요?

 

이러한 지휘자 선정 시스템은 빈 필 신년음악회를 정체되지 않게 만드는 데 크게 일조합니다. 매년 다르게 선정되는 지휘자들 각각의 해석과 스타일에 따라 신년음악회가 변모하기 때문이죠. 매년 울려퍼지는 슈트라우스 음악이지만 지휘자들이 보여주는 다양성 덕분에 빈 필 신년음악회가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행사로 자리매김하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참고로 올해 지휘를 한 리카르도 무티는 슈트라우스 음악의 우아함과 세련됨을 섬세하게 표현해내기로 유명하죠.

 

2025 빈 필 신년음악회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 빈 필의 '진정한 친구'

올해 지휘를 한 리카르도 무티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1993년 처음 신년음악회를 지휘한 이래 올해 7번째 빈 필과 신년음악회를 함께 했습니다. 마침 올해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탄생 200주년인데, 무티는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탄생 200주년이었던 2004년에도 지휘봉을 잡았죠. 슈트라우스 일가와 빈 필 신년음악회의 연관성을 따졌을 때 리카르도 무티가 빈 필 에서 얼마나 높은 위상을 가진 지휘자인지 알게 해주는 대목입니다. 

 

빈 필에게 있어서 지휘자에게 경의를 표하는 방법은 신년음악회 지휘봉을 맡기는 것, 빈 필의 훈장 격인 '황금반지'를 주는 것, 명예단원으로 임명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무티는 1992년 빈 필 창단 150주년 공연을 지휘하며 '황금반지'를 받았고, 2011년엔 '명예단원' 칭호를 받았죠. 또한 1987년 신년음악회가 지휘자를 초빙 형식으로 전환한 이후 역대 최다 횟수로 지휘를 맡았구요. 현재 생존한 지휘자 중 최다 횟수입니다. 리카르도 무티와 빈 필은 500회 이상의 연주를 함께했을 만큼 그야말로 '진정한 친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신년음악회는 리카르도 무티가 마지막으로 빈 필 신년음악회의 지휘봉을 잡는 공연이었습니다. 무티는 "빈 필 신년음악회는 조화, 아름다움,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를 10번 연주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푸른 도나우'의 파도가 아름다움과 사랑으로 가득 찬 배를 움직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많은 정부들이 문화 정책에서 예산을 삭감하고 있는 것에 대해 "문화와 음악의 가치를 인식하지 못한다. 음악은 약이다"고 비난하며 "아시아는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중국에서는 많은 콘서트홀과 음악원이 건설되고 있고, 대한민국 서울에서만 22개의 오케스트라가 운영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죠.

 

2025 빈 필 신년음악회는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 2세 탄생 200주년답게 ‘집시 남작’ 서곡, ‘안네 폴카’ 등 슈트라우스 2세의 작품 총 8곡이 프로그램에 포함되었습니다. 또한 올해 프로그램에는 신년음악회 사상 최초로 여성 작곡가의 작품이 연주되었습니다. 콘스탄체 가이거의 '페르디난드 왈츠'에 바로 그것인데요. 여덟 살 때부터  자신이 만든 곡을 직접 연주하기 시작한 가이거가 12살 때 작곡한 왈츠입니다.

 

[프로그램]

- 1부
요한 슈트라우스 1세, 자유 행진곡, Op.226
Johann Strauß I, Freiheits-Marsch, op.226

요셉 슈트라우스, 오스트리아의 마을제비. 왈츠, Op.164
Josef Strauß, Dorfschwalben aus Österreich. Walzer, op.164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철거하는 사람들의 폴카. 프랑스 풍 폴카, Op.269
Johann Strauß II, Demolirer-Polka. Polka francaise, op.269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라군 왈츠, Op.411
Johann Strauß II, Lagunen-Walzer, op.411

에두아르트 슈트라우스, 가볍고 향기로운. 빠른 폴카, Op.206
Eduard Strauß, Luftig und duftig. Polka schnell, op.206

- 2부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집시 남작〉의 서곡
Johann Strauß II, Ouvertüre zur Operette "Der Zigeunerbaron (The Gypsy Baron)"

요한 슈트라우스 2세, 가속도. 왈츠, Op.234
Johann Strauß II, Accelerationen. Walzer, op.234

요제프 헬메스베르거, 즐거운 형제. 〈제비꽃 소녀〉의 행진곡 *
Josef Hellmesberger (Sohn), Fidele Brüder. Marsch aus "Das Veilchenmädchen"

콘스탄체 가이거, 페르디난드 왈츠, Op.10 [볼프강 되르너 편곡] *
Constanze Geiger, Ferdinandus-Walzer, op.10 [Arr. W. Dörner]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이 것이냐 저 것이냐! 빠른 폴카, Op.403
Johann Strauß II, Entweder - oder! Polka schnell, op.403

프란츠 요제프 슈트라우스, 계약. 왈츠, Op.184
Josef Strauß, Transactionen. Walzer, op.184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안네 폴카, Op.117
Johann Strauß II, Annen-Polka, op.117

요한 슈트라우스 2세, 트리치 트라치 폴카. 빠른 폴카, Op.214
Johann Strauß II, Tritsch-Tratsch. Polka schnell, op.214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술, 여자 그리고 노래. 왈츠, Op.333
Johann Strauß II, Wein, Weib und Gesang. Walzer, op.333

- ENCORE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바야데레. 빠른 폴카. Op.351
Johann Strauß II, Die Bajadere. Polka schnell, op.351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왈츠, Op.314
Johann Strauß II, An der schönen blauen Donau. Walzer, op.314

요한 슈트라우스 1세, 라데츠키 행진곡, Op.228 [빈 필하모닉 편곡]
Johann Strauß I, Radetzky-Marsch, op.228 [Arr. Wiener Philharmoni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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