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군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하여 304명의 희생자가 발생한지 1313일째인 오늘, 목포신항에서는 끝내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 5명의 합동 추모식이 거행되었습니다. 지난 4월 9일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거치된 이후 6개월 넘게 선체 내부수색이 진행되며 5월 17일 단원고 고창석 교사, 5월 19일 허다윤양, 5월 25일 단원고 조은화양, 6월 5일 이영숙씨 등의 유해가 확인되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11월 16일, 미수습자 유가족은 기자회견을 갖고 "수많은 갈등 속에 더 이상 수색은 무리한 요구이자 저희를 지지해주시는 국민을 더이상 아프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세월호 선체 수색이 마무리 되어가고 있는 지금 비통하고 힘들지만 가족을 가슴에 묻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뒤 목포신항을 떠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하여 오늘 엄수된 합동 추모식. 이날 우리가 떠나보낸 이들은 단원고 2학년 故 박영인·남현철 군, 단원고 故 양승진 교사, 일반인 故 권재근·권혁규 부자입니다. 이 자리에는 세월호 4·16가족협의회를 비롯해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이주영 참사 당시 해수부 장관, 국민의당 박지원·천정배 의원, 정의당 심상정·윤소하 의원, 자원봉사자 및 시민 500여명 등이 참석했습니다. 고인을 기리는 묵념, 천주교·원불교·불교·개신교의 종교의식, 헌화, 추모시 낭송 등의 순으로 이어졌는데요.
이날 진행된 입관식에서는 수습된 유골이 없기 때문에 고인들이 생전에 사용했더나 수색 과정에서 찾은 유품들을 관 속에 넣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이후 고인의 영정과 유품을 태운 운구 차량은 세월호 선체를 한 바퀴 돌며 수색 작업자들이 이를 지켜보는 가운데 목포신항을 떠났습니다. 이들은 각각 경기도 안산 제일장례식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3일장을 치르게 되며, 유품은 수원 연화장과 인천가족공원 만월당에서 화장하게 됩니다. 이후 단원고 학생과 교사인 故 남현철·박영인 군과 양승진 교사의 유품은 평택 서호공원으로, 일반인인 권재근·권혁규 부자는 인천가족공원으로 옮겨지게 되죠.
이날 추모식이 예정보다 늦어졌다는 이유로 시민들은 배제한 채 정치인들에게만 헌화를 할 수 있도록 해 상당한 씁쓸함을 안겼습니다. 왜 이토록 우리나라는 정권이 바뀌어도 이러한 모습이 여지없이 반복되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네요. 또한 이 자리에 참석한 이주영 의원을 향해 많은 시민들이 "책임질 사람이 여길 왜 오냐"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는데, 이 또한 안타깝습니다. 이주영 의원은 해수부 장관에 임명되자마자 세월호 참사가 터졌고 자의건 타의건 오랜 기간동안 팽목항에 머물면서 관련 부처 장관으로써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자유당 전체가 적폐라는 생각을 갖고 있긴 하지만, 참사 당시 장관으로써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질 것을 알면서도 추모식에 참석한 성의에 대해선 잘한 일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한편 이날 여야는 한목소리로 추모의 뜻을 나타내며 이러한 참사가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원내대변인이 구두논평을 통해 "너무나 안타깝게도 다섯분의 미수습자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 긴 시간 동안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것도 안타깝다"며 "국회 본회의에 사회적참사특별법이 곧 자동상정 될 예정인데, 여야 이견 없이 조속히 통과되기를 바란다. 야당도 법 통과에 동참해 앞으로는 사회적 참사로 인한 국민적 아픔이 원인도 모른 채 지속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국민의당 김경진 원내대변인,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 바른정당 유의동 수석대변인도 비슷한 맥락의 논평을 냈습니다.
박근혜 씨가 내려오자 떠오르게 된 세월호. 세월호 참사는 국민들로 하여금 안전불감증의 문제 그 이상으로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 안타까운 사건이었습니다. 박근혜 정부와 일부 정치인들은 세월호 참사에 정치적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며 노란리본만 보아도 경기를 일으키는 비정상적인 행태를 보였고, 일베 등에서는 단식투쟁을 벌이는 유가족들 앞에서 폭식투쟁을 하는 반인륜적인 행태도 서슴치 않았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교통사고와 무엇이 다르냐'고 주장했던 이들에게 전 묻고 싶습니다. 만약 교통사고가 나서 차 안에 갇혀 구조를 기다리는 운전자가 있는데, 119 구조대가 와서 그가 죽어가는 모습을 빤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면 우리는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요? 세월호 참사는 선사 측의 무리한 출항, 지나친 선적 등이 사고를 유발했으며, 충분히 구조할 수 있었음에도 선원들의 무책임한 도피, 긴급재난에 대한 당국의 무능력이 빚어낸 인재였습니다.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안타까운 죽음과 마주하지 않길 바라며. 다섯 미수습자들의 영원한 안식을 빕니다.
오늘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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