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JTBC '뉴스룸'에서 준비한 신년특집 대토론 '2018 한국 어디로 가나' 많이들 시청하셨나요? 지난 대선 이후로 간만에 토론을 봤던 것 같습니다. 각 잡고 봤는데요. 손석희 앵커의 진행으로 보수 진영에서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박형준 동아대 교수, 진보 진영에서는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와 유시민 작가가 패널로 출연했습니다.
이날 토론의 첫 주제는 '외교 안보 평창, 북핵 위기 해법 지렛대 될까'였습니다. 지난 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평창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대표단 파견 용의를 밝힌 것, 그리고 곧바로 남측에서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것을 두고 토론이 시작되었는데요. 자유한국당(이하 자유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우리 정부가 너무 손쉽게 입장을 밝혔다"며 북한의 신년사를 "화전 양면의 전술이다. 평창올림픽을 38일 앞두고 핵 개발에 마지막 종지부를 짓겠다는 속셈을 가지고 우리 측에 제안을 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유시민 작가는 "작은 문제 너무 크게 안 봤으면 좋겠다"는 입장.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여가 성사되더라도 그 자체로서 북핵 미사일 문제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달라질 리 없고, 이 문제를 평창올림픽 성공적 개최에 초점을 두고 보면 된다는 입장이었죠. 하지만 김성태 원내대표가 굽히지 않고 '28시간'만에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것을 강조하며 마치 밀당이라도 했어야 했다는 논조를 이어가자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평창 제안은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한 것"이라며 "남측 대통령이 제안한 것을 몇 달 있다가 답변한 고마운 답변이다. 데이트 요청했다가 6개월 만에 온 것을 3개월 고민하는 사람이 어딨겠느냐"고 재치있게 응수했습니다.
뒤이은 주제는 박근혜 정부가 일본과 합의한 위안부 문제. 자유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위안부 합의에 대해 "30년 동안 끊임없이 제기된 위안부 문제를 그나마 담을 수 있었던 것이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한일 협상"이라고 평가한 뒤 최근 위안부 합의에서 중대한 흠결을 확인했다고 밝힌 문재인 정부에 대해 "국가의 연속성을 부정하고, 국제사회에 국가 간 신뢰나 외교관계를 깨트린 것"이라고 비판해습니다. 이에 대해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평소에는 유리창을 깨면 안되지만 에 사람이 있는데 불이 나고 있으면 유리창을 깨서라도 사람을 구해야 한다. 외교 비밀이라는 이유로 잘못된 합의를 그대로 안고 가면 안 된다"며 "후손들에게 외교 관례상 그대로 안고 가라고 하는 건 아니다"는 반박을 내놨죠. 또한 유시민 작가는 "2014년 일본도 마찬가지로 고노담화 수정 과정에서 그 당사 한일간의 합의 과정을 다 까발렸다. 원래 이러면 안 되지만 한일 관계는 특수하니까 서로간에 이럴 수 있다고 본다. 박근혜 정부에서 위안부 협의를 무리하게 한 것은 한일간의 경제 교류라든가, 한일 관계 전반의 문제, 외교상의 협력이라든가 이것과 과거사 문제는 원래 분리 대응하는 게 합리적이다"라는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유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위안부 합의를 두고 "다소 성급했던 건 사실이다. 다만 당시 북핵 위기가 엄중한 상황에서 한미일의 공조는 중요한 상황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봤다"고 발언을 했는데요. 자유한국당에게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빈대' 수준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였습니다.
다음 주제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이었습니다. 2017년 교수신문에서 발표한 올해의 사자성어가 '파사현정(破邪顯正: 그릇된 것이 깨질 때 바른 것이 나타난다)'이었을 정도로 적폐청산이 화두가 된 한해였습니다. 국민일보에서 지난해 12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0.3%가 '적폐 의혹을 철저히 밝혀 불법이 있다면 처벌해야 한다'고 대답하기도 했죠.
보수 진영의 김성태 의원과 박형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을 정치보복으로 규정짓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박형준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 재미를 보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초 가장 강조한 것이 협치인데, 지금 한 손으론 악수하고 다른 한 손으론 계속 때리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노회찬 원내대표는 "국가적 불법 범죄 행위를 그냥 둬야 하느냐. 지금 하고 있는 일 중에 무엇이 중단되어야 하느냐"고 맞받아친 뒤 "적폐청산만 하는 것은 현 정부에 유리하기만 한 건 아니다. 점수를 받고 싶어하지, 옛 정권이 남긴 오물을 치우는데 처음엔 칭찬 받아도 계속 박수를 받겠느냐. 문제는 모든 정권이 잘못한 일이 있을 수 있는데 제가 묻고 싶은 건 이거다. 왜이렇게 나라를 운영했느냐. 불법으로 국가 기관이 이렇게 운영했느냐. 그걸 가지고 왜 보복이라고 하느냐. 지금까지 나온 것 중에 보복이라는 것이 없다. 이게 계속 진행되면 개인 비리 드러날까봐 두려워서 그런 것 아니냐. 그리고 청와대가 수사하느냐. 검찰이 있고 법원이 있다. 이명박, 박근혜 시절에도 있던 검찰과 법원이다. 그래서 지금도 구속영장 기각되고 이러지 않느냐"고 따끔한 일침을 날렸습니다.
이에 대해 김성태 의원이 "개인적 부정 비리면 검찰에 의해 판단하면 되고, 정책적 잘못은 입법을 통해 바꾸면 된다"고 주장하자 유시민 작가가 "문재인 정부는 참여 정부의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이다. 참여 정부 당시 국회를 거쳐 이를 바로 잡으려고 노력 엄청했다. 하지만 된 게 거의 없다. 불법이 아닌 한은 국회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의 합법적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그런 방식으로 하기로 마음 먹은 것 같다. 굉장히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유한국당 때문에 국회 가서 될 일이 없다"며 돌직구를 날리기도 했습니다.
뒤이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UAE 특사 방문, 개헌을 비롯해 몇 가지 주제가 더 있었습니다만, 오늘은 싹 정리를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사실 토론을 보는 내내 참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거든요. 사실 이번 JTBC 신년특집 토론은 토론이 뭔지 알고 있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토론이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억지를 뽑아보자면 자유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3조원을 북한에 퍼줬다"고 주장하자 유시민 작가가 "증거없는 얘기인 줄 알지 않느냐"고 되물었더니 "안주었다는 증거도 없지 않느냐"고 응수한 것. 이건 뭐 말인지 방구인지... 김성태 원내대표가 똥 싸면 박형준 교수가 가까스로 치우는 형국이었습니다. 네티즌들이 김성태 의원을 두고 '혼수성태'라고 부른다죠? 노회찬 원내대표나 유시민 작가 중 한 명이 보수 측 패널이었으면 훨씬 토론다운 토론이 되었을텐데. 뭐 일단 김성태 의원 덕분에 재미는 있었습니다. 대선 토론 때는 홍준표 후보가 빅 재미를 주더니. 토론에서의 자유당 포지션이 웃음인가 봅니다. 오늘 방청객 분들, 웃음 참느라 고생하셨습니다..ㅎㅎ토론이 끝난 후 칼럼니스트 황교익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형준 김성태 정도의 말은 탑골공원 가면 온종일 들을 수 있다. 토론은 사실을 근거로 해야 한다는 기본조차 지키지 않는 이들과 뭔 토론을 한다고!"라는 비판을 남기기도 했죠.
마지막으로 네티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오늘 토론의 임팩트한 워딩 모음과 함께 풀영상을 달아둡니다.
6위
"그러니까 탄핵당했지 이사람아"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정의당도 야당이면서 왜 문재인 대통령과 한패냐는 대한민국에 이상한 야당이라는 성태의 공격에 느그는 야당이라기 보단, 그저 탄핵당한 한심한 당이라는 뜻
5위
"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4대강 수문 여는게 잘한거냐는 성태의 공격에 "네" 한마디로 끝내버림..ㅋㅋㅋ
4위
"녹차라떼" (유시민 작가)
자발당 종자들의 유일한 장점이 일단 아니면 말고식의 공격임. 이런 공격에 왠만한 토론 전문가 아니면 긴가민가 해서 제대로 답이 안나오는데...성태가 역시 아니면 말고식으로 4대강이 뭔 문제가 있었냐? 며 자발당 장기 시전...그런데 상대는 하드코어 토론 아티스트인 유작가..가장 강력한 녹차라떼로 카운터 시전함..
3위
"UAE 근거가 뭐냐?" (유시민 작가)
자발당이 주장하는 uae리베이트의 근거가 뭐냐는 가장 원초적인 질문을 던짐..결국 성태의 중동에서 근무했다는 하나마나한 뻘소리와, 그 근거는 조ㅈ선일보였다는 답을 이끌어냄..ㅋㅋㅋ
2위
"한패입니다." (유시민 작가)
JTBC가 왜 민주당 패싱했냐는 논란이 있었는데 유작가의 이 한마디는 세상 그 무엇보다 든든..
1위
"개헌은 21대 국회의원 새로 뽑아서 하자." (유시민 작가)
유작가가 안타까운 표정 지으면서 어쩔수 없다라는 뜻으로 말한것처럼 보이지만, 성태 면전에서 자발당 개무시하는 발언..ㅋㅋㅋ. 걍 느그 21대 선거에서 쫄딱 망할거니까 그때 편하게 개헌하잖다는 뜻..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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