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정부의 불닭볶음면 리콜 조치가 되려 마케팅 효과, 남몰래 웃음 짓는 삼양식품

덴마크 정부가 세계적인 K-라면 열풍의 주역인 불닭볶음면의 일부 제품들에 대한 리콜 조치를 명령한 가운데, 이 조치가 되려 불닭볶음면에 대한 마케팅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11일 덴마크 정부는 삼양식품의 핵불닭볶음면 3x스파이시(Spicy), 핵불닭볶음면 2x스파이시, 불닭볶음면에 대해 캡사이신 수치가 높아 급성 중독 위험이 있다며 이들 3종을 덴마크 시장에서 회수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2x핵불닭과 3x핵불닭이 조금 생소하신 분들이 계실텐데, 해외 수출 전용 제품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인도엣도 이 두 제품을 모두 찾아볼 수 있는데...3x핵불닭 먹고서 거의 반나절동안 속이 쓰렸던 기억이 있죠... 맵찔이입니다 제가... 불닭볶음면의 매운 정도를 나타내는 스코빌지수는 4,400이고, 2x핵불닭볶음면은 8,800, 3x핵불닭볶음면은 1만2,000 수준입니다.

 

그런데 덴마크가 불닭볶음면 3종에 대한 리콜 조치를 내린 후 BBC, AP통신, AFP통신 등 외신들이 이를 앞다퉈 보도하면서 불닭볶음면이 이슈로 급부상했습니다. BBC, 가디언, 호주 ABC방송 등에서는 기자들이 불닭볶음면을 직접 시식하는 영상을 올렸고,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9일 불닭볶음면 리콜 관련 기사에서 "덴마크 판매 금지 조치로 불닭볶음면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죠.

 

구글 검색량을 분석해보면 이는 더욱 두드러집니다. 전 세계에서 불닭볶음면 검색량은 이달 역대 최고치를 찍었는데, 검색량이 지난 2023년 10월의 2배, 2023년 3월의 4배. 특히나 이달 중 구글 검색량이 정점을 찍은 것은 덴마크의 리콜 발표 바로 다음날인 6월 12일이었습니다. 틱톡에만 불닭볶음면 관련 키워드가 태그된 게시물이 3억6,000만 건에 이른다고 하죠?

 

지난 19일 "면에는 캡사이신이 없으니 계산에서 제외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액상스프 중량이 31g으로 캡사이신양은 25mg 정도로 봐야 한다"며 국내 공인기관과 함께 캡사이신 양을 측정 후 덴마크 수의식품청에 반박 의견서를 제출한 삼양식품은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헷갈리는 상황이 됐습니다. 긍정적으로 보면 덴마크 정부가 전세계를 향해 불닭볶음면을에 대한 노이즈마케팅을 해준 셈이니까요.

 

인도에서도 관련 소식이 보도되며 이슈가 됐는데, 불닭볶음면의 인기는 정말 엄청납니다. 인도 인스턴트 누들 시장은 네슬레의 'Maggi'가 꽉 잡고 있었는데, 젊은 여성층 중 한국 문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불닭볶음면을 접해보지 않은 이가 없죠. Maggi와의 가격 차가 무려 약 10배까지 나는데도 말이죠. 저 역시 어안이 벙벙할 뿐입니다.

 

한편 스웨덴 출신 유튜버 '스웨국인'은 지난 16일 자신의 유튜브에서 "덴마크와 스웨덴은 같은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너무 매워서 금지했다고 하는데, 솔직한 이유는 한국, 일본, 중국 등 나라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 때문에 금지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스웨국인은 "수입품이 약간 좀 위험하다는 마음, 한국이 낯설고 위험하다는 생각, 무서워서 수입 안 하고 판매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금지하는 것이다. 라면 먹고 싶으면 '우리 브랜드 라면 있는데 굳이 왜 수입해서 먹어야 하냐'고 생각하는 정부와 시민이 있다"면서 "물론 매운 게 위험할 수는 있지만, 먹는다고 죽는 거 아니지 않나. 10년 전에도 스웨덴에서 엄청나게 핫한 사탕도 색소 때문에 먹으면 안 된다는 쓸데없는 규칙도 내렸는데, 나중에 보니 그 색소가 위험하지 않았고, 스웨덴인이 너무 오바한 거였다. 앞으로 수입법 좀 완화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고 강조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