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G2의 경쟁과 글로벌 질서

미국은 중국이 발전을 거듭하며 이른바 'G2'로 급부상한 이래 끊임없이 중국에 대한 견제를 이어왔습니다. 이러한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는 민주당 정부, 공화당 정부에 관계없이 마찬가지입니다. 바이든 정부도, 현재 트럼프 정부도 중국을 견제하고 있으며 중국은 이러한 미국의 견제를 어떻게든 뚫고 국력을 키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죠.

미·중은 이러한 경쟁 속에서 세계 각국을 자신의 편으로 서게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미국은 민주주의·자유경제 이념을 공유하는 유럽 등 서방 국가 및 이스라엘, 그리고 동아이사의 한국·일본·대만 등과 함께 중국을 고립시키고자 애써왔고, 중국은 일대일로(一带一路)로 대표되는 육해공으로 잇는 인프라·무역·금융·문화 교류의 경제벨트를 구축하면서 중앙아시아 및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 남아시아 국가, 그리고 아프리카 국가들까지 제3세계 국가들을 끌어들이고 있죠.
전통적 우방 미국과 무시할 수 없는 이웃나라 중국 사이에 낀 한국

한국의 경우 전통적으로 중국보단 미국과 친선 관계가 깊었습니다만, 지정학적 요인과 경제적 요인 때문에 중국과도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잡은 손을 놓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과거사 문제로 툭하면 감정 싸움을 하는 일본보다 가깝다고 느껴질 정도였죠. 한때 한국 면세점들은 중국의 보따리상인 '따이궁'이 없으면 돌아가질 않았고, 명동과 제주도 일부 지역에선 한국어보다 중국어가 더 많이 들리기도 했었죠.

하지만 2017년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로 인해 한한령(限韩令)이 내려지고, 롯데마트가 무더기로 영업 정지 처분을 받은 것을 비롯해 중국에서 사업을 영위해오던 한국 업체들이 대규모로 피해를 입게 되면서 중국에 대한 인식은 크게 바뀌었습니다. 수 많은 한국 업체 공장들이 베트남을 비롯해 방글라데시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으며, 마침 인도가 세계 1위 인구 국가가 되면서 이제 한국 기업들은 인도를 새로운 시장으로 보면서 진출을 모색하고 있죠. 삼성전자 역시 인도의 수도 뉴델리 인근에 위치한 도시 노이다에 세계 최대 규모의 스마트폰 공장을 지어 운영하면서 인도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추가된 관세만 54%...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날린 관세 폭탄

그런데 이러한 국제 정세에 크나큰 변수가 생겼습니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전 정부인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군사력 증강이 세계에 위협이 된다며 중국을 고립시켜야 한다고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들을 설득해왔습니다. 또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중국이 외교적으로 지원하고 나선 점을 강조하며 유럽 등의 미국 동맹국들에게 중국을 회의적으로 바라보게 했죠.

트럼프 행정부 역시 중국을 견제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보름째인 지난달 4일부터 모든 중국산 수입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했고, 지난달 4일부터는 10% 관세를 추가한 데 이어 지난달 12일 철강·알루미늄 등에 25% 관세를 매겼죠. 같은 달 24일엔 "베네수엘라의 석유·가스 등을 수입하는 국가의 제품에 다음달 2일부터 관세 25%를 추가 부과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조치의 가장 큰 표적은 베네수엘라 석유 최대 수입국인 중국.

그리고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추가 34%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 3월 부과된 20%의 관세를 합치면 총 54%의 관세 폭탄을 날려버린 것이죠.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펜타닐 유입 위험을 내세워 중국발 소액 상품에 대한 면세 조처도 종료했습니다. 중국 역시 이에 반발하며 미국산 모든 수입품에 34%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보복 조처를 하겠다고 밝히며 미국 기업과 광물자원에 대한 여러 제재를 연이어 발표했죠.
나토 회원국에도 이빨 드러낸 트럼프, 세계 각국에 상호관세 난사

문제는 미국이 중국 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 상호관세를 매긴 것. 트럼프 대통령은 46%의 상호관세를 매긴 것을 비롯해 스리랑카엔 44%, 방글라데시엔 37%, 태국엔 36%, 대만과 인도네시아엔 32%, 스위스엔 31%, 인도엔 26%, 한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엔 25%, 일본과 말레이시아엔 24%, 유럽연합(EU)은 20%, 이스라엘과 필리핀이 17% 등의 상호관세를 매겼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중 한국에 가장 높은 세율을 적용했는데, 이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적용된 25%의 상호 관세가 "할인된 수치"라고 생색을 냈죠.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전재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엔 우호 신호를 보내면서 전 세계 교역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자 동맹국들 입장에서는 '중국 고립' 정책에 협력할 이유가 없어졌고, 이런 상황은 다른 국가의 중국 의존도를 높이고 글로벌 경제 시스템에서 미국은 소외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유럽간 '대서양 조약'의 핵심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도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당시에도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나토의 핵심인 나토 조약 5조를 이행할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주저했습니다. 그리고 나토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를 올리라고 끊임없이 요구해왔죠.

또한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부른 것을 비롯해 덴마크의 자치령인 그린란드 합병을 위해 군사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등 나토 회원국을 침공할 수 있다는 뉘앙스까지 풍겼죠. 러시아 규탄 유엔 결의안 채택 시에도 미국은 나토 회원국 대신 러시아와 함께했고, 돈을 내지 않는 나토 회원국은 지켜주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민간 메신저앱 ‘시그널’의 단톡방을 통해 예멘 반군 후티 공격 계획이 누설되면서 유럽은 보도에서 드러난 트럼프 행정부의 반유럽 정서에 실망을 금치 못했습니다.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유럽의 방위 무임승차는 애처롭다고 추임새를 넣기도 했죠.

국방비가 1000조원을 돌파해 ‘천조국’으로 불리는 미국은 해외 군사개입 축소 방침을 제시하며 2차 대전 이후 수행해온 세계 경찰국가의 사명을 포기하려는 태세 속에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스페인 의회 연설을 통해 "27개 회원국 모두의 군대로 구성된 유럽군, 즉 동일한 목표를 갖고 하나의 깃발 아래 움직이는 EU 군대를 창설할 때"라며 "우리가 진정한 연합이 되고 유럽의 지속적 평화를 보장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하는 등 유럽국끼리의 안보 체제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누가 과연 미국의 편에 설 것인가? 중국 '절호의 기회' 잡을 수도

블룸버그통신은 4일 '트럼프가 시진핑에게 관세를 얻어맞은 세계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기회를 제공했다'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중국이 미국의 이번 상호관세 부과로 "황금 같은 기회"를 얻었다고 짚었죠. 중국이 수출 등 경제적으로는 타격을 받겠지만 미국 동맹국을 포함해 '상호관세 철퇴'를 맞은 다른 국가들과 관계를 심화하며 오히려 미국을 소외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EM리옹 비즈니스스쿨 상하이 캠퍼스의 프랭크 차이 교수는 "트럼프의 '해방의 날'은 다른 국가들이 미국이 아니라 자기들끼리 무역하도록 장려함으로써 미국을 다른 세계로부터 고립시킨다"며 "이제 중국은 자신의 방식으로 미국을 이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고 내다봤고,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윤선 중국 프로그램 디렉터도 "트럼프의 관세는 미국이 더는 과거와 같은 자비로운 패권국이 아니며 세계 질서가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증폭한다"며 "중국은 미국의 동맹국들과 관계를 강화해 자신의 대안적 세계질서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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