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거부권으로 되돌아온 채상병 특검법.. 두려운 자가 범인이다
오늘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이 있었습니다.
지난 5월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채상병 특검법이 재석 168명 중 168명 전원 동의로 통과되었습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채상병 특검법 표결을 미리 알면 본회의 개최를 방해했을 것이라 예상하여 의사일정에 이를 올리지 않고, 본회의 개최 이후 기습적으로 '의사일정변경 동의안'을 제출했고, 이를 김진표 국회의장이 상정해 처리될 수 있었죠. 국민의힘은 이에 항의하며 김웅 의원을 제외한 전원이 중도퇴장했는데, 그간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 투표를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해왔던 안철수 의원 역시 함께 퇴장해 '명불허전 간잽이'라는 조롱을 받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특검법 통과에 대해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한 나쁜 정치"라며 거부권 행사를 암시했고, 박성재 법무부 장관 역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결과도 지켜보지 않고 바로 특검을 추진한다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채상병 특검법을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5월 21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하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특검법안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는 안건을 의결했고,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10번째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재가하면서 공은 다시 국회로 돌아왔습니다. 이에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 합의 여부에 관계없이 28일 본회의를 열어 표결을 통해 특검법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여야는 표 확보를 위한 총력전에 나섰습니다.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3분의 2 이상이 찬성을 해야 특검법이 통과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해외출장 중인 의원들의 귀국 및 출국 자제를 요청하며 '본회의 총동원령'을 내렸고, 더불어민주당은 민주당 표 이외에 17~18명의 찬성 표가 더 필요하기 때문에 낙선한 여당 의원 50여 명 위주로 찬성 설득을 한 것을 피롯해 박주민 의원이 "무기명 표결이니 양심에 따라 임해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여당 의원 모두에게 보내는 등 표 확보에 열성을 보였죠.
지난 25일에 열린 '야7당·시민사회 공동 해병대원특검법 거부 규탄 및 통과 촉구 범국민대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22대 국회 당선인들이 총출동한 것을 비롯해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당선인 전원, 새로운미래와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장, 사회민주당 지도부 등이 모두 참석해 대규모 장외 여론전이 있었습니다. 다만 개혁신당은 '채상병 특검법 처리에는 찬성하지만 집회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입장을 밝혔죠.
표결 전까지 국민의힘 내에서 찬성 투표 의사를 밝힌 의원은 안철수, 김웅, 유의동, 최재형, 김근태 의원 등 5명이었습니다. 최종 통과를 위해 여전히 14표가 더 필요했기 때문에 사실 재표결에서 채상병 특검법이 통과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점쳐져 왔죠. 게다가 특검법이 재통과될 경우 당 지도부 리더십 타격은 물론이고 대통령 레임덕이 순식간에 시작되는 것이기에 국민의힘은 상당히 절박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부결시키면 야권의 대여 투쟁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었던 것도 사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부결로 끝난다면 야권의 장외투쟁이 자칫 대통령 탄핵 시위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당이 국민과 더 가까워져야 한다는 게 총선 참패의 교훈이다. 지도부가 합의에 나서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면서 차라리 독소조항 수정 등을 위한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죠. 안철수 의원은 아예 "독소조항 있어도 국민의힘 당당하게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구요.
찬성 179표의 미스터리...누군가는 국민의 등 뒤에서 칼을 꽂았다
그런데 재표결 결과 찬성 179표·반대 111표·무효 4표로 최종 부결됐습니다. 끝내 통과 요건인 출석인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한 것. 김진표 의장이 부결을 선언하자 4층 방청석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해병대예비역연대 관계자들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너네가 보수냐! 너네가 자식이 있냐!"며 절규했습니다.
민주당(155석)·정의당(6석)·새로운미래(5석)·개혁신당(4석)·조국혁신당(1석)·진보당(1석)·기본소득당(1석) 등 이른바 '야7당' 소속 의원들은 모두 찬성 투표할 것으로 예상됐었습니다. 여기에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 6석을 합하면 179표. 그리고 국민의힘 내에서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공인한 5석까지 총 184표가 나왔어야 했죠. 하지만 찬성표는 정확히 범야권 의석수만큼인 179표였습니다.
아무리 봐도 계산이 맞지 않죠? 이 미스터리한 상황을 분석해보면 △국민의힘의 다섯 의원이 찬성 투표를 하지 않았거나 △반대로 민주당에서 반대표가 나왔거나 △개혁신당·새로운미래 등 찬성 당론의 제3지대 정당에서 반대표가 나온 경우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채상병 특검법 부결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 간절한 의지를 국민의힘 의원들께서 꺾어버리셨는데 참으로 옳지 않은 처신"이라며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희생, 헌신한 장병의 수사 과정에 외압이나 또는 사건 조작의 의혹이 있으니, 그걸 규명하자는 것에 대해서 왜 이렇게 격렬하게 반대하는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투표 결과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한편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채상병 특검법 폐기가 확정된 직후 "밝혀야 할 진실이 아직 많다. 총선 민심보다 더 크게 국민의 분노가 끓고 있다. 야당 모두가 새 국회에 민의를 펼쳐야 한다"며 "조국혁신당은 22대 첫 의총에서 당론으로 채택하겠다. 다른 야당도 당론으로 채택하시길 제안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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