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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밟고 있는 땅/노무현 대통령 2009/05/29 21:22

 오늘은 제가 좀 제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건방져 보일 이야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잠 못들던 긴긴밤이 지나고 새벽 5시가 되었습니다. 발인을 본 뒤 영결식과 노제를 보기 위해 나갈 채비를 하고 서울광장으로 향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영결식을 전광판으로 시청할 수 밖에 없었던 시민들.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한명숙 전 총리의 조사와 MB가 헌화를 하려고 나왔을 때 광장이 떠나갈 듯 울린 야유. MB의 미래가 보이는 듯하여 씁쓸했습니다.
 

 좀 기분 안좋은 소리긴 하지만, 쓴소리 좀 하고 싶었습니다. 시청역 주변에서 T군 눈에 보였던 것들은 T군의 미간을 찌푸리기에 충분했습니다. 히히덕거리면서 마치 월드컵 응원을 하러온 듯한 분위기를 풍기던 커플, 한껏 웃으며 대화에 열중이던 근처 회사에서 구경나온 회사원, 개독이 너무현 대통령을 죽였다는 등의 얼토당토 않은 피켓을 들고 돌아다니는 사람 등...그리고 가장 참기 힘들었던 것은 노무현 대통령께서 잠들어계신 운구차가 지나갈 때 그 분을 편안히 보내고자 하는 마음보다 그저 자신의 핸드폰, 자신의 카메라에 사진 남겨두고 싶어서 들이밀던 사람들..이 것에 대해선 여러 견해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전 가지고 있던 카메라로 감히 그 분이 지나가시는 모습을 담기도 송구스러웠습니다. T군 역시 노랑풍선이 하늘로 날라가는 아름다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했지만, 마지막 가시는 길엔 그저 통한의 눈물뿐이었습니다. 그 사람들을 보며 그냥 시끌시끌한 분위기에 휩쓸려 누구 말대로 '행사'라고 생각하고 나온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사진촬영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제가 하지 않았을 뿐. 하지만 앞뒤가 바뀐 분들은 분명 계셨지요.)


 그리고 노제가 끝나고 노무현 대통령의 운구차가 이동을 시작했습니다. 정말 엄청난 인파였습니다. 정부가 어떻게 추산했는진 모르겠지만 월드컵때보다 많아보일 정도였는데..제지선 바로 앞에 서있게 된 저는 대통령님 마지막 가시는 길에 1m도 안되는 거리에서 그 분을 위한 눈물을 흘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운구행렬은 서울역을 지나 남영, 삼각지 방향으로 움직였고, 예정은 3시에 수원 연화장 도착이었지만, 노무현 대통령을 보낼 수 없었던 시민들..노무현 대통령께서는 아무말씀없이 시민들과 함께 천천히 길을 가주셨습니다. 누구였다면 전경들의 방패로 차선을 확보하고 달려나갔을 것 같기도 한데..


 운구차가 이동을 할 때, 사람들은 '노무현'을 연호했습니다. 그 함성은 대단했습니다. 모두가 한 목소리로 그 이름 석자를 외쳤죠. 그 소리를 들으며 전 온몸에 소름이 끼쳤습니다. 모두들 무엇인가에 홀린 듯한 사람들 같았습니다. 과연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 출석을 했던 몇 주전,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한때,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말이 유행했었죠. 길 가다 넘어져도, 시험 성적 안나와도, 회사에서 상사한테 쪼여도, 모든 것이 다 노무현 때문이었던 시절. 과연 그 시절 이 사람들은 무엇을 했을까요? 단순한 죄책감으로 인한 행동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인간이라는 존재가 무서운 순간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돌변할 수 있는지..누굴 탓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사람이란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렇게까지 표현하면 니가 뭔데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역겨움마저 느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우리는 사실 노무현을 외칠 자격이 없는 국민입니다. 그를 한결같이 믿고 응원한 사람은 정말 극소수겠죠. T군 역시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FTA를 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무척이나 많이 실망했었습니다. 오늘 하루 스스로 반성해봅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죽인 것은 MB도, 미디어도, 검찰도, 보수세력도 아닙니다. 바로 국민입니다. 미디어가 만들어낸 환경에 국민들이 쉽게 넘어갔습니다. 그것은 마녀사냥이었습니다. 관용이 부족한 국민들. 희생양을 필요로 하는 국민들. 어쩌면 그래서 지금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을 사퇴시켜서 여론을 잠재워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지도 모르죠. 국민들은 노무현을 너무, 너무, 너무 심하게 몰아붙였습니다. 국민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국민을 섬겼던 노무현 대통령이기에, 그에게 가장 상처를 크게 줄 수 있는 존재 역시 국민이었을 것입니다..

 우리는..노무현을 외칠 자격이..없는 것 같습니다..그저 죄송합니다..당신을 지켜드리지 못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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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호 2009/05/30 01:36

    심판 받아야 할 자는 권력자 뿐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 자신들 입니다.

    그분을 외롭게 만들고 목을조르고 헐 뜯은건

    바로 우리들입니다.

    조중동과 한나라당, 검찰이 살인자다...아닙니다.

    그들은 단지 거들었을 뿐...

    나는 아니다. 난 그를 헐 뜯고 욕한적 없다....부작위도 때론 죄가 됩니다.

    불의에 침묵한 죄.





    (오늘 영결식에 참석하고 싶었지만 털어내기힘든 죄책감에 차마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미친듯한 이 쏠림현상에 구토가 날 지경이었구요...
    불과 달포 전만해도 한 남자를 세상에서 가장 파렴치하고 더러운 놈으로 만들었던 손엔
    노란 스카프와 노란 풍선이 들려있는 그 모습들이 너무 역하고 무섭고 섬뜩해서...
    냄비근성 보다는 월드컵 정신이라 해두죠.....
    시간이 좀 지난 후에 술 한병, 담배 한갑 사들고 찾아 뵈렵니다.)

    • Favicon of http://taibale.tistory.com BlogIcon *T군* 2009/05/30 03:16

      그냥 노무현을 외치고, 그냥 권력을 욕하고, 그냥 눈물을 흘리는 것만으로는 그 분의 죽음의 가치가 너무나도 높습니다.
      변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제 제발..변해야 합니다. 저 역시..한없이 부끄럽습니다..

  • Favicon of http://www.evilskel.com BlogIcon 극악 2009/05/30 07:39

    거기 모인 사람들중엔 구경 나온사람들도 있겠죠... 이 사건을 전혀 상관없는곳에서 이용해먹으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니...
    노무현을 외칠 자격을 따지기 보다는,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행사할 투표권에 대한 생각을 하는게 바람직한지도 모르겠습니다.

    • Favicon of http://taibale.tistory.com BlogIcon *T군* 2009/05/30 12:23

      오늘 제가 쓸 내용을 말씀하셨군요..
      제가 다음으로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진정한 심판은 투표로 해야 된다는 것을요.

  • Favicon of http://www.mujinism.com BlogIcon 무진군 2009/05/30 12:51

    보면알겠죠.. 저기서 저리도 외치던 분들...다음 대선에 "역시 찍을놈 없네." 라면서 놀러 가실지...
    저는 다른 트랙백을 남기겠습니다.

    • Favicon of http://taibale.tistory.com BlogIcon *T군* 2009/05/30 13:46

      우리가 바뀌지 않으면..대통령의 죽음은 아무 의미가 없게 되겠죠..트랙백 감사합니다.

  • Favicon of http://onsemy.wo.tc BlogIcon 온새미 2009/05/30 13:05

    트랙백 잘 봤습니다 ^^ 저도 사실 갔다오면서 눈살 찌푸린 일이 많았습니다.
    글에도 언급됬던 내용들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그 슬픔의 현장에 "냉수~ 냉수팔아요~" 하는 식으로 그 분위기를 장사로 역이용하려는 장사치들을 보고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누구한테서 들었던 "장사치의 똥은 개도 먹지 않는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던 것 같군요... 진짜 허를 찰 수 밖에 없던 것 같습니다.
    2009년 5월 29일, 대한민국은 죽었습니다...

    • Favicon of http://taibale.tistory.com BlogIcon *T군* 2009/05/30 13:50

      저도 그거 보면서 좀 그렇긴 했습니다..봉하마을에서 생수를 나눠주고 있던 모습과 대비됐죠..쩝..그 사람들에게는..월드컵에 모인 인파나 어제 모인 인파나 다르지 않았을 것 같네요.

  • nayuta 2009/05/30 13:08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 Favicon of http://jeony.tistory.com BlogIcon LovelyJoeny 2009/05/30 13:32

    미디어가 만들어낸 환경에 쉽게 적응하고, 그를 비난한 저도 반성하고, 너무나 공감합니다.
    그렇게..한것이 너무나 미안해서
    온나라가 그렇게 미안해하고, 슬퍼하나 봅니다.

    • Favicon of http://taibale.tistory.com BlogIcon *T군* 2009/05/30 13:54

      죄책감에서라면..
      속죄의 모습이 뒤따라야겠죠..투표입니다..

  • Favicon of http://savearth.tistory.com BlogIcon 그려 2009/05/30 14:41

    노무현을 외칠 자격이 없기에, 이제라도 자격을 얻으려 노력하는 겁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든다면, 저승에서라도 기뻐하시겠지요.

    • Favicon of http://taibale.tistory.com BlogIcon *T군* 2009/05/30 14:51

      우리 국민 모두가 그런 자세라면 우린 분명 그분의 유지를 받들 수 있을 것입니다.

  • Favicon of http://savearth.tistory.com BlogIcon 그려 2009/05/30 15:46

    그리고 한마디 더.

    저는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말이 유행할 때, 이렇게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때가 좋은 줄 알아라. 라고 댓글을 달고 다녔습니다. -_-; 당연히 노무현 때문이다 라는 말은 입에 담지 않았죠. 그게 다 조중동의 수작질 결과라는 것을 알기에.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라고 대통령 욕하는 것을 일종의 유행으로 만들어버린 그 수구 꼴통들은 지들 욕하는 건 무척 싫은가봅니다. 무조건 명예훼손이니 허위사실 유포니 뭐니 고소하고 잡아들이는 걸 보면.

    그러니 수구 꼴통들은 원칙이 없다는 겁니다. 욕하고 다녔으면 욕 먹는 것도 감수해야지. 명예도 없고 양심도 없기 때문이겠죠.

    님 글에 동감합니다. 그저 유행으로 한때의 슬픔으로 잊혀질까봐 심히 두렵습니다...

    • Favicon of http://taibale.tistory.com BlogIcon *T군* 2009/05/30 15:47

      그들이 원칙이 있다면 광우병 때 쪽팔려서 가만히 있었겠죠..

  • 강아지 2009/05/30 19:30

    깊이 동감가는 글입니다.
    저도 그런 점에서 죄책감이 느껴지네요....
    저는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노무현 대통령을 욕하지도 칭찬하지도 않았지만
    그저 마음속으로만 그 분의 곧은 인생이 정말 존경스럽다고 생각했던 사람중의 한사람입니다.

    누군가 이런시대에 중립을 지키는 것 자체가 죄악이라고 했던 것처럼 저도 반성해야 겠습니다.

    좋은주말 되시길...

    • Favicon of http://taibale.tistory.com BlogIcon T군 2009/05/30 20:09

      감사합니다.
      중립도 시절이 좋을 때야 상관없겠죠.
      하지만 양심은 살아움직일 때 비로소 그 진가가 들어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Favicon of http://blutom.com BlogIcon 파란토마토 2009/05/30 22:54

    참 좋은 글인데 조회수가 적네요. 암튼... 슬픈 요즘입니다.
    저는 블로그에 노무현 대통령으로 요즘 도배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만..
    T군님 말씀대로라면 저도 냄비 근성이네요.ㅋ

    갑자기 마음이 바뀐 건 아니구요. 그냥 노무현 대통령을 썩 지지하지도
    그렇다고 막 미워하며 욕한 사람도 아니에요.

    조사받으시던 시점에도 무슨 사정이 있었겠지. 생각했고...
    저 살기 바빠서 나중에 결과 다 나오면 뉴스나 좀 챙겨봐야겠군.. 하던 중인데
    이렇게 슬픈일이 덜컥 생겨버렸어요.ㅠㅠ

    암튼... 그 이후에 찾아보니 온통 슬프고 신기한 기록 뿐이네요.. 휴...
    그렇게 좋은 분인줄, 그렇게 고단하고 외롭게 싸워오신 줄 몰랐습니다.

    • Favicon of http://taibale.tistory.com BlogIcon *T군* 2009/05/30 23:13

      냄비근성이라 하면..참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 한국인들의 모습 중 하나지요.
      저 역시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습니다. 난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하지만, 고등학생이니까, 대학생이니까 하면서 딱히 한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화가 났던 것은..그토록 손가락질 하던 사람들의 모습이 180도 변하는 것..그게 참 싫었습니다.

      먼저 알고 나중 알고의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앞으로 그 뜻을 우리가 얼마나 이어나가느냐가 중요한 것이겠죠.

  • Favicon of http://sephia.tistory.com BlogIcon sephia 2009/05/30 22:57

    하여튼 그의 죽음은 다 조중동 때문입니다. 빌어먹을. ㄱ-

  • Favicon of http://arrstein.com BlogIcon arrstein 2009/06/01 09:22

    잘 읽었습니다.

  • Ykitty 2009/06/01 11:15

    다음 페이지 타고 오게 됐는데..공감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 김유미 2009/06/01 11:26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1주일 내내 제 머릿속을 지배하던 생각들이 님 글을 통해 나타나는 듯 하네요..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잊혀질지도 모르죠.. 그리고 또 방관하겠죠.. 그리고 누군가는 그 당에 투표권을 행사하겠죠..연일 t.v에 그 분 모습이 비치니 눈물이 끊이질 않네요.. 아직도 살아계신 것 같구요.. 소극적이거나 침묵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이젠 저 자신부터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지금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게 해야하니까요..이런 생각과 실천들이 분명히 변화를 가져올 거라 믿습니다..

    • Favicon of http://taibale.tistory.com BlogIcon *T군* 2009/06/01 16:44

      행동하는 양심은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화이팅!

  • 2009/06/01 16:13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taibale.tistory.com BlogIcon *T군* 2009/06/01 16:46

      죄송하지만 전 아는 지인을 통해서 영결식까지 들어갔고, 노제도 참여했습니다. 제가 무엇에 대한 비판을 한 것인지 제대로 글을 읽어봐 주셨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