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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젤렌스키 대통령 복장 때문에 열받았다면 머스크는? 젤렌스키 복장 지적한 기자는 공화당 의원의 남자친구

자발적한량 2025.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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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맞은 미-우 정상회담, 그 시작점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복장?

지난 28일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백악관에서 있었던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상회담. 러시아와 미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시작한 뒤 미국의 지속적인 지원을 위해 우크라이나 천연 자원의 50%를 넘기기로 결정한 '광물협정'에 서명코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 자리였습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J. D. 밴스 부통령에게 그야말로 '난타'를 당하며 백악관에서 빠져나와야 했죠. 아니, 그냥 쫓겨난 것이 좀 더 적합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정상회담에서 있었던 파국의 전조는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만나 악수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오늘 제대로 차려입었다(you’re all dressed up)"고 말한 것이었습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 발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복장에 짜증이 났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분석했죠.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발발 이후 다른 정상들을 만날 때 어두운 카키색 군복 스타일의 복장을 고수해왔습니다. 이는 전쟁 중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세계 2차대전 당시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도 선택했던 전략인데요. 알려진 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보좌진은 젤렌스키 측에 백악관 방문 시 군복 같은 옷을 입지 말라고 여러 차례 조언했다고 합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평소보다는 다소 격식을 차린 듯 보이는 검정 긴팔 셔츠에 검정색 바지를 입고 등장했죠. 왼쪽 가슴에는 우크라이나의 상징인 삼지창이 새겨져 있었구요.

 

젤렌스키 복장 비판한 기자, 알고보니 공화당 하원의원의 남자친구

TV 생중계를 비롯해 많은 언론이 모인 가운데 한 기자가 "왜 정장을 입지 않았나? 당신은 이 나라의 최고위급 사무실에 있으면서 정장을 입기를 거부했다. 정장이 있기는 하냐"며 조롱하는 투로 질문을 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이 전쟁이 끝나면 정장을 입겠다. 아마 당신과 같은 것이나 더 좋은 것, 혹은 더 저렴한 것일 수도 있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해당 기자는 보수성향 방송인 '리얼아메리카보이스'의 브라이언 글렌(56)이었다고 합니다. 리얼아메리카보이스는  트럼프 1기 당시 백악관 수석 전략가였던 스티브 배넌의 방송을 진행하는 등 강성 친 트럼프 성향의 보수 매체로,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의 선거 구호) 충성파들 사이에서 주류 언론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뉴미디어나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등의 백악관 출입까지 허용하면서 브리핑에 참석할 수 있게 됐는데, 글렌은 이 채널의 대표 인물로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기자 중 한명으로 꼽힌다고 합니다.

 

그런데 텔레그래프의 보도에 의하면 글렌이 교제 중인 여자친구가 공화당 소속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이라고 합니다. 그린 의원은 이후 자신의 엑스에 "젤렌스키가 우리 대통령에게 돈을 구걸하러 올 때조차 정장을 입지 않을 정도로 무례했다고 지적한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적었죠. 이후 글렌은 "우리나라와 대통령뿐 아니라 미국 시민에 대한 내면의 무례함을 보여준다"고 주장했습니다.

 

시민들 친우크라이나 시위, SNL은 정상회담 풍자, 퇴역군인은 눈물 흘려

하지만 미국 시민들의 생각이 모두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28일 백악관에서의 충격적인 파국 이후 뉴욕, 로스앤젤레스, 보스턴 등에서는 수백 명의 시민들이 모여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에 나섰습니다. 특히 버몬트주 웨이츠필드의 도로는 밴스 부통령과 그의 가족들이 스키 휴가를 위해 통과하려던 장소였는데, 이 시위로 인해 밴스 부통령 가족은 휴가지를 다른 비밀 장소로 옮겼다고 하죠.

 

또한 미국 NBC 코미디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 역시 정상회담 당시 상황을 풍자하며 이를 맹렬히 조롱했습니다. "어제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그리고 회담은 아주 아주 성공적이었다. 이를 본 모든 사람들은 '이제 세상은 더 안전해졌다'고 생각했다"는 반어법 자막으로 시작한 극은 트럼프 대통령으로 분장한 배우가 "나는 가자(Gaza) 호텔&카지노 최고경영자(CEO)이자 대통령인 트럼프다. 나는 이 믿을 수 없는 함정에 온 젤렌스키 대통령을 환영한다. 우리는 조만간 아무 이유 없이 그를 공격할 예정이다. 맞죠, 밴스?"라고 말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며 밝힌 중동 평화 구상을 빗댔죠.

 

밴스 부통령 역의 배우는 젤렌스키 대통령 역의 복장을 지적하며 "마치 '스타트렉' 캐릭터처럼 보인다"고 비꼬았습니다. 또한 트럼프 역 배우는 젤렌스키 역 배우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며 "미스터 푸틴(러시아 대통령)에게 당신이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당신이 러시아를 침공해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어떠냐"고 말했죠. 이어 "당신의 아내와의 하룻밤을 그에게 제안하는 것도 좋겠다"고 말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비판했습니다.

 

당황한 젤렌스키 역의 배우가 다소 서툰 영어로 무언가 말을 시작하려 하자, 밴스 역 배우는 이를 가로막으며 "잠깐 끼어들어야겠다. '감사합니다'는 어떻게 된 거냐. 당신은 지금 15초 동안 '감사합니다'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극 중 젤렌스키를 거듭 다그쳤습니다. 이는 밴스 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무례하다"며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감사함을 표시해라"고 반복해 말한 것을 풍자한 것.

 

그러다 갑자기 빨간색 전기톱을 든 남성이 스튜디오로 난입했습니다. 이 사람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연기한 배우로, 정상회담 이틀 전인 지난달 26일 트럼프 2기 행정부 첫 내각회의 때의 티셔츠 차림을 재현한 모습이었습니다. 전기톱은 지난달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행사에서 머스크가 실제 전기톱을 들고 연방공무원 대량 해고를 시사하는 퍼포먼스를 했던 것을 연출한 것이고, 내각회의 당시 모두가 정장을 입은 가운데 일론 머스크 CEO 혼자 티셔츠에 모자를 쓴 차림이었던 것을 풍자한 것이었죠. 

 

많은 미국 네티즌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의 복장에는 일언반구도 없었으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복장에 유난히 집착하는 모습을 비판하고 있는데, 이 방송 이후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X에 "또 다른 극좌 선전 기계일 뿐"이라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아참, 이거는 지나가는 말인데, 머스크는 지난달 28일 자신이 14번째 아이의 아빠가 됐다는 사실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이는 20대 보수 인플루언서 애슐리 세인트 클레어가 머스크의 13번째 자녀를 출산했다며 아이의 아버지가 머스크임을 확인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지 일주일 만의 일이죠.

 

한편 틱톡에서는 한 미국의 퇴역 군인이 정상회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복장 문제가 언급되는 장면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분노하는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는 "조국을 위해 싸우고 있고 국민들이 죽고 있는데 정장 따위에나 관심이 있는 쓰레기들"고 강하게 비난하며, "나는 정말 이 나라가 싫고, 정말 불명예스럽다"라고 말했고, "나는 백악관에서 일어난 일을 믿을 수가 없다. 우리를 용서해 달라"고도 언급했죠. 이 영상에는 100만 개가 넘는 '좋아요'가 찍혔고, 21만 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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