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쫓아낸 트럼프에 충격받은 유럽, 변함없는 우크라이나 지지 밝혀
지난 28일 백악관에서 있었던 미국-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이 고성과 설전으로 파국을 맞은 이후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 동맹'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 회담을 위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차례로 워싱턴 D.C.를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의 비위를 맞춰가며 노력한 끝에 성사된 만남이 물거품이 되자 유럽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죠.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자신의 X에 "오늘 자유세계에는 새로운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며 "이 도전을 받아들이는 것은 유럽인들의 몫"이라고 적었고, 가브리엘 아탈 전 프랑스 총리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의 책임은 "전적으로 러시아에 있다"며 "오늘밤 미국은 자유세계의 리더라고 말할 자격을 잃었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비판했습니다. 도미니크 드 빌팽 전 프랑스 총리 역시 "우리는 이제 러시아, 중국, 미국이라는 세 개의 비자유주의 초강대국을 갖게 됐다"며 "미국은 더 이상 유럽의 동맹으로 간주할 수 없다"고 진단했죠.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난달 17일, 19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긴급회의를 소집한 데 이어 2일 유럽의 정상들이 영국 런던에 모여 현재 처한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머리를 맞댔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협정 압박에 대한 대응 방안, 종전 이후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을 배치하는 방안, 유럽의 자력갱생 방안 등을 논의됐죠.
회의에 앞서 지난 1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스타머 영국 총리는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논란이 됐었던 옷차림 그대로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의 영국 총리 공관을 찾았는데, 스타머 총리는 쫓기듯 백악관에서 나와야 했던 젤렌스키 대통령을 환대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밝혔죠. 여국은 우크라이나 군사 역량 강화 목적으로 22억 6천만 파운드, 우리 돈 약 4조 1584억원 상당의 대출 프로그램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럽 정상들과 만나 우크라이나 안보 강화를 위한 정상회의를 마친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국 왕실 샌드링엄 영지로 이동해 찰스 3세 국왕을 만났는데, 접견실에서 1시간 가량 차를 마신 뒤 왕실 소식통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따뜻하게 환영받았다"고 밝혔고,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매우 좋은 만남이었다"면서 "이 만남과 국왕 폐하가 우크라이나를 돕고 우리를 지원한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죠. 또한 "그(찰스 3세)는 영국에서 훈련받고 있는 우리 군인들을 만났고, 우리는 영국 왕실의 지원에 대해 매우 감사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롯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등 유럽 주요 정상들을 비롯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비회원국인 튀르키예의 하칸 피단 외무장관까지 참석한 이번 우크라이나·유럽 안보 정상회의에서 참가국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확고한 지지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원조를 약속했습니다.
스타머 총리는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위협으로부터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방어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지속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전쟁 종식을 위한 모든 평화회담에 우크라이나의 참여를 보장하고, 평화협정 체결시 미래 러시아의 침략 억제를 위해 우크라이나의 방어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자리에서 스타머 총리는 "협정 수호를 위한 '의지의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을 구성하고, 미국에 제시할 평화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구상도 밝혔습니다. '의지의 연합'은 이라크 전쟁 당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군사지원 동맹국들을 지칭한 표현입니다.
또한 프랑스와 영국을 중심으로 해서 1개월 동안 공중과 해상을 통한 공격과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는 휴전안이 나왔습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휴전을 통해 러시아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고, 스타머 영국 총리는 "휴전이 합의되면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상군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논평을 하지 않았으나, 이보다 앞서 2014년 러시아가 동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합의된 휴전을 지키지 못했다며 휴전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하죠.
이러한 유럽의 대응에 대해 CNN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협상에서 미국으로부터 주도권을 빼앗아 유럽 단일 전선을 구축하려는 시도"라고 평가를 내놨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정상들이 유럽이 스스로 지켜야 한다고 분명히 밝혔음에도 우크라이나 평화는 미국 백악관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분석했죠.
애타는 젤렌스키, 정권 교체 요구하는 미국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넌 28일 백악관에서 회담이 결렬된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는 직접 연락이 없지만, 두나라 관리들간 소통이 있었으며, 자신은 계속 협상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백악관에서 서명이 무산된 미국과의 광물 협정 체결을 위해 우크라 장관들이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죠.
젤렌스키 대통령이 그 굴욕을 당했음에도 고개를 숙이는 이유는 광물협정 서명으로 우크라이나가 미국에 내주는 자원 이상의 전략적 이익을 볼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전후 우크라이나 채굴 활동에 투자하는 미국이 이를 보호하기 위해 결국 안보 보장을 해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미국의 장기적인 개입을 성사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이죠.
하지만 미국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교체를 압박해오고 있습니다.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CNN방송에 출연해 "우리와 협상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러시아와도 협상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쟁을 끝내는 방향으로 전환할 준비가 돼 있는지 불분명하다. 그가 전쟁 종식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 명백해진다면 정말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고, 마이크 존슨 연방 하원의장도 NBC와의 인터뷰에서 "정신을 차리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거나, 그 일을 할 다른 누군가가 우크라이나를 이끌어야 한다"고 거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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